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밑줄을 긋지 않는 이유

by 유연


필사를 하고 낭독을 한다.

그렇게 책을 더듬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다 보면

사람들이 함부로 더럽힌 책을 쉽게 만난다.


함께 보는 책에 과감히

밑줄을 긋는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내가 가진 책일지라도

책에 밑줄을 긋고 싶지 않다.


그 문장을 눈으로 한 번 더 보고

입으로 한 번 더 읊조리면 그만이다.

책을 더럽히고 싶진 않다.


내가 읽지 않으면

또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 있을 터인데.


정말 좋은 책일수록 나눠야 한다.

문장은 그대로 마음에 담고,

책은 다른 손에 건네야 한다.


책은 한 책장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공유될 때 그 가치가 있다.


좋은 책이라면 그만큼 손때가 묻어나는 법이다.


그 흔적은 다른 눈을 위해 조심히 남겨야 한다.

부디 그 마음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


책에 밑줄을 긋지 않는 건

한 권의 책보다

한 그루의 나무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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