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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Oct 04. 2024

내 DNA에 저장된 정보는?

'가무' 빼고 '음주'만 즐기는 이유는?

나는 아버지를 꽤 많이 닮았다. 냄새가 강한 음식을 싫어하고, 금방 담근 생김치를 좋아하고, 자극적인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입에 넣기를 몹시 꺼려하는 식성에서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몹시 많이 닮았다. 음치에 박치인 것까지도 고스란히 닮았다. 음악과 춤을 몹시 좋아하지만 그다지 재능이 없어 보이는 딸을 때면 내심 미안하다. 내가 '음악에 재능 없음 유전자'를 물려준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 유전자를 나에게만 물려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노래방에 가서 깨달았다. 오래전 온 식구가 노래방에 갔다가 우리가 음치와 박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 한 사람만 엄마만 정상적인 음을 내고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노래방 기기가 '지금 노래를 시작하세요'라는 뜻으로 숫자를 표시해주지 않았더라면 언제 노래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마이크만 들고 서 있을 뻔했었다. 음치 유전자가 우성인가? 음치인 사람과 아닌 사람, 두 사람이 만나서 자식 다섯을 낳았는데 어떻게 모두 음치일 수가 있을까? 어쨌든 그날 이후 우리는 노래방에 가지 않기로 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려받게 되는 유전자 속에는 도대체 어떤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하다. 키나 피부색, 머리숱 그리고 갖가지 질병 등의 몸과 관련한 정보만 담겨 있는 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런 정보만 담겨 있다면 성격이나 식성까지 닮지는 않을 테니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기질이나 성격, 취향,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유전자의 영향이라면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내가 보고 배우고 경험한 것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아니면 물려받은 유전형질 50%에 나의 경험 50% 정도로 이루어져 있을까? 아니면 99.9%의 유전형질에 나의 경험은 0.01% 정도일까? 생각할수록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할까? 그건 아닌 같다. 세상 만물은 관리하지 않으면 녹이 슬고, 녹이 슬면 망치게 된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더 그 쇠를 먹는다.
                                      - <법구경> 중에서


나에게서 나오는 게으름이나 나쁜 생각, 습관이 녹이다. 그 녹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닦을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닦다보면 개선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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