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홍수 이후 10대가 지나고, 세상은 다시금 어둠에 잠겼다. 신은 의인을 찾아 땅을 살폈고, 마침내 그의 눈길은 아브라함에게 머물렀다.
신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언약을 세우며 제물을 바치라 명하였다. "네 자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하리라." 아브라함은 경외심에 차 제단을 쌓았지만, 제물 중에 작은 비둘기를 쪼개는 것을 잊고 말았다.
그 작은 실수, 그 미세한 틈을 사탄이 놓치지 않았다. 어둠의 그림자가 제단 위로 드리워지더니, 사탄이 제물 위에 앉아 선언했다. "이 제물은 내 것이다. 이 작은 불순종으로 그의 모든 자손이 내게 속박될 것이다." 아브라함은 공포에 질려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아브라함아, 네 자손이 400년 동안 이방의 종이 되리라." 아브라함이 비통하게 부르짖자, 신은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답하였다. "나는 너를 사랑하나, 이 실수를 용서하면 사탄이 모든 인간의 작은 흠을 빌미로 그들을 영원히 괴롭힐 것이다. 이것은 사랑하기에 내리는 나의 고통스러운 판결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약속의 아들에 대한 희망이 희미해지자,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말했다. "이집트에서 온 아랍 여인, 제 여종 하갈을 통해 아들을 얻으소서. 그것이 신의 뜻일지도 모릅니다." 아브라함은 아내의 고통과 자신의 무력감 속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랍 여인 하갈은 곧 아이를 가졌다. 그녀의 뱃속에서 생명이 자라나자, 그녀의 눈빛도 변해갔다. 그녀는 자신의 여주인 사라를 업신여기기 시작했다. 한때 순종적이었던 눈빛은 이제 오만함으로 가득 차,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라를 향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두 여인의 갈등은 천막 안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결국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울부짖었고, 아브라함은 고통 속에서 하갈과 그의 아들 이스마엘을 광야로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작은 빵과 물 한 가죽부대를 들려주며 눈물을 삼켰다.
천사 가브리엘이 신 앞에 나아가 괴로워하며 보고했다. "아브라함의 가정에서 '두 여인이 한 남자를 상대하는 과업'과 '형이 동생을 섬기는 과업'이 모두 실패하였나이다."
신은 아무 말이 없었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제 아브라함에게는 마지막 시험만이 남아 있었다.
신의 목소리가 아브라함의 심장을 꿰뚫었다. "네 아들, 네가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 백 세에 얻은 아들, 그의 모든 희망이자 약속의 증거인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이었다. 아브라함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모리아 산 정상, 아브라함은 눈물을 흘리며 이삭을 제단 위에 묶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며 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의 믿음이 인간의 모든 감정을 초월하는 순간, 하늘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브라함아,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라!"
신이 말했다. "이제야 네가 나를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이 시험을 통해 너와 네 아들은 하나가 되었으니, 실패했던 과업들은 이제 이삭의 가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와 아들은 비로소 진정한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