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벳의 변심

by We Young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머문 지 어느덧 여러 달이 지났다. 여종 하나가 엘리사벳에게 다가와 말했다.

“마님, 사람들이 마리아 아가씨를 놓고 수군댑니다.”

“그래? 뭐라고 하더냐?”

“일전에 나이 먹은 아낙네 하나가 마리아 아가씨가 입덧을 하자 배를 유심히 보더니, 아가씨가 애를 가진 것 같다고 말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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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벳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래?”하고 대답했다.

“네. 그래서 제가 ‘그게 무슨 소리요? 망측하게. 마리아 아가씨는 처녀고 정혼자도 멀리 있는데, 그게 될 말이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쇼!’하고 윽박지르긴 했는데… 그런데 마님, 사실 마리아 아가씨가 전보다 배도 나오고, 하는 모양새가 꼭 애 가졌을 때와 같은 것이 사실인지라…”

“알겠다. 그만 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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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벳은 아이를 낳느라 정신없어서 그동안 신경을 못 썼지만 이제 마리아의 해산이 큰일임을 느꼈다. 엘리사벳은 요한이 태어나기 전에는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리아를 도왔지만, 막상 아이가 나오고 나니 마음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리아를 집에 들여앉히면 저 모자를 내가 상전으로 모시고 살아야 하지 않는가? 그러잖아도 어린 여자를 첩으로 데려다 놓았다고 우리 집안을 손가락질할 터인데, 본처가 첩을 상전으로까지 모시고 산다고 하면 남들이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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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벳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사가랴에게 말했다.

“여보, 마리아의 배가 점점 불러오니 사람들이 뭐라고 하나 봅니다.”

그러자 사가랴는 이미 마음의 각오를 한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부인, 이 일은 어차피 우리에게 닥칠 일이 아니었소? 사람들에게 아이 가진 사실을 말하고 마리아를 정식으로 우리 집의 사람으로 들여야 할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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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를 정식으로 들인다는 말에 엘리사벳은 화들짝 놀라 말을 돌렸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어요? 남의 정혼자를 데려다가 첩으로 앉혔다고 할 텐데요. 더구나 정혼자인 요셉이 알면 난리를 치지 않겠어요?”

그 말도 일리가 있는지라 사가랴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게 말이오. 제사장인 내가 젊은 처녀를 임신시키고 여자의 정혼자까지 와서 난리를 친다면 아마 나는 두 번 다시 예루살렘 성전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것이오.”

둘은 이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닫고는 두려움으로 인해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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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벳은 머리로는 하늘의 뜻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아이를 볼 때마다 앞으로 자기와 아이의 신세가 처량해질 것을 두려워했다. 또한 루시엘이 그랬던 것처럼 질투와 시기의 마음이 차 올라왔다.

‘어찌하여 내 아이가 마리아의 아이보다 못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남들은 다 요한이 세상을 구원할 주님이라고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첩으로 앉힐 마리아의 아이가 세상 가장 큰 사람이 되고 내 아이는 한낱 그의 발밑에 있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결국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내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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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벳의 변심을 알게 된 천상에서는 큰 난리가 났다.

“하나님, 엘리사벳이 아이를 낳더니 변심하여 마리아를 내쫓으려고 합니다. 엘리사벳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천사들 모두가 그에게 달려갔으나 이미 사탄이 그를 장악하여 그 누구도 그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가브리엘의 당혹감만큼이나 신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가랴 집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더냐? 그 가정이 이스라엘에서 명문가요, 모르는 이가 없는 곳이 아니더냐? 그 아이를 사가랴의 집안에 입적하게 하여 이스라엘의 왕으로 만들려고 하였건만, 엘리사벳이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여 사탄의 마음을 갖게 되었구나.”

탄식하는 신을 보고 있노라니 가브리엘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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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안색이 좋지 않네요.”

요즘 들어 엘리사벳의 태도가 남다름을 깨달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엘리사벳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마리아, 요즘에 내가 좀 심기가 불편한 게 있어서 그렇구나.”

“어떤 일인데 그러세요. 다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습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마리아, 사람들이 너의 배를 보고 임신한 거라고 뒤에서 수군대는데, 내가 뭐라 할 말이 없구나.”

“음... 그러셨군요.”

“남편도 요즘에는 누가 뭐라고 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이러다가 만일 너의 정혼자 요셉이 우리 집에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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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엘리사벳의 고충을 듣고는 조용히 말했다.

“언니, 언니의 마음 이해해요. 제가 이 집에 있는 동안 아마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언니가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고요. 제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이 집을 나가서 전에 살던 거처로 갈게요.”

마리아가 그렇게 말은 했으나 내심 엘리사벳이 붙잡기를 바랐다. 아이를 밴 채 돌아간다면 분명히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사벳의 집 문턱을 나서는 마리아의 발걸음은 너무도 무거웠다. 아이를 가진 몸도 무거웠지만 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이런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사제들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받아들일 것인가?”

착잡한 마음을 뒤로한 채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는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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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지켜본 신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브리엘, 큰일이로다. 애를 가진 처녀를 받아 줄 곳이 이스라엘 어디에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가랴 가정이 예수를 품지 못한 것을 빌미 삼아 사탄이 공격할까 심히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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