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독자를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2023 지최공 시작!
문피아와 네이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지최공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작품 집필을 어느 정도 끝내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상업작이 되기 위한 가장 첫 단계는 '작품 기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창기에는 예상 독자나 작품 기획, 시놉시스나 키워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우선이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상업 데뷔를 목표로 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 당시 글을 쓰고, 다른 사람도 제가 쓴 글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쓰는 캐릭터들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사실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작품과 기본 지표(선호작, 댓글, 좋아요 등의 차이)가 차이나고, 시장의 반응이 오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저의 작품을 보니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글을 못 쓰나?', '내 작품은 재미가 없나?', '읽을만한 가치가 없나?',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쓸 이유가 있을까?'
처음부터 상업을 목표로 했다면 이런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겠지만 글을 쓰면서 욕심은 나는데 시장 반응이 없어 낙담했습니다. 이때, 상업작 타이틀을 얻으려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웹소설 강의를 들었습니다. (유료) 각 플랫폼의 인기작을 분석해 해당 키워드로 작품을 기획해서 글을 써야 한다고 하더군요. 웹소설은 철저히 상업성이 가장 첫 번째 목표라고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저로서는 땅을 치며 지나간 세월을 후회합니다. '내 방법이 틀렸구나.', '이제라도 바꿔야지.', '바꾸면 잘 될 거야.'
그렇게 첫 번째 탈피의 결과로 인기작의 키워드를 선별해 작품을 기획합니다. 사실 기획이라는 말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웃깁니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시놉시스와 작품 기획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여주와 남주의 시작과 결말, 대강의 갈등만 짜서 글을 썼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당연히 망했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렇게 분석해서 성공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전 그렇지 못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인기작이라 하더라도 제가 좋아하지 않는 키워드를 선별해 작품을 쓰는 건 즐겁지 않았습니다. 즐겁지 않았다는 표현은 굉장히 순화된 표현입니다. 고통이었습니다. (기필코 대박작을 내겠다는 잘못된 아집으로 뭉쳐있었죠.)
저는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시골에서 자라 패스트푸드를 접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는다 해도 한 달에 한 번 먹는 치킨이 전부였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햄버거가 맛있다는 얘기를 늘 들어왔기 때문에 전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요. 먹자마자 첫 느낌은 '윽, 왜 이렇게 맛없어?'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햄버거지만 처음 먹은 햄버거는 정말정말 맛이 없었어요. 반면, 오빠는 맛있다며 자리에서 게 눈 감추듯이 다 먹고, 제 것마저 다 먹었습니다. 오빠는 햄버거를 먹은 경험이 있었던 걸까요?
웹소설도 똑같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웹소설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웹소설의 맛을 아는 사람이 잘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웹소설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돈의 맛을 아는 사람이 돈을 잘 벌고, 음식 장사를 잘 아는 사람이 음식을 잘 팝니다.
저도 돈 버는 일이 재밌다면 잠도 줄여가며 미친 듯이 돈만 벌텐데 돈 버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일은 적게 하며 돈을 버는 방법을 찾습니다. (인생에서 딱 두 번, 무언가 재밌어서 일주일 동안 2시간만 자고 그걸 했었는데요. 하나는 글 쓰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를 했을 때입니다. 유튜브는 하루 단위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그걸 보니 영상을 안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전 이걸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는 것이 기본 욕구마저 무시할 만큼 재밌을까요? 저는 아무리 노는 것이 재밌어도 식사를 5일 이상 굶어가면서까지 논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일은 잠과 음식까지 포기할 정도로 미친 듯이 했습니다. 잠잘 시간과 음식 먹을 시간마저 아깝더군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걸 써야 여러분의 작품의 독자가 아니라 팬(오타쿠)이 생깁니다. 시류를 타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 스테디셀러를 살펴보면 각 키워드의 진정한 맛을 살린 작품이 많습니다. 해당 키워드의 진짜배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오래 살아남죠.
이에 대한 대답이 긍정적이라면 첫 관문은 무사히 통과한 셈입니다. 그럼 두 번째 관문으로 가봅시다. 두 번째는 바로 소비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상업성을 띤다는 것은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고, 그 뜻은 여러분의 글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자, 독자가 찾지 않은 글은 외면받기 마련입니다.
초창기 실수와 연결되는 부분이지만 제가 좋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거라 초점이 '독자'가 아닌 '나'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독자의 니즈'와 '작가의 니즈'가 시작부터 일치해 대박 나는 작가분들도 있지만 전 그렇지 못했습니다.
취미로 글을 쓰고 싶다면 '작가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셔도 상관없지만 상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철저히 '독자의 니즈'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럼 대박은 아니더라도 상업작으로는 데뷔할 수 있는 글이 됩니다.
남성향의 경우, 문피아와 공동으로 네이버가 주최합니다. 그렇다면 작품을 올리는 플랫폼이 어디일까요? 네이버 웹소설이 아니라 문피아에 업로드합니다. 따라서 지최공에 참여하는 분들이라면 문피아 이용자들을 1차적으로 취향 저격해야 합니다. 문피아 이용자의 눈에 띄어야 본선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문피아 플랫폼 설치자 연령과 사용자 층은 20대(19세~29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연령대를 타깃으로 작품을 기획해야 할까요?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피아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50대입니다. 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와는 또 다른 결과인데요. 도대체 어디의 기준에 맞춰야 할까요?
