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는 베다니라는 이름의 마을이 두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예루살렘 근처에 있었고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요단강 건너편에 있었다. 이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에 사가랴의 아들 요한이 집을 나와 장막을 치고는 눌러앉았다. 그는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둘렀다. 배가 고프면 풀 속의 메뚜기를 잡아먹거나 돌 틈을 뒤져서 꿀을 채취하여 먹었다. 이를 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였다.
“저 사람이 제사장 사가랴의 아들 요한이라고 하오.”
“그런데 왜 저러고 길에서 사는 것이요?”
“어려서부터 하늘의 말을 하고 다니더니 급기야 집을 뛰쳐나와 광야를 돌아다닌다고 하오.”
요한은 아침이면 장막을 나와 요단강 강가로 가서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다가올 하나님의 벌을 피하라 일러 주었느냐? 너희는 회개의 열매를 맺어라. 그렇지 못한 열매는 모두 불에 던져질 것이다.
자 이제 나의 말을 잘 들어라. 나는 너희에게 물로 회개의 세례를 줄 것이다. 너희는 세례를 받음으로 말미암아 너희가 지은 죄를 용서받을 것이니라.”
매일 강가에 나와 외쳐대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듣고 감동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구름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몰려온 사람들이 요단강에 몸을 담그고는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세례받은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돌아가지 않고 요한을 따라다니며 받들었으며 집에 돌아간 사람 중에 어떤 이들은 “요한이 오신다는 메시아인가보다.”라며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나중에는 예루살렘에서 잘나가는 권력자들도 그가 메시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그를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모이면 죄다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요한이 대단한 인물이긴 한 것 같아. 너도나도 요단강으로 가서 세례를 받으려고 한다는데?”
“그러게 말이야. 그가 이스라엘의 큰 인물이 되려는가 보네.”
사람들이 세례를 주는 요한이라고 하여 다들 그를 ‘세례 요한’이라 불렀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곱게 본 것은 아니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맡고 있던 제사장급의 권력자들은 이런 세례 요한을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세례 요한이라는 자가 무슨 권능으로 죄를 씻어준다는 말인가?”
제사장 하나가 눈을 치켜뜨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다른 제사장이 별거 아니란 듯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깟 물로 하는 게 뭔 효험이 있겠습니까? 비싼 제물을 못 사는 가난뱅이들만 몰려가겠지요. 하하하.”
그러자 또다른 제사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만일 백성이 다 그런 식으로 그 자에게 몰려가면 예루살렘 성전 앞에 제물은 누가 바치겠소?”
그제서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제사장들이 겁을 내며 한마디씩 말하였다.
“아, 그렇군요. 백성이 제물을 바쳐야 우리도 먹고 살아가는데 말입니다.”
“그렇네요. 이거 그냥 놔두면 안 되겠네요. 그려…”
예루살렘 성전 앞에는 제물에 쓰일 염소, 양, 비둘기 등 짐승들과 각종 물품을 파는 장사치들이 즐비했다. 권력자들은 그들에게 성전 앞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뒤를 봐주고 상당한 이득을 받아 챙겼다. 그들은 그렇게 받은 돈으로 언덕 위에 저택을 짓고는 백성을 내려다보면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었다. 제물이 필요 없는 세례를 베푸는 세례 요한이 권력자들에게 눈엣가시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세례 요한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다. 갈릴리 분봉왕 안디바였다. 그는 이복형제의 아내인 헤로디아의 유혹에 넘어가 헤로디아를 차지하고자 본처를 쫓아냈다. 이에 헤로디아 또한 남편과 이혼하였다. 결국 그 둘은 세간의 눈총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혼했다.
이들의 행위를 알게 된 세례 요한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나라의 권력자라는 자가 어찌하여 이러한 악행을 저지른다는 말이냐. 이는 우리가 생명같이 지켜왔던 율법을 바람에 날리는 풀잎처럼 가볍게 저버린 행위이다. 언제고 안디바와 헤로디아에게 하늘의 징벌이 내릴 것이다.”
세례 요한의 저주를 알게 된 헤로디아가 안디바에게 와서는 짜증을 냈다.
“당신은 언제까지 저 세례 요한을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이오? 저자가 우리의 허물을 세상에 드러내고 다니는 것을 가만히 놔두지 말고 어떻게든 그를 잡아들여요.”
그 말에 안디바가 최측근을 불러서 의논했다.
“저 세례 요한이 군중을 몰고 다니며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그가 더 큰 힘을 갖기 전에 제거해야 할 텐데 말이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하, 만일 그를 지금 잡아들인다면 따르던 무리가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일단 두고 보시면서 때를 기다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안디바는 세례 요한의 군중 속에 첩자를 여럿 보냈다. 그들은 세례 요한과 군중의 일거수일투족을 상부에 보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