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부둣가 앞을 지나는 길로 핸들을 돌린다.
출근시간이 5분 정도 늘어나지만
반짝거리는 파도에 눈이 부시면
‘휴-’
저녁에 뿜을 한숨이 미리 마중을 나온다.
‘오늘도 고생했어’ 보단
‘오늘도 고생하자’며
뻐지근한 어깨를 돌린다.
부둣가 앞 선착장은
뭐든 털어버릴 수 있는 장소다.
앞유리로 넘실대는 까만 파도와
나지막한 조명
깜빡거리는 등대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
누군가의 마음에도
토닥토닥 손길이 닿는다.
무작정 걷기에는 바닷길 만한 게 없다.
괴롭던, 행복하던,
혼자던, 누군가와 함께던.
때로는 바닷바람의 낯선 냄새와
부둣가의 잔해들도 눈가에 맴돌지만
찰랑거리는 파도,
내리쬐는 늦은 햇살,
듬성듬성 보이는 갈매기들 소리에
울렁이던 마음은 사뿐히 잔잔해진다.
잔잔한 마음이 좋다.
마음을 불안하고 일렁이게 하는 것들이
실은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는
널따란 너울이 좋다.
해안가를 둘러싼 오래된 주택도 좋고
느지막한 하품을 연신 해대는 백구들도 좋다.
바다가 좋다.
그리고 바다만큼 넓은 마음을 가진
당신이 참 좋다.
진정 마음이 넓은 사람,
당신을 한없이 품어줄 수 있는 사람.
모두가 불완전함을 알기에
당신의 불완전함 또한 아무렇지 않은 사람.
당신이 스스로를 되돌아 볼 때
얼굴을 붉히고 울상을 짓던 당신의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사람.
당신이 쏟아내는 눈물이 아무렇지 않은 듯
깊고 푸른 바다로 당신을 감싸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었더랬다.
바다를 보고 당신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바다를 닮고 싶지만
작은 웅덩이 같은 마음을 가진 나는
때로는 당신을 눈물짓게 하지만
당신의 쓰린 마음에
한 스푼의 시원함이 필요할 때면
문득 당신을 바다로 데리고 가야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고
칼칼한 물회에 뜨근한 어묵탕을 대접할 테다.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가도,
옹좁은 속마음을 들여다볼 때면
내 마음의 크기는 머그잔 한 컵,
때로는 눅눅한 종이컵 한 잔.
그러니 당신,
때론 내 작은 마음을 안아주길.
당신의 웃음을 닮은 조개껍질을 수놓고
당신의 눈물방울이 티 나지 않을 만한
깊고 잔잔한 마음을 가져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