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 전에, 나였던 날들

by 박하린

엄마가 되기 전의 나는 더 가벼웠다.

갑자기 놀고 싶으면 친구 만나고,

발길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거침없이 가고,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걸 좋아했다.

그때의 나는 온전히 ‘나’로 존재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내 하루는 전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밥도 씻는 것도 잠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얼굴에 다크서클은 늘어가고,

몸은 점점 말라가고,

거울 속에 보이는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가끔은 “나는 어디 갔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내 손을 꼭 잡고

내 품에서 잠들어주는 순간,

나는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자라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는

조금 서툴고 조금 자유로웠지만

참 많이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조금 지치고 조금 무겁지만

누군가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아마 인생은

‘엄마 이전의 나’와 ‘엄마 이후의 나’가

서로 이어 붙여져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나다.

다만, 더 넓어진 마음과

더 깊어진 사랑을 가진 채로 다시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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