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울릉도

5박 6일간의 뚜벅이 울릉도 여행보고서 2

by 효문

울릉도에 가기 전에는 몰랐다. 울릉도 물가가 그렇게 비쌀 거라는 걸. 그리고 그렇게 맛있을 거라는 걸. 생각해 보니 물가는 비쌀 수밖에 없다. 울릉도 인구가 얼마 정도 되는지, 카페 사장님에 여쭤보니 대략만 명정도라고 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한마디로 작은 섬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온통 산이다. 논밭이 없다. 해변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다시 말해서 많은 것들을 외부에서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비쌀 수밖에. 가장 싼 칼국수가 13000원, 대부분의 식사는 20000원에서 시작했다. 서울 강남 물가와 비슷하다. 바가지요금이 아니라 비쌀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대신 맛있고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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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사동항 근처에 있는 '신비섬 횟집'에서 먹었던 전복죽과 울릉도 에일. 솔직히 전복죽은 맛이 없기가 힘든 음식이다. 3시간짜리 롤러코스터 같은 배를 타고 들어오느라 시달린 위장을 전복죽과 에일 맥주로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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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따개비 칼국수. 천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작은 분식집 '신애 분식'에서 먹었다. 사장님이 직접 밀어서 만든 면과 울릉도 바다에서 잡은 따개비가 푸짐하게 들어간 칼국수는 진하고 쫄깃했다. 정말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옆 테이블에서 아이들이 면만 먹고 국물을 남기고 나간 걸 보니 내가 괜히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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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저녁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버스 옆자리에 앉아 있는 분에게 물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맛집 좀 가르쳐 주세요." 아주머니는 울릉도 왔으면 물회를 먹고 가야 한다며, 정류장에 내린 후 내 손을 이끌고 직접 식당까지 데려다주고 갔다. 저항 근처에 있는 식당 '새바다'였다. 오징어 물회도 아니고, 꽁치 물회도 아니고, 울릉도 바다에서 잡은 잡어란다. 무슨 생선인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아마 들어도 기억 못 했을 것 같고, 중요한 것 맛이 더없이 훌륭했다는 사실이다. 반찬도 너무 맛있어서 남김없이 다 먹었더니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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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입도에 실패하고 다시 사동항으로 돌아왔을 때, 하루 종일 굶은 뱃속이 아우성이었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비치온호텔' 2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기대 1도 없이 '엉겅퀴 소국밥'을 시켰는데, 이걸 주문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에 구수한 엉겅퀴. 뱃속은 든든해졌고, 독도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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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항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명가식당에서 먹었던 '홍합밥'과 '오징어내장탕'. 오징은 내장은 내가 썩 좋아하는 식감은 아니었지만 국물은 시원했고, 홍합밥은 말해 뭐 할까? 맛있었다. 반찬으로 나온 명이나물을 비롯해서 각종 나물도 훌륭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는 '오삼불고기'를 시킨 모양이다. 사장님이 울릉도 오징어로 만든 '오삼불고기'는 차원이 다르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사장님 얘기 들으니까 먹고 싶네요. 내일 다시 와야겠어요."

"오세요. 1인분도 해드립니다. 혼자 여행 다니는 분들에게도 해드려야죠."

그렇게 사장님과 몇 마디 말을 나누는 사이에 옆 테이블에 앉은 여성 분이 밥뚜껑에 오삼불고기를 덜어서 건네주었다.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진짜 맛있었다. '내일 다시 와서 많이 먹어야지' 생각했지만 결국 가지는 못했다. 울릉도는 좁은데, 맛있는 집은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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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에 올랐던 날, 3만보를 넘게 걸었다. 기진 맥진한 상태로 찾아간 천부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꿀단지 식당. 이름이 참 친근하다. 어중간하게 4시를 넘겨서 갔던 터라 식당에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엉겅퀴 닭개장을 주문했다.

"파기름 내서 끓인 거예요. 들깨 가루 넣어서 드시면 됩니다." 사장님이 알려준 대로 들개가루 듬뿍 넣어서 먹었다. 밥과 반찬은 살짝 부실한 느낌이 들었지만, 엉겅퀴 닭개장은 훌륭했다.


그렇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잠시 쉬기 위해서 들어갔던 모아세 카페. 그곳에서 마셨던 냉율무차는 정말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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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하는 카페처럼 화려한 커피 메뉴는 없는 대신 '냉율무차'와 '대추차'가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셔서 찬 음료 마시는 않는 내가 냉율무차를 시켰다. 게다가 그날은 꽤 더웠고, 난 너무 많이 걸었고, 닭개장을 먹고 나온 터라 갈증도 났기 때문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대추차를 마셔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모아세 사장님 얘기에 따르면, 한 때 울릉도는 바가지요금이 심하고 불친절하다고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 후 주민들 스스로 자정작용을 일으켰고 지금의 친절한 울릉도, 맛있는 울릉도로 거듭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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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율무차를 마시며 사장님과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 지친 다리를 쉬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일몰 시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몰까지 감상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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