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

시와 에세이

by 유연


음악도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무언가에 취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 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취해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이런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둡고 혼탁해서 이런 세상에서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그저 계속해서 맑은 정신을 갖기 위한 집념만이 존재할 뿐, 인간이란 나약하고 불결해서 태초부터 인간에게 깃드는 맑은 정신이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가능을 이겨내는 존재이다. 매순간 가능성에 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이다. 불가능하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 앉아만 있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죽을 것이니 오늘을 살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설령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릅답지 않다고 해도 나는 술에게 내 입술을 허락하지 않겠다. 잔에 따라 놓으면 날아가 버릴 것들에 내 갈증을 맡기고 싶지 않다. 그것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다. 마르지 않는 물은 따로 있다. 나의 목마름은 진실을 추구하는 가치를 향한 집념에 있으며, 내 목을 적시는 건 내가 발견한 우주의 맑은 우물에서 두 손으로 떠 올린 물이면 충분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그 우물가에 서서 목을 추리겠다.


나는 내 우주에서 살고 싶지 내가 서 있는 우주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살고 싶지는 않다. 흐릿하게 살아가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 아닌가.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 보는 것 아니냐고, 그만한 고난과 역경을 만나지 못한 것이라 비난할지언정. 술에 힘을 빌려서라도 살아가려는 어른들의 몸부림을 모르는 어린 아이라고 해도 좋다. 차라리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택하겠다. 그리고 그것을 비난이 아니라 찬사로 받아들이겠다. 나에게도 순수의 티끌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가치일지도 모르니 나는 그것을 움켜쥐겠다고 말하련다.


기쁨을 기쁨으로 슬픔을 슬픔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굳이 꼭 무언가와 나누면서 그것을 더하거나 덜어내려고 하지 않겠다. 꼭 나누어야만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온전치 않다. 나는 세상의 온전한 것들을 받아들이겠다. 설령 그 길이 외로워도 그것은 진정한 고독일 것이니 나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되겠다. 고독이 되겠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맑은 머리로 깨어 있고 싶다.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나의 중심을 잃고 싶지 않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가치를 잃고 싶지 않다.

내 의지와 다른 일을 내가 하게끔
무언가에게 그 권한을 내어 주고 싶지 않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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