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을 이기는 스토리의 힘
작품 분석 방법 및 작법서는
작가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가장 많이 팔린 작법서가 존재하지만 창작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작법 비법이나 창작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작법서나 글쓰기 방법론을 모두 읽었지만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제가 직접 적용하고 깨달은 방식으로 작품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수준으로는 대가들의 창작법이나 작법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사대주의는 아니지만 동일한 주제로 국내와 해외 책이 있다면 저는 우선 해외 저자의 책부터 읽습니다. 작법서의 경우, 출판된 책이 그리 방대하지 않기 때문에 번역된 외국 작법서를 모두 읽었는데도 여전히 장편 소설을 구상하고 결말까지 이끌어 내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도전한 단편 및 초단편도 쉽지 않아 크게 좌절했죠.)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 저자의 작법서와 글쓰기 책을 읽었는데요. 이 분야만큼은 신기하게도 외국 저자의 방식보다 한국 저자의 책에서 적용하고 공감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작법에도 한국인의 정서라는 게 있을까요?)
웹소설 작가로 유명하신 분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기함을 토한 적이 있습니다. 유료 연재 작품을 실시간 연재, 이틀 전에 초고를 쓰고(혹은 하루 전에) 그다음 날 퇴고를 해서 올린다는 내용이었죠.
조회수가 높은 편에 속하는 영상이었는데 신인 작가분들이나 작가를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잘 나가는 분들의 노하우나 비결을 따라 하기보다 신인 작가분들의 절규나 실패담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게 오히려 피가 되고 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작품을 써 내려가기 위한 (저만의) 작품 분석법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은 아닐 수도 있지만 '완전한 작법' 방식을 적용하면 영화나 소설, 웹소설 등 모든 작품 분석이 쉬워집니다.)
모든 스토리의 핵심은 '주인공'입니다. 대부분의 작품 주인공은 1명이거나 아니면 남주와 여주로 2명입니다. 혹은 러브 액츄얼리와 같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옴니버스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신 분들이라면
주인공이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박해일이 연기한 장해준일까요? 아니면 탕웨이가 연기한 송서래일까요? 아니면 두 명 모두 주인공인가요? 사실 여기에서부터 갈림길이 시작됩니다. 정답은 없어요. 누군가는 박해일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른 이는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주인공은 당연히 탕웨이죠!'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두 명 모두 주인공이라고 외칠 수도 있습니다. 각자 작품을 분석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만, 제가 판단했을 때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은 '송서래' 한 명입니다.
주인공을 판단하는 기준: 작품 내에서 '결점'이 있는 자는 모두 주인공이다
저는 스토리를 구성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혹자는 특정 상황이나 클라이맥스 장면, 소재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작품을 시작한 경우가 있지만 전부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용두사미나, 습작 결말을 피하기 위한 완전한 작품 계획의 시작은 '주인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의 결점을 아주 치밀하게 구상하고 설계하는데요. 주인공의 결점을 완벽하게 설정한 후에 이야기 플롯이나 주인공의 욕망과 목표, 조연과 악역, 주변인 등을 설계해 나갑니다.
장해준과 송서래 중 결점이 있는 사람은 '송서래'다
혹자는 장해준도 결점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고, 혹은 '송서래가 결점이 있다고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두 인물을 꼼꼼히 분석한 결과, 작품 내에서 결점을 가지고 시작한 자는 '송서래'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내용 중 하나가 '결점'이라는 요소입니다. 다음 중 주인공의 결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1. 주인공은 강아지를 싫어한다.
2. 주인공은 천애 고아 출신이다.
3. 얼굴이나 몸에 문신과 흉터가 많다.
4. 주인공은 범죄 경력을 가진 전과자다.
위와 같은 요소들은 캐릭터의 '결점'이 되지 못합니다. 캐릭터의 '특징'이나 '서사'에 속하는 내용을 '결점'으로 설정해 작품을 설계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이 부분에 대한 자신만의 정확한 잣대를 세워야지만 단추를 잘못 꿰지 않고 올바르게 작품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결점'이란 작품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구심점 즉, 캐릭터의 인생에 영구적인 장애를 남길만한 믿음입니다. 결점이 작품 전체의 분량이나 분위기, 서사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토리란 결국,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 낸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무수한 좌절 끝에 맞이하는 결말입니다. 캐릭터의 결점이 초반부에 제시되고 그 결점이 캐릭터의 인생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캐릭터가 결점을 극복하면 해피엔딩이지만 극복하지 못할 경우, 새드엔딩이 됩니다.
