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아담과 하와는 열다섯 살이 되었다. 신은 그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너희는 이제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신은 아담에게 하와를 아끼고 보호하라 명하고, 하와에게는 아담을 믿고 따르라 말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혼인할 때까지 서로의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엄중한 명령을 내렸다.
신은 하와에게도 다정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모든 인류의 어머니가 될 것이니, 아담과의 약속을 신성하게 여겨야 한다." 하와는 순종적인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뺨은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일 년이 지나 하와는 열여섯 살이 되었다. 정혼자인 아담은 듬직하고 성실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스승인 루시엘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의 지혜로운 말과 신비로운 눈빛은 아담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설렘을 안겨주었다.
루시엘은 하와의 눈 속에 담긴 흠모의 감정을 읽었다. 인간을 향한 그의 오랜 질투는 하와의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변질되었다. 그는 신을 거역하고 동시에 하와를 차지할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하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너와 내가 사랑을 하면, 너는 더욱더 총명해지고, 신은 아담보다 너를 더 사랑할 것이다."
루시엘의 달콤한 유혹과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 하와는 결국 신의 명령을 어기고 말았다. 그 순간, 에덴동산의 순수함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와 수치심에 하와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 루시엘에게 위로를 구했지만, 그는 차갑게 돌아섰다. "사랑은 죄가 아니야. 어리석게 굴지 마라." 그는 책임을 회피하며 하와를 매몰차게 떠났다.
홀로 남아 울고 있는 하와를 아담이 발견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의 슬픔에 마음 아파하며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담의 위로는 하와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순수함이 그녀의 질투와 시기심에 불을 지폈다. '어째서 나만 이 고통을 겪어야 하지? 그가 날 사랑한다면, 내 운명을 함께 짊어져야 해.'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힌 그녀는 아담마저 자신과 같은 죄를 짓게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와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루시엘로부터 배운 사랑의 기술을 이용하여 그를 유혹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간절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아담 역시 신의 명령을 어기고 말았다. 죄를 지은 직후, 아담은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여 하와와 함께 신을 피해 숨었다.
가브리엘이 슬픔에 잠겨 신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이 비극을 막지 않으셨나이까?" 늙고 지쳐 보이는 신이 대답했다. "나는 그들에게 자유 의지라는 가장 위험한 선물을 주었다. 개입하는 것은 그것을 빼앗는 것과 같다. 루시엘을 벌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책임이 그들의 스승이자 보호자였던 그에게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모인 나의 책임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