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의 변심

by We Young

세례 요한은 아버지의 장례를 다 끝내고 베다니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는 전과 다르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곤 했다. 제자들은 그런 스승을 보고 있노라니 걱정이 되었다.

“요한 선생이 아버지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허전한가 보네.”

“그러게 말이야. 먼 산을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는 것이 괴로우신가 보네, 그려.”

하지만 세례 요한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예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들 때문이었다. 이제 보니 예수는 자기와 친척지간이고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를 가졌을 때 자기 부모의 집에 같이 살았다는 것과 무슨 이유인지 그 사실을 어머니 엘리사벳은 숨기려고 한다는 것이 세례 요한에게 있어서는 의문투성이었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는 점점 예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 예수라는 자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서 처음에는 하늘이 보낸 메시아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나 자신도 믿을 수가 없구나. 나사렛 같은 촌구석에서 온 저 사람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저 사람이, 메시아라고? 음…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구나...’

어느 날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얼굴이 울상이 되어 스승에게 보고를 올렸다.

“선생님. 전에 선생께서 증거하시던 이가 세례를 베푸니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로 몰려가더이다. 우리 쪽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세례 요한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만일 하늘에서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느니라. 나는 메시아가 아니요, 그의 앞에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나는 이미 할 일을 하고 기쁨을 느꼈으니 족하다. 그러니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서 장막으로 들어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제자 하나가 궁금한 듯 옆 사람에게 물었다.

“요한 선생이 한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자네는 알겠는가?”

“글쎄, 알쏭달쏭하네. 자기는 메시아가 아니고 예수 선생이 메시아라는 말 같기도 하고 말이야.”

“아니, 그러면 왜 메시아인 예수 선생은 흥하고 자기는 쇠한다고 하는가? 예수 선생이 메시아이면 그를 따라가면 될 것이고 그러면 요한 선생도 같이 흥할 것 아닌가?“

“그러게 말일세.”

많은 이들이 예수에게 몰려갔고 세례 요한을 따르는 무리는 그의 말대로 점점 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예수와 함께 같은 길을 가려고 하지 않았다.

가브리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에게 물었다.

“하나님, 예수가 세례 요한에게 같이 의를 이루자고 했지만, 그가 정작 예수를 따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신은 침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요한이 심령이 밝았을 때는 예수를 보고 하늘의 아들임을 증거하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무리가 예수를 더 사랑하니 질투와 시기의 인간적인 마음이 들어왔구나. 그 어미가 마리아에게 질투와 시기를 갖더니 그 자식도 같은 행위를 하는구나.”

한편 사탄은 또다시 기회가 왔음을 느꼈다.

“인간의 욕심이 결국 우리에게는 큰 기회이니라. 지금까지 세례 요한이 갈고 닦은 길에 예수가 숟가락만 얹으면 모두가 메시아로 떠받들 수 있었던 기회 아니더냐? 엘리사벳이 불신하여 마리아를 내쫓더니 결국 그 아들 세례 요한도 불신으로 가는구나.”

이에 사탄의 부하 하나가 물었다.

“사탄이시여. 세례 요한에게서 추종자들이 예수에게로 빠져나가서 세례 요한의 세력이 힘을 잃었으니 이때 요한을 친다면 쉽게 그를 제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네 말이 옳도다. 지금 세례 요한의 무리가 힘이 빠져 있으니 이때 요한을 친다면 저들이 자멸할 것이다. 그런 후에 예수의 무리도 흔들어서 무너뜨리면 되는 것이다. 하하하!”

사탄은 크게 한번 웃더니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지금이야말로 안디바와 헤로디아를 자극해 세례 요한을 죽음으로 가게 하는 딱 좋은 때이다. 너희는 지금 바로 달려가서 그들의 마음을 자극해라!”

예수가 몇몇 제자들을 이끌고 요단강을 벗어나 유대 지방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예수는 세례 요한의 제자였던 안드레를 불러 명령했다.

“너는 지금 바로 세례 요한에게 달려가서 거기 있으면 위험하니 빨리 나에게 오라 전해라.”

이에 그가 급히 달려가서 세례 요한에게 예수의 말을 전달했다. 그러자 세례 요한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전에는 나의 제자이더니 이제는 예수의 제자가 되었구나. 네가 이렇게 달려옴은 진정 옛 스승의 안전을 위해서냐? 아니면 네 스승의 명령을 받들기 위함이더냐?”

이에 당황한 안드레가 대답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요한 선생의 안전을 생각하여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세례 요한은 한참 생각하더니 체념하듯 말했다.

“그래? 허나 미안하구나. 나는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것이다. 너의 스승께 그렇게 전해라.”

그날 밤이었다. 어두운 밤에 10여 명의 군인이 횃불을 들고는 세례 요한의 장막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세례 요한의 앞에서 무언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세례 요한은 거짓으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국가를 위협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에 죄인을 옥에 가두어 재판받게 하라는 갈릴리 분봉왕의 명령이다!”

그렇게 말을 마치더니 세례 요한을 묶어서 끌고 갔다.

모두가 잠든 밤에 기습하여 잡아간 것은 행여 무리가 저항할 것을 대비한 안디바의 계략 때문이었다. 계략대로 세례 요한은 아무 저항도 못 한 채 잡혀갔고 아침이 되어서야 많은 무리가 지난밤에 스승이 끌려간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요한 선생이 잡혀갔습니다.”

보냈던 안드레가 예수에게 달려와서 보고했다. 예수는 침통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뭐라고? 우리 요한이 잡혀갔다고? 어디로 잡혀갔다는 말이냐?”

엘리사벳은 아들이 잡혀갔다는 말에 아연실색하였다. 천사가 나타나서 큰일을 할 아이라 하여 그토록 귀하게 키운 아들이었건만 그 아들이 잡혀갔다는 말에 엘리사벳의 심정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요한을 만나보아야겠다. 나를 요한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다오.”

엘리사벳이 종들에게 애원했지만, 종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님, 아니 되옵니다요. 지금은 철통같이 막아놓아서 아무도 만날 수가 없다고 하옵니다요. 괜히 근처에 갔다가 마님마저 잡힐까 염려되옵니다. 저희가 사람을 시켜서 방도를 알아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보시지요.”

종들의 말에 엘리사벳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서는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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