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라 마리아

by We Young

로마인들은 소금에 오랫동안 절인 생선을 즐겨 먹었다. 로마인들의 이런 취향은 갈릴리 호수 주변의 도시들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중 막달라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었다. 이곳에는 갈릴리 호수에서 잡아들인 생선을 저장하는 거대한 창고가 즐비하였다. 이런 창고를 몇 개씩 갖고서 떼돈을 번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중에 하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막달라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부자였다.

이렇게 큰 부자인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30세가 다 되도록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수년간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예루살렘 성전에도 많은 헌금을 바쳤다.

어느 날 그의 아내 요안나가 침통한 표정으로 하난에게 말했다.

“하난, 이제 더 이상 헛된 꿈을 꾸지 마시고 그만 포기 하세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아이를 주시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요안나,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에게 아이가 없다 하여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소? 요안나,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 봅시다.”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얼마 후에 요안나는 임신하였고 이쁜 딸을 낳았다.

“요안나, 하늘이 이토록 이쁜 딸을 주려고 우리가 그리도 고생했나 보오.”

하난은 기쁨에 눈물을 흘렸고 아이를 안고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하난 부부는 딸의 이름을 마리아라고 정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마리아가 13세가 되었다.

“요안나, 벌써 마리아가 시집을 갈 나이가 되었소.”

“그렇군요. 아직도 한참 어리게만 보이는데 말이에요.”

하난 부부는 귀한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약했던 요안나가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에 하난은 어쩔 줄 모르고 혼비백산하였다. 하난은 아내의 죽음에 너무도 괴로운 나머지 상실과 번뇌로 살아갔다. 하루하루를 술로 보내던 어느 날 그마저도 쓰러지고 말았다.

“아버지, 아버지마저 잃게 되면 저는 어찌 살라고 그러십니까? 제발 건강을 회복하여 저와 함께 다시 행복하게 살아요, 아버지.”

마리아는 그렇게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하난은 이미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마리아, 미안하다. 내가 너를 시집보내고 눈을 감아야 하는데, 내가 가고 나면 누가 너를 지켜줄꼬…”

결국 마리아를 남겨두고 하난은 세상을 떠났다. 마리아의 나이 16세였다.

“불쌍한 마리아 어쩌면 좋아.”

“그러게 말이야, 부모를 다 잃고 어찌 홀로 살아간단 말인가.”

주변 사람 모두가 마리아의 불행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하난의 동생 유다는 하난이 남긴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마리아, 네가 아직 나이가 어리니 삼촌인 내가 너를 책임져야 하지 않겠니?”

유다가 조카인 마리아를 찾아와서는 살살 꼬드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리아는 이미 삼촌의 의중을 꿰뚫어 봤다.

“삼촌, 뜻은 고마우나 저도 이제 성인입니다. 제가 알아서 살아갈 테니 삼촌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스라엘의 예법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부모가 가고 나면 그의 형제가 조카들 혼인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예법이 아니더냐?”

“삼촌, 저는 이미 혼자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혼인 생각이 전혀 없으니, 저에게 더 이상 아무 말씀 하지 말아 주세요.”

마리아의 단호함에 유다는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는 조카의 당돌함에 분한 마음이 들었는지 씩씩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내가 뭔 일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

“여보, 마리아를 만나고 온다더니 왜 이리 화가 났어요?”

“아니, 글쎄 고것이 눈을 치켜뜨고는 삼촌 필요 없으니 이 집에서 나가요! 그러잖아.”

“뭐요? 마리아가 그랬다고요? 아니, 그 애가 아버지마저 가더니 실성했나?”

두 부부가 밤새도록 마리아를 험담하더니 화가 안 풀렸는지 다음날 동네방네 마리아가 미쳤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로 인해 하루가 지나자 여기저기서 마리아가 미쳤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마리아가 아버지마저 가고 나더니 미쳐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아 그렇다네. 불쌍한 마리아를 어쩌면 좋아. 실성하여 이제는 일곱 귀신이 들렸다고 한다네.”

어느새 마리아는 일곱 귀신 들린 여인네가 되어 있었다.

여종이 울상을 지으며 마리아에게 다가와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가씨,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요? 사람들이 정말 못됐어요.”

“그러게 말이다. 이제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방구석에 처박혀 살다가 진짜 미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구나.”

마리아가 실의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아가씨, 갈릴리의 예언자라는 사람이 막달라에 왔다고 합니다. 다들 그를 보러 간다고 합니다.”

여종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내 머리를 숙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에 가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나올 텐데 어찌 간다는 말이냐?”

