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사렛에 로마 군인 수십 명이 들이닥치더니, 그들의 우두머리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 로마는 세포리스의 반란을 진압하고 지금은 도시를 안정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을의 장정들은 당장 짐을 꾸려서 우리와 함께 세포리스로 향한다. 일꾼들에게는 매일 하루 품삯과 음식을 제공할 것이다.”
갈릴리 유다에 동조한 세포리스는 로마 군대에 의해 무참히 살육당했다. 반란군을 진압한 로마는 세포리스의 모든 주민을 노예로 팔아버리고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반란에 가담한 2,000명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했다.
2,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십자가에 매달기 위해서는 수백 명의 목수들이 며칠 동안 나무를 베고 깎아야만 했다. 이러한 일에 갈릴리의 목수와 장정들이 모집되어 끌려갔다.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13세의 예수도 성년으로 취급되어 장정들과 함께 로마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
나사렛에서 끌려온 일꾼들이 도시 어귀에 도착하자 이미 갈릴리 주변에서 온 목수들과 장정들이 나무를 자르거나 다듬고 있었다. 막 도착한 나사렛 목수들도 연장을 들고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예수 또래의 소년들은 물을 떠 오거나 잔심부름을 맡았다.
“빨리빨리 해라!”
로마 군인들이 여기저기 서서 일꾼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재촉해댔다. 일꾼들이 하루 종일 쉬지 못한 채 땀을 흘리며 일해서 하루에 2백여 개의 십자가 형틀을 만들어냈다. 일이 끝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지쳐서 녹초가 되었다. 요셉은 로마 군인들의 강압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로마 놈들 너무 하는 거 아니오? 돈 주고 일을 시킨다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혹사하게 하나…”
“그러게 말일세. 저놈들이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 아주 작정하고 일을 시키는가 보네.”
열흘이 지나 십자가 형틀을 다 만들고 나니 이번에는 형틀에 죄수들을 매다는 일이 시작되었다. 일단 힘 좀 쓰는 장정들이 기둥을 세웠다. 그렇게 기둥을 세우자, 군인들이 죄수들을 끌고 와서 옷을 벗기고는 형틀에 뉘었다. 군인들이 달려들어 커다란 망치를 갖고는 죄수의 양쪽 손목과 발등에 대못을 박았다. 못을 박을 때마다 죄수의 비명이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못을 다 박자 밧줄로 형틀을 끌어당겨 기둥에 매달았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기둥을 세우고 한쪽에서는 죄수를 매다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매달린 죄수들은 고통 속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빨리 죽어서 이 고통 속에 해방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저 신음하며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신음 소리, 비명 소리, 망치 소리,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밤이 되자 저마다 연장을 내려놓고는 일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쳐놓은 장막으로 들어가 벌러덩 누웠다.
예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사람들 틈에 누워서 잠을 자려고 했다.
멀리서 ‘까악까악’ 까마귀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벌써 까마귀들이 시체 냄새를 맡고 달려왔구먼.”이라 말하고는 이내 잠이 들었다.
예수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았지만 잠을 잘 수 없었다. 오늘 보았던 그 처참한 광경이 눈을 감자 다시금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수는 마음속으로 신에게 물었다.
‘아버지, 그들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그와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나요?’
하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신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예수는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며칠 후 모든 일이 끝났다. 일꾼들은 짐을 싸서 하루라도 빨리 이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가려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그런데 이 세포리스를 빠져나오려면 지난번 세웠던 2,000개의 십자가 밑을 지나가야만 했다.
일꾼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아니, 근데 이 로마 놈들은 왜 십자가를 길목에다 세워놓은 거야?”
“그러게 말이야. 이걸 또 보면서 가야 하잖아.”
로마군 대장은 두 번 다시는 반란을 못하게 한다며 십자가를 세포리스 입구에다 세우라고 명령했었다. 하는 수 없이 일꾼들은 자신들이 세웠던 2,000개의 십자가가 양쪽으로 늘어선 길을 지나가야만 했다.
세우는 것도 끔찍했는데 시체가 매달린 더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가려 하니 다들 가슴이 움찔하였다. 가는 내내 죽은 시체 위에 까마귀 떼들이 달려들어 머리와 몸을 파먹고 있었고 아래에서는 떨어져 나간 살점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들개들이 싸우고 있었다. 고향으로 가는 무리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걸어갔다. 어떤 이는 행여 자기가 만든 십자가가 보일까 봐 눈을 가렸다.
“하나님, 어찌하여 예수에게 응답하지 않으셨나이까?”
천사 가브리엘이 궁금하여 신에게 물어보자, 신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예수는 하늘의 아들이다. 따라서 그의 부모인 내가 그를 특별히 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신이 가르쳐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 나이라면 이제 충분히 스스로 깨닫고 찾아갈 수 있을 때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그에게 응답하지 않더라도 그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갈 것이다.”
이후로 오랫동안 신의 응답이 없었지만, 예수는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답을 찾아갔다. 그는 성경을 수없이 읽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신의 섭리를 탐구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