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간의 뚜벅이 울릉도 여행 보고서 3
울릉도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을. 사람이 참 이렇다. 늘 나를 기준으로 하니 교통이 불편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혼자 다니면서 렌트를 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전기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다니기에는 거리도 햇볕도 부담스러웠다.
첫날 저녁, 숙소에서 울릉도에 대해 폭풍 검색 하다가 발견한 것이 '경북 투어 패스'.
심봤다~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유용했다. 48시간 이용권과 버스 5회 이용권이 결합돼 있는 상품을 구입해서 이틀 동안 알차게 사용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태하향목모노레일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아침에 준비하고 나가려고 할 때, 가장 먼저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선택했다. 5~6분 정도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잠시 걸어가니 '태하등대'가 보였다. 근처에서 작업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어 물어보니 지금도 불을 밝히는 등대라고 한다.
등대 앞에는 울릉도답게 오징어 조형물이 장식돼 있어, 관광객들은 너도 나도 기념사진 한 장씩 찍고 이동한다. 대부분은 등대와 등대 바로 옆에 있는 향목 전망대만 보고 돌아가지만, 나는 전망대 아래쪽에 있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 아름다운 길을 혼자 독점했다. 대풍감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날씨가 살짝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다. 햇살 맑은 날이 주는 바다 풍경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옛날 새로 배를 만들었을 때 이곳 바위에 배를 묶어 놓고 바람을 기다렸다고 해서 '대풍감(待風坎)'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세찬 바람이 불면 도끼로 닻줄을 끊고 한달음에 본토까지 달려갔다는 것이다.
큰 기대 없이 찾아갔던 곳 '예림원'이다. 그냥 자그마한 식물이원이겠지 싶었는데,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꾸며놓은 식물원은 아름다웠다. 게다가 100만 불짜리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하긴 울릉도에서 풍경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을까 마는)
식물원 뒤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었다. 운 좋게도 그곳에서 식물원 대표님을 만나 한참 설명을 들었다. 경찰 출신인 예림원 대표님은 20여 년 전, 퇴직하고 온통 더덕밭이었던 이곳을 매입해서 직접 터를 다지고, 조경을 했다고 했다.
울릉도에서 제일 팔자 좋은 이는 '순사와 소'란다. 섬이라는 특성상 도망갈 수 없으니 범죄가 없어 경찰은 할 일이 없고, 온통 언덕이라 논밭이 없으니 소도 할 일이 없단다. 오히려 주인이 꼴을 베어다 소를 먹여 살려야 했단다. 즉 그 좋은 직업을 두고 일찍 퇴직해서 식물원을 하겠다고 했으니 온 식구들이 반대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식물원을 일구기를 20년. 물론 식물원 가꾸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식물원 곳곳에 대표님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 옛날 컴퓨터가 없던 시절, 공무원에게는 글씨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해서 서예 학원을 다니다가 서예에 재미를 붙였단다. '퇴직하고 서예학원을 할까?' 하는 고민을 정도로. 그런데 컴퓨터가 나오면서 세상이 바뀌어버리더라는 것이다. 결국 꿈의 방향을 수정해서 식물원을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게 됐단다.
울릉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관음도'가 아닐까 싶다. 파란 다리와 눈부시게 푸른 하늘,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 그 사이에 흐르는 세산 바람과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 쉼 없이 감탄사가 나오고, 쉼 없이 셔터를 누른다.
다리를 건너가면 곧바로 계단이다. 계단이 만만치 않아서 무릎이 안 좋은 어르신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돌아서지만, 계단을 올라가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너무 평화롭고, 너무 아름다워서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경북 투어 패스 48시간권을 알차게 이용하고 3일째 독도로 갔다. 날씨는 눈부셨지만, 바람이 도와주지 않아서 입도 실패. 착한 일을 좀 더 많이 하고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등산을 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단지 '나리분지'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막상 나리분지에 가보니 그곳은 목적지가 되기에 아쉬웠다. 밥을 먹고 나니 배가 불러 소화도 시킬 겸, 깃대봉으로 올라가 볼까 싶어서 길을 나섰다. 문제는 내 배당 속에 노트북과 책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방은 무겁고, 해는 뜨거웠다. 그런데 길이 너무 예뻤다. 중간에 그냥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신령수(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내처 깃대봉까지 걸었다. 올라가서 보니 중간에 돌아가지 않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오른쪽 사진 속에 있는 작은 바위는 '코끼리 바위'다. 정확하게는 코끼리 바위의 뒤태이다. 뒤에서 보니 2개 바위의 거리가 한참이다. 옆이나 앞에서 보면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쨌든 옆에 있는 작은 바위는 '새끼섬 혹은 코끼리 똥섬'으로 불린단다.
갔던 길로 되돌아 내려올까 잠시 고민하다가 가수 이장희 님이 만들었다는 '울릉천국'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내려오는 길이 의외로 힘들었다. 험한 건 아니었지만, 낙엽이 쌓여 있어 길이 꽤 미끄러워 잔뜩 힘을 주고 걸었더니 울릉 천국에 도착했을 때는 발이 화끈거렸다. 그날 난 3만보를 넘게 걸었고 이틀만 약간의 무릎 통증과 얼굴에 일광화상이라는 후유증을 남겼지만, 뭔가 뿌듯하고 벅찬 느낌이었다.
사동항에서 본 일출과 천부에서 본 일몰이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은 어디에서 봐도,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하도록 아름답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꼭 한 번쯤은 일출과 일몰을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모든 일출과 일몰이 다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들이 있어 묘하게 부자가 된 느낌이 들곤 한다. 내 안에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 더 저장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