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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에세이

이르지도, 늦지도-시간 복기

by 별님

다들 평안하셨는가. 필자의 경우에는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돈을 좀 벌고 왔다. 별 일은 아니었고, 한 카페에서 일을 했다. 전에 내가 썼던 글을 기억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더 알기 위해 일을 해보아야겠다고 했던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5월 에세이 10번째, 투비컨티뉴드 참고_링크) 내가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세상에 다가가야 한다고, 각자 방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세상의 저마다의 방향을 가진 사람들을 대략 한 달 반 가량 만나고 돌아왔다.


내가 했던 일은 주로 설거지와 자리정돈, 매장 정돈과 고객 응대였다. 설거지와 자리정돈은 별 거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생각 외로 힘들었다. 손님들이 두고 가신 잔과 접시, 그리고 그것들을 설거지하는 곳으로 가져가 닦아 다시 가지고 나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우리가 카페에 가서 음료를 시키면 받는 그 잔과 쟁반이 한 두 개 들었을 때에는 가볍게 느껴지거나 무거워도 얼마 무겁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일로 접하면 그것들은 그저 아령이 된다. 실제로 재보지는 못하여 정확한 무게는 알 수 없지만, 내 왼쪽 어깨가 일주일 넘게 아픈 것을 보면 어지간히 무거웠다고 생각된다.


마감 때에 매장 청소 및 쓰레기 정리도 정말 힘들었다. 특히 마감 때까지 손님들이 많이 남아계셨다면 더욱더……. 마감 때에 어느 정도 설거지가 들어오면 밀리기 시작한다. 왜냐면 나는 매장 청소와 더불어 설거지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매장은 혼자 정돈해야 하고, 쓰레기통 및 개수대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매장 쓸고 닦고 테이블 닦고……. 를 일주일에 5일, 6-7주가량 하다 보니 어느샌가 내가 로봇청소기 및 식세기인지 일하러 온 사람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고객 응대는 차라리 나았다. 주문 잘 받고 묻는 것에 답을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에게 진상이라고 생각되는 손님은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내가 번 돈으로 산 노트북과 건강 악화와 곧 들어올 퇴직 정산금이 남았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나의 상반기를 복기해 볼 것이다.


나의 생활은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친척 집에서 머무르게 되면서, 나의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생활이 전반적으로 달라지게 되었다. 학교를 가지 못했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그 시간을 주로 글을 쓰면서 보냈다. 정말 많은 시간과 생각이 생겨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새롭지만 익숙했던 것도 있다. 바로 나와 11년 정도를 함께하고 있는 '작업'이라는 친구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고,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을 하면서, 또 작업을 하면서 내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학교라는 큰 시간표가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세우는 계획이 곧 내 시간표가 된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그 시간표를 외부에서 입력받아 활동했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내 시간표는 가끔 에러가 나긴 해도, 꽤나 쓸 만하다고 생각된다. 가끔은 내 시간표가 너무 밉기도 하고 너무 지키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지금은 업로드 2시간 전에 어떻게든 나와의 업로드 약속을 지켜냈을 때에 그 기쁨을 잊지 못해 글을 쓰는 중이다.


별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에 대해서도 돌아보려고 한다. 나의 현재에 있어 많이 대비되는 것은 10대의 작업물과 20의 시작의 작업물이다. 그전에는 너무 허상적인, 좀 좋은 말로 하면 이상에 가까운 작품을 많이 썼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나에 비해 현실을 너무나도 많이 알아버렸다. 그 말인즉슨, 조금이나마 더 사실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되어간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시간에서의 작가 별님은 좀 더 현실에 다가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상적인 글도 좋지만,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가 되기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겪어온 길을 일러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너무 이상적이지도,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는, 딱 그 중간에 서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이상과 현실은 양극화되어 있어도, 그 사이에는 여러 별들이 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 인간 별님에 대해서도 돌아보려고 한다. 나는 무엇 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마음을 먹었던 올해 초의 별님은 지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어도, 찍먹을 해보았던 별님은 지금 남아있다. 이번에 했던 카페일을 통해서 나는 생각보다 몸 쓰는 일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하다가 어깨가 아파졌다. 병원에 가니 2주 정도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쓸 여유가 나지 않았더니, 반쯤 정신이 나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일을 하더라도, 글을 꼭 쓸 수 있는 일을 할 것 같다.


상반기 결산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생활 및 작업 측면에서는 많은 것이 바뀐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나름 잘 적응해 냈다고 생각한다.


작품 측면에서는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하고, 더 발전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후회는 없다.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나를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별은 더 찬란한 글을 쓸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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