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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프롤로그

by 별님

태양은 나를 불태우고, 나도 나를 불태웠다. 그네들이 아는 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듯이, 내가 겪어온 세상도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세상의 눈치는 나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지에 대하여, 아니 그전에 내가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지에 대하여 생각을 아얘 안하진 않았다. 다만, 지금의 나는 두렵다. 그뿐이다.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내가 나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내가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세상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세상이 세상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나는,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나의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지금이라도 일어서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아니 내가 일어서서 외쳐봤자 저 도심 속 열기에 묻혀버릴까 두렵다. 두렵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무섭고 어두운 세게에 살고 있다.


그러던 나의 눈에 들어온 세상이 있다. 이게 만들어낸 건지, 세상에 존재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주 푸르른 바다. 바다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유리장 안에 갇혀버린 바다가.


나는 마음먹었다. 바다를 보러 가기로. 바다를 향해 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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