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로와 여동생들

by We Young

예루살렘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베다니라는 마을이 있었다. 이곳에 나사로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예수의 말씀을 따르는 신자였다. 또한 그의 여동생들, 마르다와 마리아도 신자였다.

“나사로야, 너희가 나를 벗처럼 대해주어 내 마음이 편하고 기쁘구나.”

예수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들을 특히 사랑하여 예루살렘에 오게 되면 어김없이 나사로의 집에 가서 머물렀다.

하루는 예수가 그 집에 머물러 있을 때였다. 마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하였는데, 동생 마리아는 자기가 잘하는 음식 한 가지만 후딱 접시에 담아 올려놓고는 예수의 발치에 앉아서 말씀을 듣느라 정신없었다. 그러자 마르다는 동생이 괘씸했는지 선생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선생님, 언니는 이리도 바쁜데, 동생은 한가로이 앉아서 있으면 되는 건가요? 선생님이 호통을 쳐서 일을 거들게 하라 하십시오.”

뿔난 마르다에게 예수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마르다야, 음식은 많이 장만해도 좋지만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느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쪽을 택하였으니 뺏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선생이 말하자 마르다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 갔다. 모여 앉은 사람들이 다들 이 상황이 재밌었는지 깔깔깔 웃었다. 그날 밤 예수의 일행과 나사로의 가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가던 나사로의 집도 한동안 발길이 뜸하게 되었다. 그것은 유대 지방의 핍박 때문이었다. 예수가 여러 번에 걸쳐 유대를 순회하면서 말씀을 전파하였지만, 그곳의 바리새인들은 완고하여 예수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유대는 어느 곳에 가든지 예수를 돌로 치려고 달려드는 자들이 있었다. 예수의 일행은 그들로부터 수모와 핍박을 받아 가면서 순회를 마치고 갈릴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갈릴리로 돌아온 예수는 골방에 들어가서 눈물의 기도를 올렸다.

“아버지여,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저들이 완고하고 간악하여 하늘의 말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사탄의 말을 듣고 말씀을 전하는 저희를 죽이려고 하옵니다.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려놓아 아버지를 따르게 할 수 있나이까?”

예수는 하루 속히 뜻이 이루어져서 이 나라가 아버지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몸부림쳤다.

그렇게 기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헐레벌떡 뛰어왔다.

“선생님, 우리 나사로 주인께서 병으로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스승이 얼마나 나사로를 사랑하는지 알기에 당혹감에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예수는 그들을 향해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 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요 하늘의 아들이 이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게 하려 함이다.”

제자들은 스승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이후 아무 언급 없이 이틀이 지나갔다.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선생께서 나사로에게 가지 않을 것인가 보네.”

“그러게 말이야. 아무래도 유대가 위험하니 가지 않으시려는 것이겠지.”

그렇게 제자들이 짐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수는 제자들을 불러놓고 “나사로를 보러 갈 터이니 떠날 채비를 하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제자들이 당황하여 스승을 만류했다.

“선생님, 유대인들이 돌로 치려고 달려들 텐데, 그곳에 또 가시려고 합니까?”

“그들이 아무리 돌로 치려고 하더라도 어둠이 빛으로 온 자를 죽일 수 없다. 내가 죽은 나사로를 살리려 함은 유대인들이 이것을 믿고 따르게 하려 함이다. 그러니 어서 서둘러라.”

예수 일행이 도착하였을 때 나사로의 여동생 마르다가 나와 엎드리며 통곡하였다.

“선생님, 이제 오셨나이까? 선생님이 이곳에 계셨더라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선생님께서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구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주실 줄을 믿사옵니다.”

그러자 예수가 마르다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 오라비가 다시 살아나리라.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네가 이것을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을 네가 믿느냐?”

“네, 그러하옵니다. 선생님은 메시아요, 하늘의 아들이심을 제가 믿나이다.”

그때 집에 있던 동생 마리아가 예수가 왔다는 말에 달려 나왔다. 마리아가 달려 나가자, 장례로 집 안에 있던 무리도 덩달아 따라 나왔다. 그들은 나사로와 인연이 있던 예루살렘에 사는 유대인들이었다. 마리아가 나와 예수의 발아래 엎드리어 통곡하니 따라 나온 무리도 눈물을 흘리고는 자기들끼리 수군댔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인가? 자매들이 왜 저 사람에게 가서 통곡하는가?”

“저 사람이 그 유명한 예수라는 사람이라잖나. 귀신 들린 자도 고치고, 눈먼 자의 눈도 뜨게 했다는 갈릴리의 그 유명한 선생이라네.”

“그래? 그런 사람이 나사로와 잘 아는 사이인가 보군?”

“나사로 가족들과 아주 친했다더구먼.”

“그렇다면 맹인의 눈만 고칠 것이 아니라 나사로가 병들었을 때 살렸어야 하지 않는가?”

혀를 끌끌 차며 쳐다보는 유대인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예수는 나사로를 안치했다는 무덤으로 향했다.

“바위를 옮겨 놓으라.”

예수의 말이 떨어지자, 무덤을 막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자들이 옆으로 옮겨 놓았다.

그러자 마르다가 옆에서 예수의 팔을 잡았다.

“선생님, 오라버니가 죽은 지 이미 수일이 지났습니다. 가까이 가시면 시신에서 냄새가 심하게 날 것입니다.”

“마르다, 내가 한 말을 잊었느냐?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않았느냐?”

그 말에 마르다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예수가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둘러선 무리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항상 내 말을 들으시는 줄을 알았나이다!”

그러더니 동굴을 향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나사로야, 나오라!”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조금 있으니 과연 죽었던 나사로가 일어나서 나왔다. 시신에 싸맸던 베를 두른 채로 나사로가 나와 눈을 껌뻑거리며 사람들을 쳐다봤다.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경악했고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기도 했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살아 돌아온 오라비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랐다.

“사탄이시여, 예수가 죽은 나사로를 살렸다는 소문이 온 유대에 퍼졌습니다.”

사탄의 부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를 올리자, 사탄이 코웃음을 쳤다.

“예수가 귀신 들리고 병든 자들을 고쳐 주어도 이 민족이 변화가 없으니, 끝내는 죽은자를 살리어 자기가 하늘의 아들임을 드러내려고 일을 벌였구나.”

“사탄이시여,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은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렇게 되면 유대 백성이 예수를 하늘의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그러자 사탄이 심기가 불편한 듯 부하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잘 들어라. 유대 백성은 이미 우리에 의해서 눈이 가려진 상태이다. 예수가 그들에게 수없이 기적을 보여주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예수를 요괴한 박수무당 정도로 여겨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번 눈이 가려진 유대 백성이 그리 쉽게 바뀔 것 같으냐? 너희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예수를 더욱더 궁지에 몰아넣어야 한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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