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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야 Mar 22. 2021

절대 비교하지 않겠다고 말해 놓고

너를 만나 마주한 생각들


[적응 3일 차]

그토록 바라던 나 혼자만의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문 앞에서부터 비명을 지르다, 마치 납치당하듯 선생님께 잡혀 들어가는 아이의 잔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오늘은 제발 한 시간만 버텨주길' 앉지도 서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집안을 맴돌았다. 언제나 정직하게 흘러가던, 아니 흘러갔을 시간이 오늘만큼은 쉬어가는 듯 느리게 느껴졌다.


하원 20분 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달려 나간 그곳에 눈물 콧물이 범벅된 나의 아이가 서 있었다. 마스크가 푹 젖을 정도로 울어 한 시간 사이에 두 번이나 교체해야 했다는 선생님의 얼굴은 혼이 나가 있었다. 덩달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애써 추스른 채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나 저릿한 심장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딱 한 자리만 비어있는 꽉 찬 신발장이었다. 



[적응 5일 차]

"시연이는 바로 낮잠 재우셔도 되겠어요. 적응 너무 잘했어요!" 

호호호 웃으며 말하는 선생님과 어린아이의 궁둥이를 토닥이며 웃고 있는 엄마. 그들 곁에 여전히 새빨간 눈으로 달려오는 내 아이가 있다.

 


[적응 10일 차]

이제 꽤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머물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완전히 적응을 끝낸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또래들과 함께하는 집단 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구석진 자리 한쪽에 앉아 홀로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사진을 보며, 외로웠을 마음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 아니, 다른 친구들은 다 재미있게 노는데, 왜 혼자만 울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흐른 것 같다.



 


비교하지 않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학창 시절에 많은 비교를 당하며 자랐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고 있다. 절대 비교하며 키우지 않겠노라 다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 서린이는 뒤집기 벌써 했어? 100일도 안 됐는데?

- 동연이는 몸무게 백분율 얼마 나왔어?

- 어머, 낯가림하는 것 봐. 애가 좀 예민한가?

- 왜 말문이 안트이지? 서준이는 트였던데



비교라고 생각지도 못했을 만큼, 이미 수많은 비교를 습관처럼 해 왔다. 아이는 '평균'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나와 남에 의한 평가를 계속 당해야 했다. 고작 24개월. 그 앞에 놓인 성장의 허들이 매 순간 얼마나 무거운 짐으로 느껴졌을까.




절대 비교하지 않겠다는 말의 무게

이제야 비로소 비교 속에 '부모의 욕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 위한 악의가 아님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이 비교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여전히 다른 이들에게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를 보면 '비교'란 끝까지 상처만을 남기는 것이 맞다.


그래도 마음속에서 조차 '절대 비교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눈에 보이는 또래의 모습과 들리는 이야기들을 한 번에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나의 아이에게 이것만큼은 굳건히 약속한다. 



너에게 절대 그 속을 내보이지 않겠다고, 

이 세상에는 네가 못하는 것도 뒤처지는 것도 당연히 있다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허황된 응원은 하지 않겠다고, 


마지막으로

넌 네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반짝거린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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