(웹소설)[임오, 그 여름을 넘어] _#1.인연의 시작

#1. 인연의 시작

by 운울재

선희궁이 졸하였다. 선세자의 담제를 지낸 후 산에 오른 덕오는 임백 사부와 무예를 단련 중이었다. 산중에서의 수련 기한이 남았는데 최상궁의 입궁 명이 전해졌고 선희궁의 변고를 들었다. 아기나인 덕오가 긴히 궁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비상시국이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 임해야 했다.


혜빈궁 지밀 아기나인 덕오는 혜빈이 본방에서 직접 데려온 아이였다. 재바르고 영특하고 말이 없었다. 지밀로 들어온 아이답게 고운 생김에 혜빈의 총애가 남달랐다. 입궁한 지 삼 년. 어렸지만 궁인으로 완전한 태를 갖췄고, 궐 안팎 어디든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생활이 허락되는 아이였다. 덕오는 세작으로 키워지고 있었다.


산을 내려오는 내내 살아서 궁을 나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세손이 장성하지 않았는데, 선희궁이 선세자 곁으로 가버렸고 그 어른의 빈자리가 가늠되지 않아 두려움이 일었다. 임오년이 떠올라 몸서리가 났으나 정신을 차려야 했다. 덕오가 잰걸음으로 혜빈궁으로 들어섰다. 시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몸져누운 주인이 걱정되어 발이 바빴다. 혜빈. 아버지가 범포한 큰돈을 갚아 주며 덕오를 입궁시킨 경춘전 최고 어른. 엄하고 자애롭고 넉넉한 품을 내주며 혜빈궁 최고 지밀로 키워주겠노라 약조하였고, 열 살 덕오는 그녀에게 충성 맹약을 바치며 궁인이 되었다. 임오년의 원한을 풀어야 했고, 세손이 무사히 보위에 올라야 했다. 갈 길이 아득한데 기둥이 뽑혀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도와야 했다.


물이 담긴 놋대야를 든 금나인과 수건을 받쳐 든 덕오가 나란히 혜빈의 침전에 들었다. 세손 내외가 잠들어 있는 , 혜빈을 정성스레 돌보고 있었다. 금나인이 물이 든 놋대야를 세손 곁에 놓고 조심스레 물러섰다. 덕오도 수반에 놓인 새 수건을 놓은 후, 금나인 곁으로 가서 잠들어 있는 제 주인을 살폈다. 밤이 늦은 시각이라 더위는 이미 가셨는데도 혜빈의 얼굴엔 땀이 맺혔고 세손이 꼼꼼히 닦아내고 있었다. 혜빈을 돌보던 세손이

금나인 곁에 선 덕오를 보며 크게 눈을 키웠다.

“덕오로구나.”

세손이 반가이 덕오의 이름을 불렀다. 세손빈도 따뜻한 눈빛으로 덕오를 반겨주었다. 세손빈의 마마자국이 제법 옅어져 있었다. 미색은 아니어도 귀한 빛이 나는 얼굴이었다. 안상궁을 따라 답신 문안 전하러 동궁 전을 여러 차례 오갔지만 동궁 내외를 함께 본 적은 없었다. 세손과 함께 있는 세손빈이 의젓해 보이고 동궁의 모습이 낯설었다. 세손은 더 이상 기억 속의 어린 도령이 아니었다. 어깨는 넓어져 장성한 어른 같고 하문하는 목소리도 굵고 침착하였다.


“얼굴이 제법 그을렸구나. 수련이 힘들지 않으냐.”

“예. 저하. 힘들지 않습니다.”

“쥐똥구리 같은 눈망울은 그대로구나.”

하! 지금이 어느 때라고 저런 농을 하시는가. 덕오가 놀라 내렸던 눈을 떠 세손을 마주 봤다.

세손과 덕오의 눈이 얽혔다.

“힘들 터인데 대견하구나” 세손이 덕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저를 지키기 위한 연마이니 힘들지 않습니다. 혜빈자가께서 무엇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말고

익히고 또 익히라 하셨습니다.”

“그러하냐. 너처럼 뛰어난 이가 그리 갈고닦으니 나는 더욱 분발해야겠구나” 세손이 눈으로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덕오를 격려하였다.

할머니를 여위고도 담담한 세손의 모습을 보며, 덕오는 산을 내려오는 내내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세손의 슬픈 기색을 살펴보려 하였으나, 낯빛으로는 알 수 없었다.

