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안아본 순간, 나는 엄마가 되었다 (1)

37주 2일, 초산모 53분의 출산

by 서명진

[강의 안내]

오늘은 ‘엄마학교’의 3교시 첫 번째 시간으로,

이론으로만 배웠던 출산이 예고 없이 실전으로 다가온 순간을 기록합니다.

37주 2일, 준비할 틈도 없이 '엄마'라는 새로운 교실에 입성하게 된 그 긴박했던 53분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37주 2일.

병원 도착 53분 만에 아기를 낳았다.


불과 15시간 전, 막달 검사에서 자궁이 10% 정도 열렸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면 오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그날 밤 나는 그저 허리가 조금 아픈 임산부라고 생각했다.


분만실 가기 전 꼭 봐야 한다는 영상, 아빠도 필수 시청이라는 유튜브를 켜 둔 채 잠이 들었다. 남편이 퇴근해 돌아왔고 우리는 출산 가방을 다시 점검했다. 분유 타는 연습을 하고, 유축기를 열탕 소독했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믿었다.


허리가 아팠다.

생리통도 늘 허리로 왔기에 막달이라 그런 줄 알았다.

누워서 1단계 호흡법을 해보다가 잠이 들었다.

호흡을 하면 통증은 줄었지만, 주기적으로 고통이 밀려왔다.


새벽 2시, 남편을 깨웠다.

병원에서는 허리 통증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다 했다.

한 시간을 더 기다리다 3시 반, 결국 가기로 했다.


새벽 4시 10분, 병원 도착.

가족 분만실로 들어갔다. 수술실처럼 차갑지 않고, 인형이 놓인 공간이었다. 여기서 아기를 낳는다고 했다.


무통 주사는 마치과 선생님이 출근하시면 가능하다고 했다.

나 역시 진통이 그때까지 계속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었다.


옷을 갈아입고 분만대에 누웠다. 자궁은 이미 3~4cm 열려 있었다. “딱 맞춰 오셨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계속 물었다.

“지금 힘 빼는 타이밍 맞나요?”

간호사의 말에 맞춰 1단계 호흡을 반복했다.


어느 순간 자궁이 다 열렸다고 했다.

양수도 이미 터졌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저 허리만 아플 뿐이었다.


“이제 힘주세요.”

힘을 주는데 자꾸 목으로 소리가 나왔다.


“나올 것 같아!”


복도에 내 목소리가 울렸다.


레버를 잡고 몸을 C자로 말았다. 영상에서 보던 자세를 내가 하고 있었다.

호흡을 해야 아기에게 숨이 간다 했지만, 머리로는 알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을 부른다는 말에 곧 끝나겠구나 싶었다.

그 희망으로 다시 힘이 났다.


간호사가 힘을 연속으로 꽉 주라고 해서 힘을 한 번, 한 번 줬는데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하라 했다.


힘을 한 번, 두 번.

‘아직 5번은 더 해야 나오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남편이 들어왔고, 아기가 어느새 나와 있었다.


“응애~ 응애~”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간호사의 도움으로 남편은 아기 나오는 장면을 찍었다.

내가 준비한 영상을 끝내 함께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잘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나는 아기 태명을 불렀다.


“소망아.”


소망이는 잠시 울음을 멈췄다.

아주 작은 아기가 내 품에 있었다.


나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엄마라는 말이, 아직은 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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