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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소방관 Mar 02. 2024

강의에도 정석이 있나요?

세상이 만든 방정식대로 강의할 필요는 없다!

왜? 내가 알고 싶은 사실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나?
내가 수학 시간 공부했던 방정식 그게 어떤 도움이 되나?
만일 영어 시험에서 백점을 맞는다고
아메리카 맨과 말이 통하나?
우리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렇게 아나?
나는 모르겠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


독일어로 여섯 개의 수정이란 뜻을 가진 젝스키스의 데뷔곡 '학원별곡' 가삿말 중 일부다.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는 틀에 박힌 교육현실을 꾸미지 않는 직설화법 아니 직설랩으로 쏟아낸 가사에 꽤 많이 놀랐고 또 웃기도 했다.


뜬금없이 젝스키스의 학원별곡 이야길 왜 꺼냈냐고? 일종의 빌드업이다.(이런 표현보단 '복선'이란 표현이 국문과 출신을 더 돋보이게 할 텐데 그게 잘 안된다.) 이 질문에 답은 후반부에 정리하겠다.




필자는 광주소방학교에서 광주, 전남, 전북 그리고 제주까지 소방관을 대상으로 현장지휘작전절차와 재난현장 언론브리핑 강의를 하고 있다. 좀 더 멋지게 표현하자면 소방관을 만드는 소방관이자 전문교수요원이다.


교수직함 덕분에 얼마 전, 충북 진천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강의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을 다녀올 수 있었다.


3일간의 교육과정 동안 PPT작성법은 물론 스피치, 강의 설계 방법 그리고, 강의 스킬까지... 정말이지 그간 받아왔던 교육 중 가장 알찬 교육으로 기억된다.(쉬는 시간 없이 알차게 강의하는 강사, 결코 졸지 않는 교육생 덕분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소방, 경찰, 군, 철도, 국과수, 특허청, 보건복지, 우정사업본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퍼져 있는 교육기간 담당자가 한 곳에 모이다 보니 교육 외적으로 좋은 정보가 공유되면서 우물만 개구리처럼 살았던 필자의 삶에 적당한 긴장을 주는 긍정적 영향력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남쪽에 있는 광주소방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멋쟁이 소방관 이태영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소방관입니다. 기회가 되면 글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이 교육을 통해 여러분을 알아가고 싶습니다."


첫날 아이스 브레이킹 때 필자가 했던 말이다. 강의도 강의지만 각 기관별 장단점도 알아보고 개인별 역량향상을 위한 팁도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3일간의 교육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강의와 교수설계 과정, 언어(음성)와 비언어(시각)적 측면에서의 강사의 자세, 그리고 PPT작성이 조금이나마 머릿속에 정립이 됐다. 뭐랄까? 강의의 정석을 알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퇴직을 1년 앞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의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머리가 복잡해 졌다.


지금껏 내가 배운 내용이 정말  강의의 정석일까?


외람된 이야기지만 필자의 강의는 발성과 PT구성 등이 좋다는 평가를 종종 받아왔다. 이번 강의 피드백에서도 민망할만큼 좋은 평가에 몸둘바를 모를정도였으니 대충 상황이 그려질것이다.


하지만, 필자 다음으로 어정쩡한 자세와 흰 화면 위로 검은색 글씨만 몇 문장 보이는 어색한 PPT를 보인 발표자를 보고 있자면, 뭐… 지금껏 배운 대로 채점을 하라 치면 시작과 함께 빵점을 줘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마이크를 지그시 잡은 뒤 입을 뗀 강의는 12분이란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아쉬웠다. 강의에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강의라기 보단 서사에 가까웠지만, 싸늘하게 식어간 죽음의 현장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찾아가는 직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그는 “부검실에선 웃음을 보일 수도 치아를 보일 수도 없었다” 며 그곳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법의학적 사고가 아닌 인문학적 물음을 자신에게 계속 던졌다고 한다.


(부족한 필력으로 그의 강의를 자세히 표현할 수 없다니 내 수준도 짐작해 본다.)


수많은 교수기법을 연구한 교육학 박사들의 검증된 방법도 학습자들에게 영향력을 주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교육생들을 사로잡을 목표설정과 연결된 주제며 그리고, 강사의 강의에 대한 진심임을 느꼈다.


정석이 꼭 통하는 법은 아니다.

진심이 통하면 강의는 100점 만점 아닌가?

결국, 진심이 통한다.


선생님 가르침대로 공부한 친구들이 다 성공할 거 같아도 다 그렇지도 않다. 물론 성공한 친구들이 더 많겠지만… 그런데, 반항하고 지멋대로 행동해도 성공해 돌아온 친구들도 있지 않은가? 각자의 방법대로 진심만 가진다면 더 할 나위 없는 강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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