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혼인은 천상의 신에게 가장 큰 관심이었다. 그것은 예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예수는 혼인이야말로 하늘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우리가 지참금을 들고 갈 형편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가 없이 여자를 데려올 수는 없습니다. 정혼식 후에 그 집에 살면서 옛날 야곱이 라헬을 얻기 위해 그랬듯이 일을 하여 지참금을 대신하겠습니다.”
“아예 예루살렘으로 가서 살려는 것이냐?”
마리아의 말대로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가서 혼인을 올리고 아예 그곳에 터를 잡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여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에서 기반을 다진 후에 훗날 메시아를 선포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마리아는 예수를 빨리 혼인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예수가 벌어들이는 수입 때문이었다.
예수가 주로 하던 일은 포도주를 가공하는 일이었다. 이스라엘에서 포도주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소중한 것이었다. 포도주 원액에 적당량의 물을 타서 더 맛있게 만들거나 꿀을 타서 요리에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포도주를 사용했다. 예수는 이런 포도주 가공하는 일을 누군가로부터 배웠다. 그는 갈릴리 도시를 다니며 잔칫집이나 부잣집에 포도주를 공급하였다. 그가 만들어낸 포도주는 그 어느 포도주보다 맛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았고 예수는 벌어들인 돈으로 어려운 집안을 돕고 있었다.
마리아는 예수에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셉이 얼마 전에 세포리스 재건 공사에 참여하였다가 병을 얻어 자리에 눕고부터는 어쩔 수 없이 예수의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마리아는 예수를 가능한 한 예루살렘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예수야, 아버지가 병중에 있고 야고보나 요셉은 아직 어려서 돈을 벌 수 없으니, 네가 가족을 위해 당분간만 수고해 주어라. 야고보가 좀 더 커서 일을 하게 되면 그때는 예루살렘으로 가게 해 주마.”
하지만 기약도 없이 시간만 흘렀다.
불안해지기 시작한 예수는 다시 마리아에게 요청했다.
“어머니, 혼인식은 나중에 올리더라도 정혼식만이라도 치르고 오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예수가 말하자 마리아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예수야, 예법이라는 게 있는데 신랑의 아버지가 없이 정혼식이 되겠느냐? 아버지가 병중이니 몸이 좋아지면 그때 생각해 보자꾸나.”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지며 2년이 흘러갔다.
한편 수산나의 아버지 빌립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예수에게 전갈을 보냈다.
‘예수, 우리는 자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네. 마냥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다네. 언제쯤 올지 알려주시게.”
예수는 빌립에게 글을 써서 자신의 상황을 전달했다.
‘빌립 님,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병중에 계시어 제가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되면 당장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빌립은 할 수 없이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예수가 19세가 되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동생들이 하는 목수 일이란 신참내기나 하는 일이라 품삯은 형편없었다. 야고보와 동생 요셉이 아무리 노력해도 예수의 수입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형의 기술을 배워서 형처럼 할 능력도 없었다. 그들은 재능이 없었기에 가르쳐 주어도 배우지 못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예수가 마리아에게 애원했다.
“어머니,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빌립의 딸이 다른 집안으로 시집갈 것입니다. 제가 예루살렘에 갔다가 오기라도 할 터이니 허락해 주세요.”
그러나 마리아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마리아는 갈수록 심해져 가는 요셉의 병시중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사리 판단이 잘되지 않았다. 그는 의지할 곳이라고는 예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예수의 말에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마리아는 ‘만일 지금 예수가 훌쩍 떠나고 아예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망상까지 하게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병이 깊어진 요셉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집에 모아 놓은 돈마저 다 긁어서 장례를 지내자, 마리아의 신경은 더욱더 날카로워졌고 예수를 붙잡고는 보내지 않으려고 하였다.
“예수야, 너는 이 엄마가 가엾지도 않으냐? 남편도 보내고 과부가 된 이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네가 내 곁에 있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결국 예수의 나이가 20세가 되었을 때, 빌립의 딸과의 혼인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빌립은 자신의 딸이 17세가 되어 이제는 노처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서 4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예수를 포기하고 말았다.
예수는 혼인의 실패로 인해 크게 낙심하였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혼인이었는데 이렇게 좌절된 것이 너무도 가슴이 아파 신에게 눈물의 기도를 올렸다. 천상의 신도 예수의 혼인이 무산된 것에 큰 탄식을 하며 애통해하였다.
예수는 이제 더 이상 이 집에 있을 수 없음을 느끼자 짐을 쌌다.
그는 동생 야고보만 조용히 불러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야고보, 나는 이제 먼 길을 떠나련다. 어머니를 잘 모시거라.”
야고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형을 붙잡았다.
“형님, 어딜 가신다는 겁니까?”
“나는 찾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그동안 가족의 생계 때문에 그것을 미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너희가 다 컸으니, 가족의 생계는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품 안에 있던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야고보에게 주었다.
“이것은 형이 그동안 혼인을 위해 모아 놓은 돈이다. 이제는 필요 없으니 이걸 어머니께 드려라. 이 정도면 한동안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 그는 먼 길을 떠났다.
그는 그 후로 10년동안 두번 다시 나사렛에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