“저하, 쉬셔야 합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최상궁이 세손이 쉬어야 함을 고했다. 세손이 저리 계속 병간호를 한다면, 혜빈궁은 줄초상을 치를 것이다.

“저하, 빈궁 마마를 살피소서”

덕오가 최상궁의 눈짓을 이어받으며 세손을 향해 고했다.

“그리하마.”

“나와 빈궁은 건재하니 걱정 말거라.”

“어머니는 강한 분이시다. 곧, 일어나실 것이다. 그렇지. 덕오야”

“예. 저하.”

“자가께서는 강건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니 먼저 저하의 몸을 보하소서”


세손은 언제나처럼 덕오가 고하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세손 내외가 혜빈의 침소를 나가자, 내인들이 몸의

긴장을 풀고서 각자의 임무를 이어갔다. 역시 덕오였다.

온종일 혜빈의 침소에서 꿈쩍 않던 세손이 덕오의 한 마디에 몸을 일으키자 궁인들이 눈짓으로 덕오를

치켜올렸다. 임오년의 대처분이 덕오를 살린 것인지 죽인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앞날은 예측되지 않았고, 스스로의 삶을 지켜내야 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신사년 늦은 가을. 덕오네는 한양 제일가는 세도가 집 사랑채에 딸린 작은 별채로 이사하였다. 겨울로 들어섰지만 덕오 집안은 훈풍이 흘렀다. 홍대감 댁으로 이사 온 후, 서모의 매질이 멈췄다. 서모가 교묘하게 팔 안쪽과 허벅지 안쪽을 꼬집고, 안채나 사랑채에서 내어주는 맛난 주전부리들을 남동생에게만 먹였지만, 이제 더는 쌍생 여아들이 굶는 일은 없었다. 찬모 서안댁이 아이들이 배고픈 기색을 보이면 부뚜막에 앉혀서라도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었다. 여아들의 재주가 유별나고 인물 고와 팔자가 세겠다는 둥, 동네 사람들의 걱정만 듣다가 홍대감 댁에 이사 온 후부터는 영특하다, 뛰어나다는 등 좋은 소리만 들었다. 쌍생들은 안방, 사랑채,

행랑채로 불려 다니며 재주를 펼쳐야 했지만, 즐거운 나날이었다. 덕오는 한자를 줄줄 읽으며, 산학서의 문제들을 산가지로 척척 계산해 냈다. 말을 못 하는 덕주는 그림을 잘 그렸다. 사람과 강아지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그네들 표정을 아주 잘 그렸다. 그림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는 일이 많았다.

전 부치는 아낙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꼬다리를 얻어먹고 싶어 하는 간절한 아이 모습부터 똥 마려운 죽을 것 같은 표정까지, 절로 웃음이 터지는 그림들을 한가득 그려댔기 때문이다. 말은 못 했지만, 꽤나 시끄러운

아이였다. 그림으로 조잘조잘 계속 떠들어댔다. 새로 이사 온 집과 사람들 속에서 덕오와 덕주는 안온

해졌다. 덕주의 그림도 평온해져 온갖 웃음이 가득했다. 쌍생들에게 별채는 살아있는 극락이었다.


아버지는 매사 비틈 없고 철두철미 하였다. 사내지만 인물이 빼어 났고 먹고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첫혼인으로 맺어진 내자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후, 덕오 생모가 후처로 들었고, 전처 자식들과는 형제처럼 살았다 하였다. 까다롭고 냉담했던 사내가 후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아 동네 아낙들 혀 차는 소리가 우물가를 떠났지 않았다 하였다. 아버지는 가난했던 덕오의 외가에 무엇이든 도움을 주어 덕오 생모를 기쁘게 하였다. 내자를 아낌이 유별나 빨래터에 아낙들이 모이면 잘난 사내를 향한 질투와 후처에 대한 부러움을 욕처럼 떠들었다고 했다. 그리 살던 후처는 제 배로 난 어린 쌍생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에게는 후처에게서 난 세 살 쌍생 딸들과 전처에서 난 어중간하게 자란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아버지는 친척들의 성화에 군말 없이 셋째 부인 지 씨를 들였다. 서모는 큰 자식들 주렁주렁 달린 집에 노처녀로 아버지에게 시집왔다. 정인이 있었다는 말도 들렸지만 아버지는 개의치 않았고 지 씨가 아이들을 험하게 대하여도 간여치 않았다. 아버지는 서모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장성 해가는 자식들과 새로 들인 부인을 위해 묵묵히 일했다. 그리도 비틈 없고 열심히 일했던 아버지였다. 그랬던 이가 나랏일 말직에 앉아 큰돈을 범포했다. 곡식으로 투기하는 하는 배짱을 부리다 포도청에 잡혀갔다. 곡식은 하늘이 준다고 했는데, 곡식의 작황을 가지고 차익을 노리다 그 꼴이 났다고 했다. 식솔들이 많았으나 먹고 입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다. 거지가 된 것도 모자라 나랏돈을 손댄 아버지의 목이 저자에 목이 걸린다는 흉흉한 소리가 나돌았다.

