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였다. 두꺼운 여행책을 구입하며 세계여행을 꿈꾸게 한 세계는.
하지만,
꿈이 곧이 곧대로 이루어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남미갈 계획이 무산됐고 만만한 동남아로 떠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에서 계획에도 없던 아프리카 대륙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우유니사막과 같은 듯 다른 소금호수를 마주하게 되었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는 고산지대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기온이 약간 쌀쌀했다.
숨막히는 더위를 예상하고 나갔지만 긴팔 긴바지를 입은 사람들에 적잖이 놀랐다.
" 이게 모야... 아프리카 맞아? 햇빛에 계란 익는 대륙 아니었나? "
제법 여행할 맛이 나는 날씨에 콧노래가 나왔지만, 기우였다.
2박 3일 동안 떠났던 다나킬투어는 40도를 훌쩍 넘어선 50도를 찍었다.
지프차에서 내려 1분만 밖에 서 있어도 어질어질 해졌고 물을 아무리 먹어도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 이게 아프리카지... 이제 좀 아프리카답네 "
몸은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진짜 아프리카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엔돌핀이 분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도의 자이살메르에서, 안나푸르나 앞에서도 분비되었던 호르몬이 여기서도 나오기 시작한다. 뭔가 인생여행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해가 정수리를 넘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할 때쯤, 지프차를 타고 이동했다.
땅을 덮고 있던 모래는 차츰 사라져가고 눈 앞에는 하늘과 땅이 하얀색으로 칠해진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적당한 곳에 차를 멈춘 가이드는 살만해진 온도에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 자유야! 맘껏 돌아다니면서 놀아! 맥주도 있어! "
이렇게 푹푹 찌는데 호수라니. 고산도시와 50도의 푹푹찌는 온도, 그리고 무려 소금이 있는 호수라니.
에티오피아는 지구 속에 화성인 걸까?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매번 입이 벌어진다.
소금호수에서 소금을 캐는 일꾼들은 낙타에 소금을 얹고 팔러나간다.
수십마리가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찍고 있노라면 몰이꾼은 장난스런 포즈를 취한다.
극한의 더위와 노동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물 웅덩이를 자박자박 걷다보면 해가 지기 시작한다.
가이드가 공수해온 맥주를 먹으며 광활한 소금 호수에 한 점이 되어본다.
극한을 견디면 에티오피아든 어디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세상인 것 같다.
극한의 상황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이 반갑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