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사람
유난히도 지나치기 힘든 사람이 있다. 나의 아픔을 닮은 사람. 나보다 더 깊은 사람.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 그런데 너무나도 깊어서 아무런 말도 건넬 수 없는 사람.
내가 태어난 고향. 내가 살았던 아파트는 임대주택이었다. 수백 명의 수급자가 살고 있고, 수백 가지의 아픔이 존재하는 곳. 나랏돈을 받기 위한 명분의 유지로 수급자인 사람이 있었고,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들어 수급자가 된 사람도 있었다. 아등바등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사회안전망을 그늘 삼아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수급자로 살다 보니 수급자로서의 삶이 편해 그렇게 수급자의 삶을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경찰차와 소방차가 적지 않게 드나들던 곳. 무수히 많은 가정폭력이 존재하던 곳. 내게는 아픔이 많이 서려있던 곳. 그저 영화로만 끝낼 수 없었던 미쓰백.
꼴 같지 않은 삶도 있고 꼴 같은 삶도 있고 그렇게 꼴 같지 않고 꼴 같은 삶이 섞여서 살아가는 곳이 지금의 사회인가 싶기도 하고.
누구나 어둠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깊이는 모두 다르다. 그 깊이가 너무나도 깊어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른 사람. 두터워진 방어막의 온도가 얼음장만큼 차가운 사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따뜻한 사람. 하지만 아무도 나의 속을 내어줄 수 없게 된 사람.
그런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나보다 더 차가운 그 손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는데 그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할 때. 그렇게 지나칠 수 없을 때.
결국은 나 역시도 그 아픔의 깊이를 오롯이 내 몫으로 견디지 못하겠을 때. 마음이 너무나도 아플 때. "네 곁에 있어줄게." "너를 지켜줄게."라는 말이 무색해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누군가를 품고 싶다는 생각이 스미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레옹과 마틸다가 스치고 태식과 소미도 스치는 미쓰백과 지은.
이병률 작가님이 사랑은 교통사고라 했다.
스쳐서 스미고 부딪혀서 아프다.
언젠가는 떠나야 해서 힘들다.
영화소개 中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매 순간 날 배신하는 게 인생이야”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던 어느 날
나이에 비해 작고 깡마른 몸, 홑겹 옷을 입은 채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이 ‘지은’을 만나게 된다.
왠지 자신과 닮은 듯한 아이 ‘지은’을 외면할 수 없는 ‘상아’는
‘지은’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이런 나라도, 같이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