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사람 윤 May 23. 2023

퇴근을 당겨주는 업무 처리 알고리즘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애자일 프로세스를 보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인 <장사천재 백사장>을 보면서 감탄했다.

매일 장사를 거듭하면서 그날의 시행착오를 복기하고 다음날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적용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는 역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장사천재 백사장> 나폴리 편 캡처

하루의 마무리 지점에서 다음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프렙을 해 두고, 아침엔 모닝 브리핑으로 오늘의 목표를 함께 공유한다. 전날의 시행착오를 개선할 전략들을 짜고 거침없이 실행한다. 매일 반복되는 회고와 전략 재수립. 이는 애자일한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와 닮았다.



1. 애자일 방법론 - 내 일에 적용하기


애자일은 ‘날렵한, 민첩한’이란 뜻의 영어단어 ‘Agile’에서 온 용어로, 1990년대 중반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일단 프로젝트 시작한 후 끊임없이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객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모른다’는게 애자일의 전제다.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것이다.


계획 → 디자인 → 개발 → 테스트 → 배포 → 리뷰 → 출시의 스프린트를 이루며, 이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위의 프로세스를 참고하여 나만의 스프린트를 만들어 보자.

계획 → 실행 → 관찰 → 피드백 순으로 개인 업무도 애자일 하게 녹여 볼 수 있다.


[계획]

일주일 단위로 스프린트를 계획한다.

이번주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삼아 두고, 스케줄링을 통해 상세한 일정을 배치한다. 집중하여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는 '타임 블로킹'을 해 두어 방해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2-3시간 이상 집중해야 하는 업무)

최근에는 계획적인 휴식 시간도 마련해 두어, 업무 간 전환 시 리프래시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구성하기도 한다. 

스케줄링하다 보면 자투리 시간이 생기는데, 이때 그 시간에는 전화로 캐치업을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완료되는 간단한 일들을 처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행]

계획 기반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럽게 치고 올라온 우선순위 높은 업무가 계획을 조정하게 만들 수 도 있다. 그러나 나의 일주일이 이미 계획되어 있고, 변경 가능한 허용량도 이미 알고 있으니, 업무 조정이 더 편하다. 


[관찰]

계획 대비 실행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이번 주의 목표를 달성했는지, 타임 블로킹이 효과가 있었는지 등 전체 프로세스를 관찰한다.


[피드백]

피드백 과정을 거쳐 업무 프로세스를 재조정한다. 일주일 단위로 '업무 로그'를 남겨 두는 것도 좋다. 모든 기록은 쌓이면 내 자산이 된다. 키워드와 프로젝트별 나의 기여도 및 내역을 기록해 두면 좋다. 


이렇게 스프린트가 마무리되면 계속해서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다음 스프린트가 시작된다.



2. 실수가 발생했을 때 - 프로세스 개선 하기


다시 한번, <장사천재 백사장>으로 돌아가보자.

프로그램 내 인상 깊은 손님이 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주변 경쟁사 일본 레스토랑 사장님이다.

사장님의 마인드가 멋지다. 새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뺄 수 도 있으니 경계할 만도 한데, 매일 같이 찾아오면서 음식을 즐기고 마케팅 포인트, 음식의 맛, 서비스의 방식 등에서 좋은 점들을 차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을 질투한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료가 나의 배움 속도보다 빠르게 해 나갈 때도 그렇고, 내가 생각해 내지 못한 아이디어를 뽑아낼 때도 그런 마음이 차 오른다.

그런데 그러한 마음은 나의 발전을 막는다. 항상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내 나를 발전시킬 포인트를 찾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인간이기에 모두 할 수 있는 것이 실수인 것을..


그러나 회사에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실수는 말이 다르다. 잦은 업무 실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를 무너트리게 하는 장본인이다. 실수를 한 이후에 개선 방안이나 실수 방지 프로세스를 마련해두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실수가 '왜' 생기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실수 노트를 통해 실수했을 때의 나의 하루를 따라가 본 적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하루 시작 전에 쌓인 업무에 마음이 무겁거나, 마음이 급할 때 실수가 반드시 생겼다. 

스케줄링을 할 때는 실제 진행 가능한 시간보다 여유를 두고 타임 블로킹을 한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이 부여되어 있다면 그 시간이 지나갈 때 마음의 불안감도 함께 차오르기 때문이다.

일이 쌓여 있을 때도 하루에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업무의 물리적 시간은 한계가 있으므로 적절한 업무를 할당해야 한다. 그 외 초과되는 업무가 있을 때는 타임라인을 여유롭게 가져가거나 적절하게 위임을 할 수 있도록 매니저와 논의해야 한다. 마음이 급해지려고 한다면, 내 감정의 흐름 상태를 인지하고 심호흡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가 '빠르게'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지, '바르게'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지 말이다.


