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두가 영웅이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비상소집 명령과 안보교육, 그리고 각종 보고회까지… 분주한 오전을 보낸 그날은 2025년 8월 18일, 을지연습 첫날이었다.
“화재 출동! 아파트 1층에서 검은 연기 발생. 출화 상태!”
검은 연기 그리고, 출화. 몇 가지 단어만으로도 화재현장이 얼마나 긴박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아파트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복도를 따라 아파트 상층부로 향하고 있었다. 불이 나자 일부 주민은 현관문을 열고 1층으로 대피하기 시작했고, 또 일부 주민은 창문을 열어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자칫 연기가 내부로 번져 질식이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지금 주민 여러분에게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서 섣불리 대피하지 마시고 현관문을 닫은 후 집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해 주세요.”
때마침 비번 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양명진 소방관은 화재현장을 목격하고 관리사무소를 찾아 비상방송을 요청했다. 관리사무소를 나선 양 소방관이 현장으로 나설 때였다. 저 멀리 택배 차량으로 보이는 1톤 화물차(탑차)가 불이 난 아파트 외벽을 향해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게 아닌가.
‘대체 저 화물차는 뭘 하려는 거지?’
택배기사는 차를 아파트에 바짝 붙여 세운 뒤, 탑차에 올라섰다.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던 50대 여성이 짙은 연기와 복사열로 대피가 어렵게 되자 구조하기 위해 올라선 것이다. 택배기사는 여성의 탈출을 돕기 위해 창문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한 뒤, 화물칸 윗부분으로 대피시켜 안전하게 구조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여성은 대피 과정에서 뜨거운 열기로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었지만, 구조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저 멀리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쯤, 현장에서는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주민의 분주한 움직임도 보였다. 예측할 수 없는 화재현장에서 마치 각본이 있는 것처럼 시민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양명진 소방관은 화재현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 택배기사와 주민들 모두가 소방관 DNA를 가진 작은 영웅임을 새삼 느꼈다.
택배기사는 화재현장 소방활동 유공으로 광주남부소방서장 표창과 함께, 지역 신문과 라디오에 출연하며 선한 영향력을 선사했다.
<광주 동부소방서 양명진 소방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