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안다는 것

꽃 시 불두화

by 유연



꽃 '불두화'를 아시나요?


얼핏 보면 수국과 비슷하게 생겼답니다.

저도 이 꽃의 이름을 올봄에 처음 알았습니다.

발아래에 핀 연둣빛의 꽃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봄에는 초록색을 띠다가 여름이 되면

절정을 이뤄 하얗게 피는 꽃.


어쩌면 그동안 수국으로 보았던 꽃들이

이 불두화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지금껏 수국을 가장 좋아했는데

불두화를 가장 사랑할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름을 몰랐을 뿐인데

이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을 아니, 더 정이 갑니다.

이름으로 부르니, 더 눈길이 갑니다.

이제 이 이름을 봄마다 기다리겠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중에서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또 하나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불두화


발아래 연녹색 꽃 앞에

우뚝 서 몸을 숙이네

여물지 않은 빛은 나를 당기고

익어갈 빛이 나를 설레게 하네


저 꽃은 어디서 왔나

왜 이제 보았나 이 연둣빛을

왜 이제 알았나 이 영은함을


순백은 절로 날 이끄네

마치 내 빛이 여기 있었노라

하이얀 얼굴에 폭 잠겨 맡고 싶구나

새 냄새를,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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