또 다른 포인트로는, 실수를 했을 때의 태도다. 실수는 이미 발생했다.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사회초년생 때는 업무가 나고 내가 업무였다. 실수를 하면 대역죄인이 되어 "죄송합니다"를 남발했다. 감정적으로만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업무에 있어서 감정적 사과는 전부가 될 수 없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진심을 담아 사과의 메시지를 남기며 실수를 인정하고, 대안으로 즉각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제안하고 추후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공유하는 것까지이다.


실수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실수에 대한 내용을 업무명, 기간, 실수 처리 방법, 사전 방지 방안 등을 기록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업무를 할 때, 나의 작은 '엑셀 사수'가 되어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방법이 해결책이 되는구나, 이 작업에서는 데이터를 한 번 더 확인함으로써 엑셀 수식이 잘 걸려 있는지 확인해야겠구나. 데이터가 쌓이면 새로운 인사이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경력이 쌓인 지금은 다른 사람의 실수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프로세스가 눈에 보이게 되었다. 처음엔 어떻게 할지 몰라 허둥댈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무슨 일이든 잘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3. 업무 처리 알고리즘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어수선하다. 모든 것들이 새롭고 각각의 것들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머리가 뜨끈해진다.

시간은 많은 것들을 해결해 주는데, 일단 정리가 되면 업무의 내용을 문서화하여 적어두면 좋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시작하되, 점점 모양이 갖춰지게 될 것이다. 업무라는 게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다수이고, 이를 프로세스로 문서화해 두면 ‘셀프 인수인계서’처럼 다음 달의 나에게 유용한 양식이 된다. (퇴근을 당겨주는 매직!)


업무 프로세스 별 알고리즘을 만들어두면 업무의 표준화를 이룰 수 있고, 표준화된 업무는 누가 하더라도 동일한 품질의 결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한번 파도를 탄 업무 프로세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업무 처리 알고리즘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컴퓨터가 일을 하는 것처럼 IF, 어떠한 조건이 있을 때 참일 경우에는 A라는 의사결정을 거짓일 때는 B라는 의사결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그림을 그려보면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며 내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우선, 알고리즘이란 컴퓨터가 따라 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컴퓨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방법 또는 절차이며, 문제해결 방법을 순서대로, 절차대로 나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클라우드 기반의 CRM을 서비스하는 IT회사의 APAC 서비스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여러 업무 중 유지보수 서비스의 이슈 보고 알고리즘은 아래와 같이 기록하여 활용하고 있다.


1단계: 우선 업무 처리 이력을 확인한 후, 동일하거나 비슷한 케이스 발생 했는지에 대해 확인한다.

2단계: 이슈 보고를 통해 개발팀에서 해당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버그로 확인된다면 배포 일자를 커뮤니케이션한다.

3단계: 배포 일자까지 기다리기보다 이전에 처리할 수 있는 임시방편의 대안(Workaround)이 있다면, 해당 부분을 제안한다.

4단계: 개발팀과 이슈 해결에 대한 근본 원인을 검토한다.

5단계: 동일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프로세스를 파악한 후 제안한다.


실제 상황에 한번 적용해 본다면 아래와 같다.


시나리오: CRM 내 원격 회의 기능에서 스케줄링이 불가하다는 전화를 급하게 받았다. 급하게 온 전화는 나의 마음도 급하게 만든다. 마음은 급하지만 행동과 말까지 급해져서는 안 된다. (급한 나의 눈동자와 말투는 타인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말투는 느긋하게,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5단계를 순차적으로 적용해 본다.

1단계: 티켓 서비스 이력을 확인하여 최근에 비슷한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지, 해당 고객에서만 보고된 이슈인지 확인한다. 동일한 케이스가 있다면, 빠르게 팔로우업 가능한 케이스로 종료. 그게 아니라면 2단계로 진행.

2단계: 신규 티켓을 생성하면서 해당 이슈가 내 PC에서 재현 가능한지 확인. 내 PC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고객사의 네트워크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슈 재현 가능하다면 정확한 시나리오와 테스트 단계를 정확하게 기입하여 개발팀에 전달한다.

3단계: 이슈로 발 동동 기다리고 있는 고객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빠른 시일 이내 대안에 대한 상세 내용을 제안한다.

4단계: 개발팀과 이슈 해결 관련 타임라인 및 근본 원인을 파악한다. 파악 완료되면 투명하게 해당 내용을 고객에게 공유한다.

5단계: 동일한 이슈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프로세스 설정한 후, 고객에게 공유한다.


만약 위와 같은 알고리즘이 정의되지 않았다면, 1단계에서부터 어디에서 이력을 확인해야 할지, 누구에게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하고 올바르게 업무를 진행하려면,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