서모가 덕오와 덕주에게 패악질을 부리고 툭하면 밥을 굶긴 것도 그때부터였다. 어느 날은 서모 지 씨가 순라꾼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다 싸움이 났고 유산을 했다. 유산의 분풀이를 오롯이 덕오, 덕주 차지였다. 첫 부인의 아이들은 장성하여 어려워했고, 쌍생들의 인물과 재주가 특출해 동네 사람들의 이쁨 받는 것을 싫어했다.

남편이 아꼈던 둘째 부인의 소생들이라 싫었고 어리고 만만한 여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옥살이하는 동안 죽을 만큼 맞는 날도 여럿 있었다. 덕오는 매를 맞다가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것을 그때 알았다. 숨을 못 쉬어 정신을 잃은 날도 있었고, 어린것들에게 매질을 너무하여 덕경 언니가 말리며 미친 듯이 울부짖는 날도 있었다. 어린것들을 향한 서모의 모진 학대가 계속되자 성씨네 후처가 쌍생들을 때리고 굶겨서 죽일 것이라고 소문이 돌았다. 흉한 소문이 돌자 부잣집에 첩으로 간 고모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들러 지 씨에게 눈치주며 어린것들을 챙겼다. 고모는 아버지도 살렸다. 고모가 중매하여 덕경언니를 권세 있는 대감의 첩으로 보낸 후, 아버지는

풀려 났고 그 큰돈을 범포하고도 한양 최고 세도가의 청지기가 되었다. 범포한 돈을 갚지도 못하였는데 세도가의 집 별채를 받아, 식솔들을 모두 데리고 들어가 청지기 생활을 시작하였다. 신사년 늦가을이었다.


수완 좋고 뛰어난 아버지였으나 너무 깊은 바닥으로 추락하여 무력하였다. 고모와 덕경 언니의 헌신으로 아버지는 옥살이에서 풀려났고 덕오의 이복형제들은 흩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서모가 덕오를 기생집으로 보내야 한다는 욕지거리도 더는 하지 않았다. 서모가 두려웠으나 덕오와 덕주는 평온해졌다.


노루귀꽃이 피려고 할 즈음, 궁에 사는 홍대감의 여식이 오는 날이라 이른 새벽부터 온 집안이 분주하였다.

곳간문이 활짝 열렸고 진귀한 식재료들이 끊임없이 찬간으로 옮겨졌다.

홍대감의 따님은 이 나라 조선의 세자빈이었다. 장차 임금될 분의 내자이고, 장차 임금 될 분의 어머니였다. 귀하다 한들 이보다 더한 귀함이 있을까. 얼굴을 볼 수도 있다는 설렘을 가지고 행랑채며 찬방을 왔다 갔다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가노들이 계속 분주하였고 얼쩡거리는 아이들에게 대놓고 눈치를 줘서 덕오는 동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햇볕 좋은 겨울날 동네친구 범개까지 만나 잔칫집 같이 시끌한 대감댁을 벗어나 재미나게 놀았다. 풀피리 불고 땅 치기 하고. 마음 다해 놀아본 날이 살아 몇 번 있었는지 가늠해 보다 도리질을 쳤다. 태어나 아직 십 년도 살지 못했던 것이다. 별채로 이사 온 후로 덕오는 제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모는 영악하다고 입에서 험한 소리를 내질렀지만, 복 없이 태어난 저가 남들보다 뛰어난 머리가 있음에 감사함을 비로써 느끼기 시작했다. 살 길이 있을 것이다. 그리 마음먹으니 저와 덕주가 아직 어린것도, 여자인 것도 무섭지 않았다. 한참을 놀다, 가노들 바쁜 것이 얼추 지났을 거라 생각한 덕오는 덕주와 범개 손을 잡고 마을로 들어섰다. 지금 돌아가면 맛난 것도 먹고 어른들을 성가시게도 하지 않아 딱, 좋았는데


“크렁렁. 크억크억” 세상 순한 큰돌이가 범처럼 온 이를 드러내고 어린 도령과 대치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덕오가 큰돌이를 쓰다 듬었지만 큰돌이는 계속 으르렁거리며 제 목소리를 거둘 기세가 아니었다. 큰돌이와

마주 선 도령의 두 손에도 돌멩이가 가득했다. 큰돌이가 낯선 도령을 경계하자 도령이 큰돌이에게 돌을 던진 듯하였다. 덕오가 도령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큰돌이에게 해칠 뜻이 없었다고 사죄하십시오”

“뭐라, 지금 나보고 짐승에게 사죄하란 말이냐” 격앙된 목소리로 도령이 덕오를 노려봤다.