서래의 결점
이 세상에 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
캐릭터의 결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흠, 이 캐릭터의 결점은 이걸로 해볼까?' 해서 주어지는 걸까요? 아닙니다. 캐릭터의 결점은 캐릭터의 '서사'에 달려 있습니다.
캐릭터의 '서사'란 캐릭터의 '역사'입니다. 캐릭터는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견고하고 부서지지 않는 '결점'을 만들어 냅니다.
캐릭터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결점'을 먼저 설정한 뒤, 캐릭터의 '서사'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에 비교하여 생각해 봅시다. 자신의 결점이 만들어지고 난 뒤 인생을 살아가나요? 아닙니다. 이러이러한 인생을 살다 보니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무의식 중에 생성된 것이 바로 결점입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점보다 캐릭터의 인생이 먼저 설계되어야 합니다. '캐릭터가 살아온 환경 및 삶으로 인해 이러한 결점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의 순서로 가야 합니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자라난 주인공
기초생활 수급자로 자라난 주인공을 생각해 볼까요?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돈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매일같이 서로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주인공은 집안에 있을 때면 부모님의 눈치를 봅니다. 아니면 이 소리가 듣기 싫어 집 밖을 돌아다니는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주인공이 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 배경에 살을 붙이면 더 심도 있는 서사가 가능합니다. 부모님도 기초 수급자였고, 부모님의 부모님도 기초 수급자였던 가문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보증으로 인해 한 순간에 기초 수급자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부모님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해 성인이 된 이후에 기초 수급자가 돼버린 케이스 등 아주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기초 수급자라는 배경을 가지고도 '왜 기초 수급자가 되었느냐?'라는 질문에 따라 주인공의 성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이런 과거가 쌓여 주인공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내가 기초 수급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나서 모두에게 무시당했어. 어떻게든 내 과거를 숨길 거야.'라며 자신의 과거를 감추다 못해 나중에는 거짓으로 꾸며내는 결점이 주인공을 리플리 증후군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혹은 진실한 교우 관계를 맺지 못하는 영구적인 성격 장애를 갖게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송서래라는 인물의 결점을 파악하기 위해선 그녀의 과거를 현미경으로 아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헤어질 결심 대본집을 통해 알아낸 송서래의 과거 사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송서래, 조선족 아니고 걍 한족 중국인이구요, 살인 용의잡니다. 중국 돌아가면 최소 무기징역이에요.
2. 해준과 서래의 대화
- 해준: 15년 8월 17일, 해경이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화물선에서 불법 입국하려던 중국인들을 적발했어요. 다른 서른일곱 명은 추방됐는데 송서래 씨만 여기 남았네요?
- 서래: 전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니까요. 제 외조부는 만주 조선해방군의 계봉석 씹니다. 알아준 기도수 씨 덕에 건국 훈장을 받으셨어요.
3. 엄마, 난 엄마를 전문적으로 돌보려고 간호사가 됐는데 엄마는, 간호사니까 전문적으로 죽여 달라고 하네? 마침내 결심을 한 건, 엄마가 죽으려고 주사 바늘을 삼켰을 때. 그래서 원하던 방식으로 보내 드렸어요, 펜타닐 네 알이면 돼요.
4. 따님이 미인이시네.
5. 내 어머니의 친부모도 항일운동가였습니다. 그분들이 일본군에 의해 돌아가시자, 계봉석 씨가 내 어머니를 입양해서 키웠어요. 그런 사실이 핏줄보다 중요한 거 아니야?
송서래의 결점을 만든 과거
1. 송서래의 외조부는 조선인 출신으로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2. 중국에서 태어났으며 간호사로 일했다.
3. 엄마는 늘 그녀에게 외조부의 산(호미산)이 한국에 있으니 그것은 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 상속)
4. 중국에서 오랜 병상 생활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간호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죽였다.
5. 살인 용의자가 된 그녀는 무기징역을 피하기 위해 중국을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6. 불법 체류자 신세로 한국에 밀항했고, 출입국 사무소 면접관인 기도수(남편)를 만났다.
