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마음 시

by 유연



날씨가 잔뜩 흐린 날이면

특히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날이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축 처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몸도 마음도.


그건 내 마음과 의지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처음엔 내 의지에서 벗어난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싫었습니다.


'나는 날씨의 아이인 걸까?'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한 모습이지 않나 싶었어요.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느끼고

비가 오면, 그 비를 맞고

햇볕이 쏟아지면, 그 해를 반기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날씨의 아이로 살기로 했습니다.

이제 비가 와도 그러려니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흐린 날도 이내 지나가고

햇살은 언제나 다시 비춰 오리라는 것을 알기에

더 맑고 씩씩한 날씨의 아이가 되었습니다.






날씨의 아이


쏟아지는 비에

우울함인지 모를 어떤 것들도

함께 씻겨 내려가고


구름이 걷히고 맑아 올 것을 아는 사람은

비가 와도 나쁘지만은 않다


잔뜩 흐려진 빗속에 홀로 있어도

나리는 비를 맞을 뿐

고요한 낙하만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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