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일기
작품을 쓴다. 작품을 쓰지만, 나는 아직 공허하다. 나의 것을 다 뱉어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애초에 채워지지 않아서일까.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내 작품은 내가 읽을 때 가장 서글프다. 과거의 나는 어디에 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로 오지 못함은 과거의 내가 그곳에 머무르기 때문일까, 그때에 내가 죽어있기 때문일까.
작품은 죽었다. 작품이 죽었기에 나도 곧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라투스트라가 말했듯이 신은 죽었고, 그렇기에 의지할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나를 맡기기에 나는 너무 나약한 존재이다. 아무도 나를 맡아주지 않는다.
언젠가 이 이야기가 발견된다면, 그리고 언젠가 나의 주검이 발견된다면, 그때에 나는 그 누구의 그늘에도 있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