7. 기도수는 송서래 외조부가 독립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그녀와 결혼했다.
8. 하지만, 엄마가 외조부의 친딸이 아닌 입양딸이라 상속 재판에 패소해 산을 물려받지 못한다.
9. 한국에서 송서래는 출장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10. 그녀를 본 모든 사람들이 미모를 칭송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다.
11. 남편의 살해 용의자에 올라 조사를 받기 시작한다.
남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송서래의 삶은 단편적으로만 제공됩니다. 각각의 단서들이 시계 시간이 아닌 서술 시간으로 관객들에게 제공되어 서래의 삶을 지배하는 결점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했듯이 시계 시간을 서술 시간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야 말로 창작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송서래가 한국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1. 중국에서 연명을 원치 않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2. 간호사라는 신분을 이용해(펜타닐 습득) 엄마를 보내드렸지만 중국에서 살인 용의자가 된다.
3. 중국을 떠나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저는 3번의 이유로 서래의 외할아버지가 '조선인 독립 유공자'인 설정이 등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독립 후손가의 자손에게는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법안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어머니도 죽고 자신은 살인 용의자가 되어 중국에선 출국 금지 명령이 내려졌을 겁니다. 전부터 그랬지만 이제 그녀가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습니다. 서래는 국적을 부여받을 수 있는 독립 후손가 자손이라고 생각해 한국행을 택했을 겁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밀입국을 택합니다.
잘못된 선택은 잘못된 결과를 이끈다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올바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송서래의 밀입국이라는 '잘못된 선택(이지만 그녀의 결점에 따른 당연한 선택)'은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기도수 남편과 결혼하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집니다. 사실 정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 송서래는 왜 기도수와 결혼했나?
- 정말 사랑으로 한 결혼인가?
-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나?
-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둘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의 모습은 단편적으로만 언급될 뿐, 결혼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없습니다. 송서래가 왜 기도수를 택했는지 다음 대사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1. 출입국외국인청에서 공무원 하다가 은퇴했구요. 지금은 거기 민간 면접관이래요.
2. 해준과 서래의 대화
- 해준: 응급실 간 날짜들 맞죠? 이때도 산에 안 간다고 때리던가요?
- 서래: 여섯 살 때 엄마가 집 나갔대요, 그래서.......
- 해준: 그래서 거절을 당하면 여섯 살이 된다는 말인가요? 그래서 불쌍했다는 겁니까?
- 서래: 제 얘기 듣고 울어 준 단일한 한국 사람이에요.
3. 나의 남편은, 한여름 배의 생선 창고에 갇힌 채 열흘 동안 떠돌았던 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해골 같은 얼굴에 똥이 묻고, 미친 사람처럼 몸을 앞뒤로 흔들었습니다. 그는 그 냄새도 맡았고 내 말을 경청했습니다. 그는 나를 믿었고,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다.
4. 심지어 웃지도 못했어요,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압박해서. 경찰에 신고하자고, 이러고도 웃음이 나오냐고 했더니 또 웃으려고 하더라고요, 참...... 나중에 들으니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대요, 남편이 이제 안 때린다고 막 비니까.
5. 해준과 서래의 대화
- 해준: 경찰에 신고를 안 해요! 왜 경찰은 안 믿어요!
- 서래: 중국 돌려보낸다고......
6. 나는 왜 그런 남자들하고 결혼할까요? ...... 해준 씨 같은 바람직한 남자들은 나랑 결혼해 주지 않으니까.
기도수와 송서래가 같이 찍은 사진을 본 형사의 첫마디는 '딸이 예쁘다'였습니다. 둘의 첫인상은 부부 관계라기보다 부녀 관계로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기도수는 송서래에게 첫눈에 반했을 것입니다. 송서래는 마음이 동할 만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다만, 송서래를 향한 감정은 기도수만이 알고 있는데 그는 작품이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망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의 속마음을 알아낼 길이 없습니다.
서래는 왜 기도수를 택했을까요?
계속 말했듯이 서래의 완전한 결점을 파악하기 위한 과거 이야기는 여전히 충분치 않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외모가 한국에서만 통했을까요? 중국에서도 그녀를 흠모하는 사람은 많았을 거고, 무엇보다 언어가 통하는 곳인데 왜 가정을 꾸리지 못했을까. 직업도 간호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독립 유공자라는 태생 때문에 중국에서 차별을 받았을까요?
