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베드로가 예수에게 와서는 물었다.
“선생님, 따르는 무리가 많아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많아서 관리해야 하는데 누굴 시킬까요?”
“가룟 유다가 셈이 빠르니 그에게 돈 관리를 맡기면 잘할 것이다.”
예수의 말대로 제자 가운데 가룟 유다가 계산이 빨라 돈 관리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규모가 커지자 돈 관리뿐 아니라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여인네들도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막달라 마리아는 여인네들을 이끌고 시장에 가서 음식 재료를 사 오는 일을 맡았다.
“유다, 지금 음식 재료가 다 떨어졌습니다. 장을 보러 갔다 오겠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말에 가룟 유다가 돈 궤를 열어젖혔다. 그런데, 안에 동전 서너 개밖에 없었다. 유다는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돈이 왜 이것밖에 없지? 분명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달라 마리아가 가룟 유다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돈이 없나요? 혹시 어제 다른 지출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유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무릎을 치면서 대답했다.
“아, 그렇구나. 어제 급히 누가 달라고 하여 주었는데 그걸 깜빡했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내가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뭘 그걸로 그러세요. 사람이 완벽할 수 있나요?”
“그런데, 어쩌면 좋으냐? 오늘은 돈이 이것밖에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돌아서려 했다. 그러자 가룟 유다가 막달라 마리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마리아, 이거라도 가져가라.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냐?”
남아 있던 동전을 박박 긁어서 손에 쥐어주자 마리아는 뿌리치며 대답했다.
“유다, 이 돈은 그냥 돈궤에 넣어두세요. 제가 알아서 장을 볼 테니 염려 마시고 하시던 일을 하세요.”
마리아는 자기가 갖고 있던 돈으로 그날 장을 봐서 음식을 장만했다.
며칠 후 가룟 유다가 막달라 마리아에게 다가왔다.
“마리아, 전에는 고마웠다. 내가 하마터면 선생께 책망을 듣고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조롱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네 덕분에 아무 일 없이 잘 넘어갔구나.”
“괜찮습니다. 제가 특별히 큰일을 한 것도 아니니 너무 유념하지 마세요.”
그러자 가룟 유다가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막달라 마리아에게 주려 했다.
“마리아, 이것은 전에 장을 봤던 것을 계산하여 가져온 돈이다.”
“아, 아닙니다. 저도 그 정도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제가 가진 여윳돈으로 한 것이니 헌금한 것으로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가룟 유다는 막달라 마리아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저 여인네가 어떤 사람이기에 저리도 마음 씀씀이가 큰 것인가? 필시 평범한 집안의 처자는 아닌 것 같구나.’
그때부터 가룟 유다가 막달라 마리아를 유심히 지켜봤다. 나중에 그는 막달라 마리아가 부잣집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흠…저렇게 귀한 여인네가 어이하다 이렇게 힘든 곳까지 왔단 말인가?’
가룟 유다는 막달라 마리아가 부유한 집안의 딸이면서도 헌신적인 모습까지 보이자 급격한 호감을 느꼈다. 가룟 유다의 마음속에서는 어느새 그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룟 유다의 마음과는 달리 막달라 마리아의 마음은 오로지 예수를 향해 있었다. 예수를 바라보는 막달라 마리아의 눈빛은 항상 빛나고 있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그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만을 변함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그런 막달라 마리아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가룟 유다는 가슴이 아팠다.
‘마리아는 어찌 내 마음을 이리도 모른단 말인가? 정말 그가 선생만을 사랑하는 것인가?’
태초부터 변심하는 자들이 모두 그랬듯이 가룟 유다의 마음에도 어느새 질투와 시기의 마음이 들어왔다.
‘예수 선생만 아니면 내가 저 여인네를 차지할 수 있을 텐데…’
그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에 가룟 유다가 잠들지 못하고 밤하늘 별을 보면서 괴로움에 탄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룟 유다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선생의 처소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선생님이 안 주무시고 나오시는가 보구나.’
가룟 유다가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달빛에 비친 모습을 보니 여인네였다.
‘마리아?’
가룟 유다의 눈에 그 여인네는 분명 막달라 마리아였다. 선생의 처소에서 나온 막달라 마리아는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가룟 유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찌 마리아가 이 늦은 밤에 선생의 처소에서 나온단 말인가? 정말 둘이 사랑하는 관계란 말인가?’
가룟 유다는 사랑이 깨진 것에 대한 분노와 선생에 대한 질투로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방으로 돌아온 가룟 유다는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며 신음했다.
‘내 마음이 왜 이런 것인가? 이러다가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이 괴로움과 고통을 벗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이지?’
그가 고통 속에 신음할 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유다야, 뭘 그리 고민하느냐? 예수만 없으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 하하하.”
가룟 유다는 듣기 싫어 귀를 막았지만, 귀를 막아도 계속 그 음성이 들렸다.
가룟 유다가 괴로움에 참다못해 소리쳤다.
“그래, 알았다. 알았으니 그만 나를 괴롭혀라!”
그러자 더 이상 그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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