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은 늙어 눈이 어두워졌다. 그는 아들 에서를 불러 사냥한 고기로 만든 별미를 가져오면 축복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어머니 리브가는 이 말을 엿듣고 사랑하는 아들 야곱을 에서처럼 꾸몄다. 야곱은 리브가가 만든 요리를 들고 아버지에게 나아가 에서가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챘다.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는 모든 사실을 알고 분노에 차 울부짖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야곱을 죽이겠다고 맹세했다. 이 소식을 들은 리브가는 야곱을 급히 불러 멀리 하란에 있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시켰다. "네 형의 분노가 풀릴 때까지 잠시만 가 있거라."
머나먼 길을 떠난 야곱은 하란의 한 우물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양 떼를 몰고 오는 아름다운 소녀 라헬을 만났다. 그녀는 외삼촌 라반의 딸이었다. 야곱은 첫눈에 라헬에게 반했고, 장정 여러 명이 겨우 옮기는 우물 돌을 혼자서 옮겨 그녀의 양 떼에게 물을 먹였다.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지내며 그를 위해 일했다. 라반이 품삯을 정하자고 하자, 야곱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아내로 주시면 7년 동안 외삼촌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라헬을 향한 그의 사랑이 너무나도 컸기에, 7년의 세월은 그에게 단 며칠처럼 느껴졌다.
7년이 지나고 성대한 혼인 잔치가 열렸다. 그러나 라반은 야곱을 속여, 신방에 라헬 대신 언니인 레아를 들여보냈다. 아침이 되어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야곱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어찌하여 저를 속이셨나이까? 제가 라헬을 위해 외삼촌을 섬기지 아니하였나이까?"
라반은 언니보다 동생을 먼저 주는 것은 그 지방의 풍습이 아니라며 변명했다. 그는 레아와의 칠일 잔치를 채우면 라헬도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신, 야곱은 다시 7년을 더 일해야만 했다. 야곱은 라헬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야곱은 라헬을 레아보다 더 사랑했다. 신은 레아가 사랑받지 못함을 보시고 그녀에게 많은 아들을 주셨지만, 라헬은 아이를 낳지 못했다. 레아는 아들을 낳을 때마다 남편의 사랑을 얻기를 기대했고, 라헬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슬픔과 언니를 향한 질투심에 고통스러워했다.
21년의 세월이 흘러 야곱은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지만, 형 에서가 여전히 자신을 죽이려 할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가족과 재산을 모두 얍복강 건너 형 에서에게로 보내고, 홀로 남아 밤새도록 정체 모를 존재와 씨름하며 기도했다.
다음 날, 야곱은 멀리서 400명의 장정을 거느리고 오는 에서를 보았다. 그는 형에게 나아가기 전에 일곱 번 땅에 엎드려 절했다. 그러자 에서는 달려와 야곱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함께 울었다. 오랜 세월 묵었던 증오와 두려움이 눈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형이 동생을 섬기리라는 예언은, 형이 동생을 용서하고 품어줌으로써 이루어졌다. 야곱은 '승리한 자'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그의 두 아내, 레아와 라헬의 갈등은 끝내 해결되지 못했다. 한 남자를 차지하려던 두 여인의 질투로 인해, '두 여인이 한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과업'은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질 슬픈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