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문 Sep 27. 2024

나의 체질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억울한 체질

한의사의 조언에 따라 엄격하게 체질식을 하는 친구가 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체질이어서 같은 밥상에 마주 보고 앉아서 밥을 먹어도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다. 각자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고, 물마저도 체질에 맞는 브랜드의 생수를 마신다. '세상 살기 참 힘든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 살기 힘든 참 체질이어서 까칠하게 관리한 덕분이다. 


나는 꽤 무던한 체질이다.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동의하지 않는 친구도 많지만,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입는 것도 크게 까탈스럽게 굴지 않는다. 웬만하면 잘 먹고, 먹는 족족 정직하게 살로 간다. 며칠만 방심해도 배둘레가 달라져 있다. 나보다 훨씬 많이 먹는 데도,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친구를 보면서 '세상 참 불공평하다'라고 억울해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책에 심정을 적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살이 찌는 체질이다. 아내는 아무리 먹어도(많은 양을 먹지 않지만 뭔가 있으면 단 것을 먹는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다. 군살도 붙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주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을 어떤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얻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런 살찌기 쉬운 체질로 태어났다는 것은 도리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즉 내 경우 체중이 불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에 유의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골치 아픈 인생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가면 신진대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몸은 건강해진다. 노화도 어느 정도는 경감시킬 것이다. 그런데 거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의 사람은 운동과 식사에 유의할 필요가 없다. 필요도 없는데 그런 귀찮은 짓을 일부러 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체력이 점점 쇠퇴해 가는 경우가 많다.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연히 근육이 약해지고 뼈가 약해져 가는 것이다. 무엇이 공평한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맞다. 길게 보면 세상은 대체로 공평하다. 그런데 사람 셈법이 참 고약해서 떡은 남의 것이 커 보이고, 짐은 내 것이 커 보이니 세상은 항상 불공평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수시로 주문처럼 외운다. '내 떡이 더 크다. 내 떡이 더 맛있다. 내 짐이 더 작다. 내 짐이 더 가볍다.'

 

어쨌거나 나는 먹는 족족 살로 가는 정직한 체질인 관계로 일주일에 서너 번 30분 유산소 운동을 하고, 30분 웨이트를 하고, 18층에 있는 집에 갈 때는 거의 대부분 계단을 이용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이어간다. 하지만 수시로 장애물에 걸려서 넘어진다. 수면 부족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단 것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한다. 유혹 앞에 무릎 꿇었다가 다시 결심했다가를 반복하는 건 무슨 체질일까?     

 

[매일 자기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hyomoon20?igsh=NXd6eWZvZndkMz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