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무너진 하루 앞에서, 나에게 던진 최소한의 질문들

by 서명진

[강의 안내]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엄마 학교’의 네 번째 시간으로,

하루가 더 이상 이전처럼 작동하지 않을 때

자신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 같은 하루 앞에서,

그럼에도 오늘을 그냥 넘기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최소한의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원래의 하루는 없어졌고, 무능해진 나 자신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전의 내가 하루의 80~90%를 채우며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10~20%도 채우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원래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전날 밤이면 다음 날의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고 잠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준비 없이 눈을 감고, 하루를 버텼다는 안도감으로 숨을 돌리며 살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들이 쌓이자, 나는 점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 시간이 4~6주쯤 흘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몸과 마음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회사 일도 가장 급한 것 몇 가지만 겨우 처리했다. 일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끝나는 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임신했구나.

나는 임신한 상태이면서도 여전히 임신 이전의 기준으로 나 자신을 평가하고 있었다. 달라진 몸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예전과 같은 속도와 결과를 나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하루를 돌아봐야 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대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기존의 하루를 되찾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의 하루를 받아들이기 위한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하루를 결산해야 한다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오늘 가장 편안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 상태에서도 내가 잃지 않고 싶은 내 모습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날마다 답은 달랐다. 바로 답이 나오는 날도 있었고, 답을 찾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한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 질문들은, 날마다 달라지는 내 몸과 마음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질문들로 하루가 다시 잘 살아지지는 않았다. 예전처럼 생산적인 하루가 돌아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루였다고 해서, 의미 없는 하루는 아니었다.


그 질문들 덕분에 나는 오늘을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엄마 학교 수업 일지]

●이번 시간에 알게 된 것:

하루를 복구한다는 건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 오늘을 정리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다음 수업 예고:

‘엄마 학교’가 필요하다고 느낀 결정적 순간에 대하여


매주 화,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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