송서래가 어머니의 치료를 이어갈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 금전적인 요인이 컸을 겁니다. 아버지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기에 서래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돈을 벌고 어머니를 부양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건 쉽지 않은 삶이었겠죠.
결국, 서래는 밀입국 끝에 출입국 사무소를 은퇴하고 면접관으로 일하는 기도수를 만납니다. 기도수는 밀입국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출입을 허하는 불법적인 일도 은밀히 자행해 왔는데요. 38명의 밀입국자 중 유일하게 한국에 남은 인물은 서래였습니다. 아마, 기도수가 서래를 도와줬을 테고 이 사건 이후, 어떤 식으로든 서로를 마음에 품게 됩니다.
그런데 이 상황만 본다면 서래가 기도수와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조건만 제외한다면 말이죠. "나와 결혼하면 한국에 머무를 수 있어. 당신 외조부가 독립 유공자 훈장을 받는 것도 도와주지."
기도수의 아내로 살기 시작한 서래는 의뭉스러운 전조들을 경험합니다. 이상 성욕으로 보이는 소유욕이라던가 집착 그리고 폭력성. 참다못한 서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외조부가 독립 유공자 훈장을 받으면 한국 국적이 주어져 남편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친딸이 아닌 입양된 딸이었고 이를 증명할 서류가 없어 서래는 독립 유공자 후손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하고, 기도수는 이것으로 서래를 협박했을 겁니다. "하, 이혼? 그래, 까짓것 해줄게. 이혼하자마자 출입국 사무소에 신고해 추방시켜 버릴 거야!"
송서래의 결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한 개인의 결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결점을 강화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결과, 캐릭터의 인생을 끌고가는 커다란 결점으로 자랍니다.
1. 살인 용의자인 송서래는 중국(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그녀는 살기 위해 한국 밀입항을 선택한다.
2. 한국에 밀입국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남자, 기도수를 만난다. 한국에서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도와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그녀는 감동한다. 그와 결혼하지만 이후, 더 비참한 삶이 펼쳐진다.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인한 지옥 같은 현실. 그리고 이혼을 하게 되면 중국으로 추방돼 평생 감옥살이를 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서래는 또다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살기 위해 그녀는 또 다른 선택을 한다. 남편 기도수를 죽인다.
송서래의 시작점이 정해졌습니다
이제 스토리의 시작점이 정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송서래이며 그녀의 결점은 '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토리를 시작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캐릭터의 '결점'이라고 했는데요. 또 하나의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작품의 '주제'입니다. '헤어질 결심'은 제가 창작한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주제'는 작품 분석을 하는 시작 부분에서 파악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난 뒤에야 작가와 감독이 말하려는 '주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라면 시작점에서 반드시 캐릭터의 '결점'과 '주제'를 결정하고 스토리 라인과 시놉시스, 트리트먼트를 구성해야 합니다. 작법서를 읽어보면 '주제'에 대한 부분은 다른 것만큼 강조되지 않지만 용두사망의 결말을 피하기 위해선 반드시 작품 구성 단계에 캐릭터의 '결점'과 작품의 '주제'를 설정해두어야 합니다.
작품 설정 및 구상에 관한 포스팅에서 결점과 주제에 대한 상관성을 설명하겠지만 둘은 시작과 끝에 놓인 요소가 아닙니다. 결점과 주제는 서로 핑퐁 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행되고, 시작 단계에서는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 요소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캐릭터의 결점을 깨부수고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작품의 주제 의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읽는데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간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작품 주제를 시작 단계에서 제대로 구성하지 않아 발생하는 결과입니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접하는 기-승-전-결 구조는 하나도 빠짐없이 '서술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작자가 인위적으로 '서술한' 시간이자 사건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극적 시간', 독자들이 소설을 읽을 때의 '독서 시간', 영화를 시청할 때의 '시청 시간'입니다.
서술 시간 = 극적 시간 = 독서 시간 = 시청 시간
그런데 위의 시간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순서입니다. 인위적으로 시계열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네! 맞습니다. 자연적인 시계 흐름이 필요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신이 무엇이죠? 바로 형사들이 산에 올라 어떤 한 남자의 죽음을 조사하는 모습입니다. 그의 부인인 송서래가 용의자에 올라 조사를 받고 장해준과 송서래의 접점이 많아집니다.
