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방지기 Sep 15. 2021

나쁜 부모 출입 금지 구역

 며칠 전 한 방송인의 노 키즈존 특혜에 대한 내용이 기사화되었다. 제주에 사는 한 유명 방송인이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한 식당을 방문했고, 그것을 SNS에 올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 SNS를 보고 예약하려 했더니 노 키즈존이라서 아이를 데리고는 예약이 안된다고 거절당했다. 누구는 유명인이고 인플루언서라서 되고, 누구는 일반인이라고 안되는데 이건 차별이고 특혜라는 것이 요점이었다.

  요즘 노 키즈존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업주의 선택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참 기분이 안 좋다.  아이들과 강원도를 가려고 숙소를 알아보는데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잘 꾸며진 숙소를 찾아서 예약을 하려 하면 의외로 노 키즈존이 많았다. 막상 '노 키즈존'이라는 단어를 맞닥뜨리면 아이와 아이의 부모 모두 차별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그냥 맘충이 되어 거부당한 기분도 들었다.

 

 몇 년 전 제주도 여행을 하던 때였다. 아이들이 여덟, 아홉 살이었고, 점심을 먹기 위해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숙소 인근에 유명한 햄버거 스테이크 집이 있다고 해서 바로 식당으로 찾아갔었다. 외관은 까만 돌담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옛집이었다. 아이들과 신나 하면서 들어가려던 찰나에 문 앞에서 익숙하지만 불편한 표지판을 발견했다.


"No Kids Zone. 13세 이하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다른 집의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식당에서 자리를 뜬 적도 없고, 크게 소리를 지른 적도 없고, 보통 3-40분 내에 모든 식구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가족이었다. 이미 점심시간은 한참 지나서 손님도 거의 없었고, 한적한 동네라 근처에 갈만한 다른 식당도 찾기 힘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셰프이자 사장님께 물어보았다. 당연히 거절의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리고 사장님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이 왜 '노 키즈존'을 선택했는지 설명해주었다.

 

  원래 주메뉴가 햄버거 스테이크이니 만큼 꼬마 손님들이 많은 가게였단다.  애들이 많다 보니 돌담에 올라가는 애들도 심심치 않게 있어서 방문하는 부모에게 항상 아이가 올라가지 않게 해달라고 주의해달라 당부하고, 담 밑에 올라가지 말란 경고문까지 붙여 놨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부모가 아이에 대한 신경을 놓고 밥 먹는 사이 아이는 돌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크게 다쳤고, 부모가 소송을 걸어서 최근 2년간 재판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용하게 인사를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 키즈존을 선언하는 사장님들이 약간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노 키즈존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던지 노 키즈존은 차별 없는 세상을 가르쳐야 한다고 외치는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순적인 차별이다. 사정이 이해가 된다쳐도 업주가 선택한 가장 쉬운 방법의 해결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제주도 식당의 경우에도 아이도, 사장님도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를 방치하고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주의를 당부했는데도 불구하고 돌보지 않은 부모의 탓이 가장 컸다.


 맘 카페에 간혹 지역 상점에 대한 고발 글들이 올라오는데, 얼핏 읽어보면 식당의 횡포를 고발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부모의 갑질과 아이의 행동을 제어 못한 부모의 탓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번에 발생한 유명 방송인의 노 키즈존 특혜도 사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문제가 된 레스토랑이 정상적인 식사를 주로 파는 식당이 아니라 와인과 술을 팔면서 프라이빗 룸에서 파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와인바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나 업주보다도 부모에게 묻고 싶어 진다. 굳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노 키즈존이라고 선언한, 취객들이 가득한 와인바를 항의를 해가면서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우리 아이만, 나만 챙기는 이기심이 서로의 배려와 양해를 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게 아닐까?


  얼마전 기사에서 'No bad parents zone'이라는 표현을 보았다. 기사의 요지는 죄없는 아이들을 차별할 게아니라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나는 노 키즈존이 아니라 '노 배드 페어런츠 존'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노 키즈존을 선언하고 이용 불허를 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가게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용을 하도록 하면 부모들도 선택을 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책임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금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