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분 출산 이후, 내가 마주한 뜻밖의 현실
이 세상의 모든 출산이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겪은 출산이 그랬다.
오히려 남편이 울고 있었고,
나는 힘을 주느라 흐른 눈물 한 줄만 있었을 뿐이었다.
감동이라기보다는
그저 출산이라는 일을 겪은 산모였다.
간호사가 아기를 데려갔고,
의사는 20여 분 동안 남은 처치를 이어갔다.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모유 수유를 하는 거지?
이론에 따르면 출산 후 4시간 이내에 아기를 안고 수유를 해야 잘 된다고 하던데.’
의사 선생님이 나가신 후 나는 그대로 4시간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피가 나왔고 나는 어지러워서 남편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출산하고 일정 시간 이내에 소변도 봐야 한다고 했다.
내 마음은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분주했지만
내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모유 수유의 ‘골든 타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결국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하게 될 줄은.
나는 몸은 힘이 빠져 있었지만 정신은 멀쩡했고, 분만대 위에서 여러 가지 결정을 해야 했다.
출산 직후 간호사가 내게 준 것은 아기 검사 안내서였다.
무료 검사와 유료 검사, 그리고 RSV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이것까지는 찾아보지 않았기에 바로 남편과 유튜브 검색해서 뭐가 좋을지 결정했다.
유료 검사는 의사가 아기를 보기에 그럴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이라 해서 안 했고 RSV는 아기에게 위험하다고 꼭 해야 한다고 해서 돈이 없었지만 10개월 할부를 해서라도 하기로 했다.
결정을 마친 뒤 남편의 부축을 받아 소변을 보러 갔다.
다시 분만대 위로 돌아왔고,
그 자리에서 밥도 먹었다.
수축제 때문에 먹고 바로 토했다. 4시간 후에는 입원실로 올라간다고 했다.
출산 후 2시간 있다가 아기를 보러 갈 수 있었는데 남편만 보러 갔고 나는 분만대 위에 있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튜브에서 의사들이 24시간 모자동실이 중요하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출산을 했지만, 바로 엄마가 된 것은 아니었다. 엄마라도 느낄 틈도 없이 아기는 신생아실에 갔고 나는 입원실로 갔으니까 말이다.
출산하고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서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느낌이나 어떤 감동보단 그 일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내 몸도 돌봐야 하고 아기 검사도 챙겨야 하고 남편도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회사에 그 소식을 알리고 결근 처리하느라 분주했다.
엄마라는 이름도
회사에서 직함이 바뀔 때처럼
몇 달의 시간이 지나야 내게 익숙해질 것 같았다.
언제쯤 엄마라는 이름이 익숙해질까.
언제쯤 당연해질까.
나는 여전히 나인데,
‘엄마’라는 이름이 친정 엄마처럼
내 삶을 모두 잠식하게 될까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친정 엄마와 다른 사람이다.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으로서의 나와,
엄마로서의 내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것이다.
[엄마학교 수업 일지]
● 이번 시간에 알게 된 것
출산은 무조건적인 감동이 아니라
여러 상황 속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
● 다음 수업 예고
3교시 두 번째 시간에는
출산 이후, 모유 수유를 시작하며 겪었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매주 화,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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