수사 결과, 송서래는 살해 혐의를 벗고 자살로 사건이 종결되는데요. 그 후, 장해준은 우연히 송서래가 간호하는 할머니의 휴대폰을 보고 에피파니를 느낍니다. 기도수를 죽인 건 송서래구나.
여기까지 본다면 자연적인 시간 흐름은 무엇인가요?
1. 송서래가 남편을 죽였다.
2. 남편의 시체를 형사들이 발견한다.
3. 형사들은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아내인 송서래를 조사한다.
4. 송서래는 살해 혐의를 벗고 자유로워진다.
위와 같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시간 흐름을 '이야기 시간', '스토리 시간, '시계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시간 = 스토리 시간 = 시계 시간
플롯을 짜기 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캐릭터의 '시계 시간'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계 시간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 무엇이라고 했나요? 네, 바로 캐릭터의 '결점'이고, 결점은 언제 만들어지나요? 바로 캐릭터의 과거 인생에 의해 결정된 내용입니다.
1. 캐릭터의 결점은 무엇인가?
2. 캐릭터의 결점을 만든 그의 과거는 무엇인가? (과거의 결정적이고 주요한 사건들)
3. 그 결점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가? 주인공이 극복하는 결말인가? 아니면 굴복하는 결말인가?
여기까지 온다면 절반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캐릭터의 결점을 구상하고 그의 과거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캐릭터의 결점을 결정짓는 과거의 사건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어야 독자들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해 그가 행복한 결말을 맞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소위 독자들의 머리채를 잡고 끝까지 이끌고 나가는 힘은 첫 장면(초반)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스토리에 등장한 주인공에 독자가 감정을 이입한 뒤, 그의 행복한 결말을 바란다면 해당 스토리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경우, 연독률이 높은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독자들이 사선 읽기를 하면서도 끝까지 작품을 따라옵니다. 왜냐고요? 주인공과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초반부에 독자들의 머리채를 잡고 달리는 것(후킹)에 성공한 작품이 이러합니다. 다만, 중반 이후부터 늘어지거나 전개가 산으로 가면 독자들은 사선 읽기를 시작하죠.
매력적인 악역의 탄생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분석하고 작법하는 내용에서 주인공은 모두 '결점'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꼭 1명만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악역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의견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요. 캐릭터 1명의 결점 및 과거 서사를 설계하고, 작품의 주제와 연결 지어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2명 이상 등장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작품 구상에만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어 글을 쓰기도 전에 포기할지 모릅니다.
헤어질 결심이 쉽지 않은 영화인 이유
헤어질 결심이 정말 쉽지 않은 이유가 저는 여기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주인공 설정과 그가 맞이하는 결말. 송서래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나요?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에 해피 엔딩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장해준 형사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해피 엔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송서래가 살아있다면 장해준은 형사로서의 인생은 끝이 날 테니까요. 그리고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주인공의 욕망입니다.
송서래의 욕망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이나 일반 작법서를 보면 '주인공의 욕망'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됩니다. 저도 이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작품 구상 및 작법 순서로 봤을 때 주인공의 욕망이 1순위가 아닙니다. 결점으로 인해 주인공의 욕망이 생기기 때문에 1순위가 결점이고 그다음이 주인공의 욕망입니다.
사실 욕망이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해서 쉽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단어로 치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참고로 주인공이 가진 욕망이나 목표는 작품 내에서 여러 개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에서 등장한 송서래의 처음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바로 남편을 죽이는 것.
송서래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착한 심성의 소유자이며 어머니를 마지막까지 지극 정성으로 보살필 만큼 효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송서래가 이 목표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로 남편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두려움과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의 과거 및 서사)
남편을 죽이고 싶은 송서래의 욕망은 잘못됐나요?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남편을 죽이려는 송서래의 욕망. 잘못됐나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은 창작자이자 작가이자 여러분이 만든 세계의 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해 마지않는 주인공이 어느 날, 목표를 가집니다. “저, 남편을 죽일래요. 그를 죽여야지만 제가 살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반응하실 건가요?
