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구먼.”
“예?”
“안 보인다고, 자네 미래가.”
수상한 수정구슬을 들이밀던 점쟁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눈을 멀뚱멀뚱 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거금을 내고 찾아온 점집에서 이런 점괘를 내주다니. 학업도, 연애도, 취업도 3단으로 실패한 내게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가.
자동으로 손이 뒤통수로 향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버릇만큼은 고치려고 했는데,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발밑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고로 몸이 위태롭게 흔들릴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법. 그래서 머리채를 부여잡고 중심을 잡으려는 것이다.
궤변이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지 않으면 정신줄을 완전히 놓아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간신히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냈다.
“…그래서 어떡해야 하나요. 제 미래가 아예 안 보인다는 건….”
“자네, 잘 들어.”
“네?”
“보통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두 가지 의미를 가지지. 첫째, 곧 세상을 뜰 운명이거나. 둘째…”
잠시만. 네? 곧 제가 세상을 떠난다고요? 이게 무슨… 점쟁이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건가. 그렇다면 남은 개월은 얼마지. 다른 건 몰라도 통장 잔고만큼은 넉넉하게 있는데….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탈모가 와도 좋으니 미친 듯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어졌다. 어차피 떠날 운명이라면, 조금 더 막 살아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말장난 같지만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스펙 관리라는 명목으로 집, 학교, 도서관, 공원을 맴돌며 지루하기 짝이 없게 살아왔다면, 이제는…
아니, 잠깐만, 잠깐만. ‘집, 학교, 도서관, 공원’에서 얌전하게 공부하고 운동만 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럼 뭘 했냐고? 여러분이 알아서 생각하시길. 분명 듣자마자 혀를 차게 될 테니까.
아무튼 다시 현재, 점쟁이가 있는 텐트로 돌아와서. 나는 이 달갑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중이었다. 머리는 충분히 쥐어뜯었으니 이제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며. 안 돌아가는 혀를 굴려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궁금합니다. 어떡하면 될…”
“아직 말 다 안 끝났네.”
“예? 그게 무슨-”
“난 자네가 시한부 인생이라고 한 적 없어.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그저 난 미래를 엿볼 뿐이지.”
도대체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람? 머릿속이 단단히 굳어버려서 들려오는 말도 전부 튕겨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점쟁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여기 비치는 게 자네 얼굴밖에 없어. 그래서 자네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 거라네.”
아, 뭐야. 그럼 다행이죠. 애초에 나쁜 말도 아니었다는 거니까.
그때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이거 어영부영 넘어가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지금 나… 쌩돈 날린 건가?
복채를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결국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네, 미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저 답 없는 인간입니다!”
점쟁이가 이쪽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하하. 이번에도 자폭해버린 건가…. 오늘도 뻘짓 리스트 하나 더 갱신하네, 나.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천천히 천막 입구를 향해 걸어나왔다. 그때 점쟁이가 손을 덥석 잡았다.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요…. 미래가 안 보여서 찾아왔다니까요, 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자네 손으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네.”
그런 것쯤은 저도 안다고요. 그 미래가 어떨지 어떻게 알고요….
점쟁이의 손을 뿌리치고 천막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떻게 살지. 점쟁이도 답이 없다고 해, 내가 봐도 미래가 안 보여. 그렇다면….
모르겠다. 집에 가서 유튜브나 봐야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타로, 사주 봐드립니다. 한 시간에 5천 원.’
그래. 마지막으로 속는 셈치고 딱 한 번만 가보는 거야. 적어도 전등갓과 수정구슬도 헷갈리는 점쟁이보단 훨씬 나은 답을 내놓을 테니까!
전단지를 쥐어들고 지도 앱을 켰다. 여기서 5분 거리. 만족스러웠다. 이미 거금을 날려버렸지만 별 도리가 있겠는가?
내 미래는 내가 만들어나간다는 말 같은 건 믿지 않는다. 운명이 있다면 거기에 따르는 게 낫겠지.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지막 동아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