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소방관 Jan 13. 2024

[칼럼] 마이루틴을 삭제 했다.

'24년 하루 만보 가능할까?

새해 목표 중 절대 빠지지 않는 단골 목표가 있다면 아마도 건강(또는 다이어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해마다 빠지지 않고 다이어리에 한켠에 적어 둔 게 다름 아닌 다이어트다.

(잠깐, 그렇다고 오늘 이야기가 다이어트는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루에 만보 걷기가 목표다.(지난해 목표 달성은 했나요? 아뇨. 하루 만보 생각보다 싶지 않아요.) 더불어 몸무게 앞자리를 7->6으로 바꿔보려고 나이키 러닝화도 사고 미즈노 양말과 쇼트팬츠 기타 등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원래 운동준비가 8할 아닌가? ㅎㅎㅎ


'24년 1월 2일 아이폰 피트니스 앱_17,714걸음


스마트폰 덕분에 내가 몇 걸음을 걸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좋긴 한데... 어떻게 된 게 목표에 집착하다 보니 스마트폰과 연동된 애플워치를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 이게 바로 도둑맞은 집중력?


지금까지 내가 몇 보를 걸었지?
점심때 계속 걸어줘야 오늘 만보 완성할 수 있겠는데...
아! 오늘 많이 안 걸어서 잠들기 전까지 집에서 계속 걸어야겠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그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정말 중요한 일들에 대한 집중이 떨어지다 보니 과연 이런 식으로 목표를 세우는 게 맞나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지난해 '마이루틴' 개발자의 세바시 영상을 보고 곧장 앱을 설치한 뒤 나의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며 나만의 루틴을 만들며 사용했다. 하지만, 한 달여 사용 끝에 앱을 삭제했다. 앱에 노예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마이루틴 삭제 후  나의 삶이 그러니깐 나의 루틴이 엉망이 됐나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좀 더 자유롭고 여유가 생겼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도 줄었다. 가장 중요한 건 집중력이 높아졌다. 결국,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만든 도구이자 수단이었던 앱에 내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목표를 그렇게(계획을 세우고 세세한 루틴을 실행해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 끌쎄다. 적어도 나에겐 맞지 않는 얘기다. 외람되지만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게 보내는 스타일이 아니니깐.


2024 트렌트코리아의 분석대로 현대사회는 분초사회라 표한다.


그렇지만, 그런 과도한 분단위 초단위의 세분화가 오히려 사람을 완벽주의로 몰아가는 건 아닐까? 우리 하루가.. 우리 일상이..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분단위로 작용하는데 내가 세운 분단위 루틴대로 완벽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처음부터 가능한 게 아닐지 모른다.


나는 목표는 유연하게 세우는 걸 추천하다. 하루 단위보단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워보자.


하루 만보 걷기가 아니라 일주일에 4번 이상 만보 걷기 또는 일주일에 두 번 땀 흘리며 달리기


목표는 구체적으로 수단은 러프하게

이건 분명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또, 달성 가능한 목표가 의지력을 더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계획대로 완벽할 순 없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목표든 이룰 수 있다.


혹여, 작심삼일로 포기했다면 나흘 째는 하루 쉬는 날로 마음을 고쳐먹자. 그리고 다시 내일부터 작심삼일에 돌입하면 된다. 그렇게 또 사흘 째 되는 날엔 쉬면 된다. 그렇게 3일 하고 1일 쉬는 일을 91번 반복하면 우리가 세웠던 올 한 해 목표는 이뤄져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