욕망 자체에 옳고 그름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캐릭터가 갖는 욕망 자체에 옳고 그름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죽인다’는 명제 자체는 그른 것입니다. 그런데 송서래의 욕망이 ‘남편을 죽인다’라는 건 괜찮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사건의 결과가 아닌 단순한 ‘욕망’이자 ‘목표’이자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인생을 살면서 가졌던 욕망과 목표, 그리고 계획이 모두 이루어졌나요? (이뤄낸 분도 계시겠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모두 ‘아니다’ 일 겁니다. 따라서 캐릭터가 가지는 욕망 자체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됩니다.
하나, 욕망의 결과에 대한 옳고 그름은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서래의 운명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작품(영화나 소설, 웹소설도)은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결말을 가집니다.
죄의 동기와 상관없이 죄의 결과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
장발장은 빵 하나 훔쳤을 뿐인데 오랜 옥살이를 했습니다. 사람을 살인한 죄는 어떨까요? 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죽였다 하더라도 법치 국가에서는 살인죄로 처벌됩니다. 범죄 동기와 상관없이 사회에서 범죄로 지정된 행위를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요즘 웹소설에서 이 법칙에 예외를 두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긴 합니다만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 장르라 대리만족을 위해 그런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는 됩니다. (이것 또한 작가의 선택입니다만, 저는 아직가지 인과응보, 권선징악에 따른 이야기가 좋습니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다루고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복수에 대한 열의가 들끓는 일이지만 이걸 사회적 테두리가 아닌 개인의 테두리로 한정 지어 해결한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직접적인 접촉 없이 가해자들이 피해를 입거나 죽게 된다면 주인공은 죄가 없는 걸까요?
이런 문제는 단편적으로 판단이 어렵고 개인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다만, 주인공이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그가 복수에 성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바로 주인공의 '과거 서사'와 '결점'입니다.
각 캐릭터에게 어떤 과거와 서사를 부여할지 '결점'과 '플롯', 작품의 '주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지어야 합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는 '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라는 결점을 지녔고, 당장 눈앞에 닥친 위험은 '남편의 가정 폭력'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떠올려보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점점 심각해집니다. 캐릭터가 무언가 해야만 하는 벼랑 끝 상황에 처합니다.
서래는 살기 위해 '남편을 죽인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실행에 옮기고, 성공합니다. 그녀가 살인이라는 선택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의 어머니도 죽음으로 이끈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1. 서래의 결점: 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
2. 작품 속 서래의 첫 번째 목표(욕망): 내가 살기 위해 남편이 죽어야 한다.
3. 첫 번째 목표 결과: 서래는 남편을 죽이는 데 성공하고 형사 장해준은 송서래를 사랑하게 된다.
4. 작품 속 서래의 두 번째 목표(욕망): 장해준 형사의 인생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5. 두 번째 목표 결과: 세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6. 서래의 운명(스토리의 결말): 살인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길고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작품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불륜의 끝은 파멸이다?
작품의 창작가가 아닌 이상 캐릭터의 결점 및 작품의 주제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일이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악인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
가장 처음 떠올린 작품의 주제였습니다. 이게 작품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 이유는 작품 내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대한 설명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오류가 발생합니다. 장해준이라는 인물은 포함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는 형사임에도 살인 용의자를 제 손으로 풀어줍니다. 만약 영화의 주제가 이것이었다면 장해준도 악인이기 때문에 벌을 받는 내용이 잠깐이라도 등장해야 합니다.
사랑은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가치다
위 문장으로 헤어질 결심에 등장하는 인물을 반추해 보면 얼추 들어맞습니다. 송서래의 어머니도 딸을 사랑하기에 그녀의 손에 죽기를 원하고, 송서래 또한 장해준을 사랑하기에 죽음을 택합니다. 등장인물이 죽임을 당하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이유가 모두 '사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내용이 주제라면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와 결말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하는데 작품의 결말부에 주인공인 송서래는 자살을 택합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파괴적인 가치다
이걸 주제로 생각하니 잔잔한 파동이 일어나던 마음이 편-안 해졌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행동 및 결과, 사건들을 이 주제로 분석하면 서로 어긋남 없이 톱니바퀴처럼 아주 잘 흘러갑니다.