“큰돌이에게 먼저 돌을 던지신 거 아닙니까.”

“저 놈이 나를 노려보며 먼저 이를 드러 내고 짖었다”

큰돌이 왼쪽 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미 돌멩이를 큰돌이에게 던진 듯하였다.

어리다 하나 무례한 양반이었다.

“동네에서 못 보던 이가 있으니 당연히 짖고 경계했겠지요” 덕오가 큰 소리를 냈다.

“빨리, 사죄하십시오. 설마, 그 돌멩이 전부를 큰돌이에게 던지실 거 아니지요”

“모두 던질 것이다. 허고, 나를 겁박한 저 똥개 가만 두지 않을 것이야”

“영민하고 순한 개입니다. 도련님께서 먼저 잘못 하신 거 같으니 미안하다고 하십시오.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계속 짖으면 그때 돌멩이 들고 겁박하셔도 됩니다. 정말 순한 개입니다. 도련님.”

어린 도령이 범보다 더 독한 눈빛으로 덕오를 노려보며

“나를 먼저 겁박했다 감히 똥개 주제에”

“낯선 이를 경계한 것입니다. 제가 큰돌이를 진정시키고 있으니 손에 든 돌멩이를 버리세요. 어서요”

범같이 변한 큰돌이의 모습에 놀라 손이 떨렸으나, 저 도령과 이리 대치하다가는 큰돌이는 결국 목숨을 잃을 것이다. 지체 높아 보이는 양반댁 도련님이 개에게 겁박당했다고 제 부모님에게 고하면 큰돌이는 바로 맞아서 죽을 것이다. 큰돌이를 잃을 수 없으니, 도령을 설득해야 했다. 큰돌이는 덩치만 컸지, 순하고 똑똑한 개였다.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붙임성 좋은 녀석인데 낯선 도령을 경계하다 이 지경까지 된 모양이었다. 도령은 덕오와 덕주, 범개, 큰돌이까지 번갈아 노려 보다 주르르 돌멩이를 바닥에 흘렸다.

그리고는 큰돌이를 향해 큰소리를 내었다.

“돌멩이 버렸다. 계속 그리 으렁 거릴 것이냐, 똥개야. 이 바보야”

“도련님, 그만 하시고 화난 표정도 푸세요”

도령이 화난 표정을 쓱 풀었다. 순간 덕오가 피식 웃었다. 시키는 대로 곧잘 따라 하는 도령의 모습이 귀여웠다. 덕오가 피식 웃자 도령은 왠지 덕오가 오래된 친우인 것 같았다. 왜 저가 저 여자 아이의 말을 고분하게 듣는지 의아했지만, 이리하면 저 아이와 친해질 것 같아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도령이 적개심을 풀었고 큰돌이도 인왕산 호랑이에서 순한 동네 개로 돌아왔다.

범개가 큰돌이의 상처에 된장을 발라주어야 한다고 집으로 뛰어가는 바람에 덕오는 영건을 감아 콘돌이 귀를 싸매 주었다. 돌멩이를 던진 도령 보란 듯이 정성을 들여 싸맸다.

“너는 사람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느냐”

“반가의 여식이냐, 양민이냐”

도령이 볼멘소리로 연이은 질문을 해댔다.

“무탈해 보이셔서 묻지 않았고, 가난한 반가의 여식이라 양민처럼 보시는 것입니다”

그리 대답해주고 덕오는 덕주 손을 잡고 휑하니 자리를 떠났다. 큰돌이에게 상처 준 이와 상종하기 싫었고

도령도 다치지 않았으니 도령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 더는 보기 싫었다.


길거리에 팽개치고 왔던 도련님은 홍대감댁 안방마님이 그토록 기다리던 따님의 아들이었다. 이 나라의 국본 세손. 도령이 세손임을 알았을 때, 덕오는 꿈결에 부처님 음성을 들었다. 이번 생은 고행길이니 열심히 수행에 임하라는 단정한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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