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의 실패 이후 여러 세대가 흘렀다. 땅에는 사람들이 번성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점점 더 악으로 물들어갔다. 세상은 폭력과 타락으로 가득 찼고, 이를 지켜보는 신의 마음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인류에게 두었던 희망이 비통함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신과 동행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노아였다. 그는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었다. 신은 노아에게서 희망의 불씨, 생명을 보존하고 다시 시작할 기회를 보았다.
신은 노아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거대한 홍수로 세상을 깨끗이 씻어내되, 노아와 그의 가족은 구원하시겠다는 것이었다. "너는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지어라.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리라." 신이 명령했다.
노아와 그의 아들 셈, 함, 야벳은 쉼 없이 일했다. 사탄의 방해와 세상 사람들의 조롱 속에서도 노아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아들들은 달랐다. 그들은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세상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는 거대한 방주를 짓는 아버지를 때로는 부끄러워했다.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린 듯,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둘씩 짝을 지어 방주로 나아왔다. 노아와 그의 가족은 동물들을 거대한 배의 안전한 곳으로 인도했다.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레 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깊음의 샘들이 터지고 하늘의 창문들이 열렸다. 40일 밤낮으로 비가 쏟아져 방주를 물에 잠긴 세상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방주 밖에 있던 모든 생명은 스러졌다.
마침내 물이 빠지고 방주는 아라랏 산에 머물렀다. 노아는 깨끗하고 고요한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제단을 쌓고 구원에 대해 신께 감사드리는 것이었다. 신의 약속의 징표인 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펼쳐졌다.
그러나 정화된 세상도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씻어낼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노아는 포도원을 가꾸고 그 포도주를 마셨다. 그는 술에 취해 자기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 있었다. 그의 둘째 아들 함이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고는, 조롱거리로 삼아 밖에 있는 두 형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셈과 야벳은 옷을 가져다가 얼굴을 돌린 채 뒷걸음질쳐 장막으로 들어가 아버지를 덮어주었다. 그들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며 그의 벗은 몸을 보지 않았다.
노아가 술에서 깨어 함이 한 일을 알게 되었다. 그는 크게 분노하며 함에게 말하기를,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것이 신을 부끄러워한 것과 같다는 것을 네가 정녕 몰랐단 말이냐? 너는 네 형제들의 종의 종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노아의 가정을 통한 신의 회복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신은 크게 실망했지만, 언젠가 모든 것을 바로잡으리라 다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