“무얼 걱정합니까? 여인네야 이렇게 뒤집어쓰고 눈만 내밀면 되지요.”

여종의 말대로 천으로 얼굴을 뒤집어쓰니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둘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회당으로 달려 나갔다. 그곳에는 젊고 잘생긴 청년이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설교하고 있었다. 마리아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좀 더 가까이 가서 그 청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쩜 저리도 멋있을까?’

마리아는 청년의 모습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설교가 끝나자, 병자들을 치유해 주는 시간이 되었다.

“자, 줄을 서시오, 줄을.”

제자들이 병자들을 줄을 세웠다. 이때 마리아가 병자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가기 시작했다.

놀란 여종이 다가와 마리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가씨, 갑자기 어딜 가시게요?”

“나도 병을 고치고 싶어서 그런다.”

“무슨 병이요? 아가씨가 무슨 병이 있다고.”

“일곱 귀신 들린 병 말이다.”

“네?”

순간 여종이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여종이 다시 달려와 말렸지만 끝내 마리아는 병자들과 함께 줄을 섰다.

드디어 예수가 마리아에게 다가왔다.

“소녀여, 어디가 아파서 이렇게 왔는가?”

마리아는 예수의 음성을 듣고 있노라니 너무도 가슴이 벅차서 입을 열지 못했다. 넋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자 옆에 있던 제자 하나가 책망하였다.

“이보시오. 다른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안 보이시오? 빨리 대답하시오.”

그러자 정신이 돌아온 마리아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저…일곱 귀신이 들렸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예수의 옆에 서 있던 제자들이 순간 뒷걸음쳤다.

예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리아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더니 이내 마리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녀여, 하나님의 권능으로 일곱 귀신이 물러갔으니 이제 일어나서 돌아가라.”

집으로 돌아온 마리아는 낮에 만났던 그 젊은 예언자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그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구나.’

마리아는 예수의 얼굴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예수의 일행이 묵고 있는 처소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가씨, 이 시간에 어딜 간다는 거예요?”

“그분을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 그러니 너는 아무 말 말고 길을 앞장서라.”

그렇게 저녁이 다 돼가는 시간에 둘이 예수의 처소에 도착했다.

“선생님, 낮에 일곱 귀신 들렸다는 여인네가 찾아왔습니다.”

제자 하나가 예수가 있는 방으로 마리아를 인도했다.

“소녀여, 어인 일로 이곳까지 왔는가? 아직도 귀신 때문에 아픈가?”

“아니옵니다. 저는 사실 귀신 들리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어찌하여 귀신 들리지 않은 저를 치유했다고 하셨습니까?”

“소녀여,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마리아입니다.”

“마리아, 너의 말이 맞다. 너는 귀신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너의 조상은 선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귀신이 들릴 수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병을 고쳤다 하셨는가요?”

“마리아, 네가 나에게 병을 고쳐 달라고 했을 때 너의 사정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너에게 그렇게 대답한 것이다.”

마리아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예수를 쳐다보며 그의 대답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에게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이 진짜 어떤 분이신지.“

“마리아, 나는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너를 무척 사랑하는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다.”

예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리아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선생님, 선생님은 다 보이십니까?”

“그래, 너의 부모가 너를 너무 사랑하여 지금도 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구나. 이제는 네가 너의 부모를 보내 드려라.”

마리아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어 얼굴을 감싸고는 간신히 물었다.

“어…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보낼 수 있나요?”

“마리아, 더 이상 부모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 그리하면 너의 부모도 너를 잊고 떠나갈 것이다.”

다음날 마리아는 여종에게 예수와 나눴던 대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아가씨, 정말이에요? 그분이 그렇게 신통하신 분이셨어요? 하긴 귀신 들린 자, 병든 자들을 손만 대면 낫게 한다고 하셨으니 그 정도쯤은 쉽겠죠. 그래서 아가씨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분의 말씀대로 나의 길을 가려고 한다.”

“네? 어디로 간다는 말이에요?”

“지금까지 살면서 나의 맘을 그토록 깊이 알아준 사람은 그분밖에 없다. 내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그분을 따라가서 제자가 되려고 한다.”

“네? 그게 무슨…”

“그러니 옷가지하고 패물 몇 가지를 싸서 떠날 채비를 하자.”

“아가씨, 그러면 이 집은 어떻게 하시고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집안 관리는 집사와 다른 종들이 하던 대로 하면 되고 남들에게는 멀리 친척 집에 얼마간 갔다 온다고 말하면 되느니라.”

그리하여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일행에 합류하였다.

이전 16화바리새인과 사두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