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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Oct 06. 2023

아프리카에 마그마도 있거든요


아프리카에는 피라미드도 있고 세렝게티도 있지만

펄펄 끓는 마그마,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 지프 타고 갈 수 있는 미니 화성도 있다.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의 숨겨진 보석

오후 8시. 나무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숙소(?)에서 물 2통을 들고 출발했다. 가로등이라고 없는 칠흙 같은 어둠에 둘러쌓인 와중에 저 멀리 붉은 빛이 아스라이 피어올랐다. 아프리카 대륙 한 가운데에서 마그마가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왜 한 밤에 투어를 시작하지? 의문을 가졌었는데 밤이 되어보니 알 것 같았다. 밤이 되어도 여전히 덥다.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 얼마나 걸려? ”

“ 한 두시간쯤? ”



마그마가 분출해 굳은 지형이 넓게 퍼져있다 보니 길을 걷는게 쉽지 않았다. 다듬어진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길을 불빛에 비춰 잘 보고 걸어야했고 더위와 벌레는 덤이었다. 그래도 걷다가 앞으로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붉은 불빛이 더 커진 것 같아 설레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시계를 슬쩍보니 겨우 30분 지나있었다. 괜히 물 두 통을 챙기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잠시 쉬는 타임. 십 수명의 사람들이 앓는 소리를 하며 큰 바위에 걸터 앉았다. 기진맥진했던 나는 그대로 드러눕다시피 했다. 하늘에 콕콕 박혀있는 별들을 감상하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 다시 출발하자 ! ”


이른 아침 잠든 아이들 깨우듯 가이드들은 손뼉 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더 걸었다. 후기에는 트래킹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나는 행군이라고 적고 싶다. 안나푸르나 저리가라 할 행군에 드러눞고 싶을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 마그마다!! ”


지금까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익을 것 같은 열기가 뿜어져나왔다. 삼겹살을 갖다대면 몇 초만에 노릇노릇 익을 것처럼 전에 느껴본 적는 온도였다. 땅이 갈라져 지구의 속살이 보이는 틈으로 마그마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태세로 땅 속을 내달리고 있었다. 2시간의 행군이 정당화되는 순간이었다. 아까보다 10도, 20도는 더 더워진 것 같았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덥다는 말은 하나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은 반짝거렸고 대자연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진 속의 모습이 지옥같아 보인다면, 전혀 아니다. 고된 행군 뒤에 마그마의 화염에 둘러 쌓여 대자연에 압도된 잊지 못할 뜨거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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