답을 내기 어려울 때면 늘 기본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지난 글에서 '기출문제'에 답이 있다고 했듯이 지최공 수상작을 분석해 보면 그 답이 바로 나옵니다.
위 그래프는 차례대로,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치명적인 남자, 어게인 라이프!, 나 혼자 탑에서 농사, 사천당가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 이 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 미들어스 2049의 구매 연령대입니다.
사실 구매 연령대가 지최공 때부터 읽은 독자와 반드시 일치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작품을 재미있게 보고, 끝까지 따라오는 독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압도적으로 30대~40대가 많습니다. 그다음이 50대이며 20대와 10대는 그 파이가 크지 않습니다. (10대와 20대는 지최공 당선작을 상대적으로 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이들에 비해 30대~50대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는 건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체감하기에는 10대와 20대는 노벨피아에 많다고 느껴지기에 설문조사 결과를 여러 각도에서 쪼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위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하고 집필해야 합니다. 실제로 문피아 내에서 작품이 유료 연재가 되기 전, 독자들이 자유롭게 무료 작품을 추천하는 게시판이 있는데요. 그곳에 올라온 글을 보면 30대~50대 남성 분들이 추천글을 정성스럽게 작성합니다. 작품을 사랑하고 아끼는 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여러분이 집필한 글의 타겟층이 30대~50대 남성 분들이라면 반쯤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게임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가는 세상.
히든 특성 들고 시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키워드: 판타지, 현대판타지, 게임시스템, 귀환, 사이다, 착각, 헌터, 고인물, 먼치킨
치명적인 남자, 어게인 라이프!
<어머, 이 남자들. 어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강유현의 '어게인 라이프!'
키워드: 드라마, 방송, 복수, 천재, 여행, 연예계, 회귀, 힐링, 과학자, 투자가
나 혼자 탑에서 농사
탑에 조난당했다.
나 구해줄 사람?
키워드: 현대판타지, 농사, 던전, 생존, 요리, 착각, 힐링, 농부, 고인물, 노력가
사천당가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
독과 암기의 명가.
사천당가의 인물로 태어난 당연명은 문득 검에 미쳐 살았던 전생을 각성한다.
'이번 생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하게 살려면, 역시 검술 실력은 숨겨야겠지.
그런데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키워드: 무협, 사이다, 전생, 착각, 무인, 먼치킨, 소드마스터
이 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
오늘도 나는 이 세계로 캠핑을 떠난다.
천재 요리사의 시골 라이프.
키워드: 판타지, 현대판타지, 여행, 요리, 이 세계, 차원이동, 힐링, 요리사
미들어스 2049
태평양 한가운데 세워진 가상의 거대도시 미들랜드.
그곳에서 펼쳐지는 오러 마스터 로크의 이야기.
키워드: 판타지, 사이버펑크, 용병, 소드마스터
2022년 그것도 대상과 최우수상작만 가져왔는데요. 역시나 남성향의 작품 소개글은 여성향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짧습니다. 그나마 사천당가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가 살짝 긴데요. 남성향은 결국, 주인공이 얼마나 매력 있는 인물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남성향은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든지 먼치킨이어야 합니다. 이 능력을 지력으로 줄 것이냐 체력으로 줄 것이냐 아니면 특별한 이능력으로 줄 것이냐에 따라 소재가 나눠집니다.
조금 놀라운 건 대상작이 게임시스템이라는 거였는데요. 10대~30대에만 익숙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40대~50대 분들까지 매력을 느끼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이 없겠지만요.)
키워드만 봐도 대세의 흐름이 보입니다. 2022년에는 유난히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보이는데요. 다들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겨운 한 해여서 그럴까요? 이 부분은 다른 해와 비교해서 특이한 점으로 보입니다. 2021년에는 힐링을 내세운 작품이 도드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2년과 2023년 지최공 사이에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미쳤던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결말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았지만 해당 작품을 읽기 위해 평소 웹소설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 원작을 읽기 위해 유입됐습니다. 종이책까지 출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요. 해당 작품이 방영된 이후 처음 있는 공모전인 만큼 신박한 재벌물이 등장한다면 30대~50대 독자들은 작품을 클릭해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30대~50대가 관심 가지는 소재나 사건을 기반으로 작품을 기획해야 합니다. 연령대별 트렌드는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네이버키워드도구:네이버광고시스템>도구>키워드도구
• 카카오 데이터 트렌드 : https://datatrend.kakao.com/
해당 사이트 활용법은 다음에 자세히 적도록 하겠습니다.
상위권 수상작에 늘 이름을 올리는 건 무협입니다. 무협은 헤비 독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상업작으로 출간되는 작품은 거의 찾아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스테디 키워드를 선별해 작품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특출 나게 뛰어난 인기작과 키워드가 겹치면 사실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이 찾아볼 확률이 높습니다. 지최공 공모전 기간이고,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완결이 났더라도 해당 키워드에 재미를 느낀 독자들은 비슷한 소재와 키워드를 가진 다른 작품을 찾습니다. 이 부분은 웹소설 시장의 특이한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서로 배타적으로 땅따먹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파이가 커지는 형태입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있지만 무료 연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재(줄거리)이고, 소재와 줄거리를 직접적으로 제목에서 보여준다면 유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지최공 참여하는 모든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