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 잉태하고 몇 달이 지난 후, 엘리사벳은 오랜 진통 끝에 아들을 낳았다.
아이를 낳은 지 팔일 후 할례를 하기 위해 친척들이 모였다. “아이의 이름을 뭐로 할까요?” 친척 중의 하나가 물으니, “아버지 이름을 따서 사가랴로 정하면 어떻겠나?”라고 누군가 대답했다.
그러자 엘리사벳이 나서서 말했다. “그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에 친척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우리 친족 중에 요한이라는 이름이 없는데, 어찌 이 이름을 하겠다는 것인가? 사가랴에게 가서 물어봐야겠다. 그도 같은 생각인지.”
그리하여 그들이 사가랴에게 가서 어떤 이름으로 할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사가랴가 말은 못 하고 서판에 글로 대답했다. 그가 쓴 이름 또한 요한이었다.
사가랴가 요한이라고 이름을 적고 난 후 그의 입이 풀려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친척들이 모두 놀라 한 마디씩 했다. “사가랴가 열 달 동안 말을 못 하더니 서판에 요한이라고 쓴 후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다!” “그러게 말이오. 이 아이가 장차 큰일을 할 인물인가 봅니다!”
그 일로 인해 소문이 돌더니, 얼마 후 사가랴의 아들 요한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어떤 이는 요한이 세상을 구원할 주님이 아닐까 하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여종 하나가 엘리사벳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마님, 사람들이 마님의 아이를 놓고 한 마디씩 하더이다.” 엘리사벳이 물었다. “뭐라 그러더냐?”
여종이 대답했다. “아이가 나기 전부터 여러 징조를 보인 것을 보아 장차 큰일을 할 인물이라 하더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세상을 구원할 주님일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더이다.”
엘리사벳은 “예끼, 그런 허황된 소리 하지 말라고 하거라.”라고 얘기했지만 내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주님을 예비할 인물 정도임은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 간다고 한들 무엇이 나쁠 것인가? 우리 아들이 큰 인물이 되면 좋지.’라고 하면서 남들이 하는 허황된 소리를 오히려 자신의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