기도수. 그의 폭력적인 성향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송서래를 죽이는 방식이었죠. 장해준의 사랑은 송서래를 살렸지만 그로 인해 장해준의 인생은 붕괴됩니다. 송서래는 장해준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장해준을 파멸로 몰고 갑니다. 그래서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을 택합니다.
작품을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결점' 및 작품의 '주제'가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지만 창작자라면 반대가 되어야 합니다.
주인공의 '결점' 및 '주제'를 설정해 놓고 모든 걸 시작해야 소위 용두사망 엔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소위 띵작, 시간이 흘러도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일관적인 주제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한눈에 보는
헤어질 결심 스토리 보드
서래의 결점: 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
1. 원인: 송서래는 중국에서 어머니를 펜타닐로 죽이고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1의 결과: 살기 위해 중국을 떠나야 하는 송서래는 외조부가 독립 운동가였기 때문에 한국으로 밀입국을 선택한다.
2. 원인: 출입국 단속반인 기도수에게 발각되어 추방될 위기에 처하지만 기도수는 송서래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추방시키지 않는다.
2의 결과: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을 만난 송서래는 그와 나이차가 나지만 결혼을 선택한다.
3. 원인: 기도수는 결혼 후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가정 폭력 및 가학적으로 송서래를 대한다.
3의 결과: 이로 인해 송서래의 결점은 더욱 강화된다.(이유 없이 내 인생을 도와줄 누군가가 존재할리 없다.) 안전의 욕구는 언제나 위협받고, 한국에서 추방할 거라는 기도수의 협박에 송서래는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4. 원인: 송서래는 기도수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4의 결과: 송서래는 남편의 살해 용의자에 올라 형사 장해준을 만나고, 살아남기 위해 증거들을 조작한다
5. 원인: 장해준 형사는 송서래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신사적이고 친절한 인물이다. 하지만 송서래는 자신의 결점으로 인해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살해 혐의를 벗기 위해 노력한다.
5의 결과: 송서래는 살해 혐의를 벗고, 남편의 사건은 자살로 종결된다.
6. 원인: 송서래와 장해준은 급격히 친밀해지고 이 과정에서 장해준은 남편을 살해한 사람이 송서래라는 걸 깨닫고 큰 배신감을 느낀다.
6의 결과: 장해준의 추궁에 송서래는 남편을 살해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장해준은 송서래의 살해 증거가 되는 휴대폰을 바다에 버리라고 말하고 그녀를 떠난다.
송서래는 장해준의 행동을 보고 그녀의 결점(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 충격적 진실을 깨닫는다. 송서래는 자신의 결점을 완전히 무너뜨린 장해준이라는 인물을 사랑하게 된다. 서래가 가진 결점도 변화한다. (1부 끝)
7. 원인: 송서래는 장해준에게 큰 상처를 주고, 더 나아가서는 그의 인생을 붕괴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7의 결과: 송서래는 임호신(새 남편)과 함께 장해준이 살고 있는 이포로 이사한 뒤 우연을 가장해 그와 마주친다.
8. 원인: 장해준과의 관계를 의심한 임호신은 송서래의 휴대폰을 확인하다 장해준의 범죄 자백이 담긴 녹음 파일을 듣게 된다.
8의 결과: 송서래는 이번만큼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장해준을 위해 또 한 번의 살인을 저지른다.
9. 원인: 다시 한번, 살인 사건 용의자와 형사로 마주한 송서래와 장해준. 장해준은 그녀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건을 수사한다.
9의 결과: 임호신을 죽인 건 칠성이라는 인물이지만 이 사건에 송서래의 개입이 있다고 느낀 장해준은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10. 원인: 송서래는 장해준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10의 결과: 서래는 해준의 미해결 사건으로 영원히 그 곁에 남는다.
모든 스토리는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결과가 또 다른 원인이 되어 결말까지 쉼 없이 달려가는 형태입니다. (1의 원인과 결과로 2가 발생했고, 2의 원인과 결과로 3이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을 송서래로 보고 작품을 분석했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나 장해준 형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서사는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는데요. 사실 작품 구상시, 주인공의 서사와 결점이 완성되면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설정하는 건 비교적 쉽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소설 및 웹소설, 웹툰 주인공 설정법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저의 고찰이 담긴 '마이너 소재로 웹소설이나 소설, 웹툰을 쓰면 망할까?'가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