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울릉도

5박 6일간의 뚜벅이 울릉도 여행 보고서 1

by 효문

오래 동안 마음의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었던 '가보고 싶은 곳' 가운데 하나가 울릉도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가보고 싶었을 뿐. 역시 마음에 담고 있으면 언젠가 하게 된다. 몇 달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일을 끝내고, 혼자 훌쩍 울릉도로 떠났다.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강릉역에 도착. 인목항으로 가기 전에 인목 해변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와 빵을 야무지게 즐기고, 인목항을 찾아갔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울릉도 가는 길이 그렇게 짜릿할 줄은. 출발 20분 전 안내방송이 나왔다. "12시 40분부터 승선 시작하겠습니다. 신분증과 티켓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런데 직원이 대합실을 돌며 또 다른 안내를 하고 있었다. "멀미약 지금 드십시오." 그때까지 멀미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난 차멀미는 해도, 배 멀미는 안 하니까 괜찮겠지' 생각하면서 슬쩍 걱정이 돼서, 매점으로 가서 생수를 한 병 샀다. 생수를 사며 점원에게 말을 건넸다. "멀미약을 먹어야 할까요?" "안 먹었어요?" 점원은 안타깝다는 듯이 나를 보더니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경험해 보는 것도 좋죠 뭐."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멀미약을 사러 가기엔 너무 늦었다. 할 수 있는 건 '괜찮을 거야' 주문을 거는 것밖에 없었다.


배에 몸을 싣고 출발하자마자 깨달았다. 울릉도 가는 3시간의 뱃길을 내가 너무 얕봤다는 것을. 한마디로 3시간짜리 롤러코스터였다. 그날따라 유난히 파도가 심했다고는 하지만, 배는 쉼 없이 출렁였다. 출발하고 10분쯤 지나자 여기저기서 봉지를 붙잡고 토하는 승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승무원은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화장실에 계시면 멀미 더 심하게 합니다. 어서 나오세요."


다행히 나는 그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지만, 약간의 두통과 울렁거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문제는 3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건 불가능했다. 잠깐 들여다보는 순간 바로 구역감이 올라왔다. 결국 졸다가 깨기를 반복하며 3시간을 달려갔다. (멀미가 심하다면 차를 싣고 가는 큰 배를 이용하길)


어쨌든 무사히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나서 깨달았다. 롤러코스터 2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울릉도의 도로는 평평한 직선 코스가 거의 없다.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의 반복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행자의 눈에는 몹시 불편하지만 몹시 아름다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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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울릉도 롤러코스터의 최강자는 독도 가는 배였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1시간 40분을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국토의 막내 독도.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가장 화창한 날로 예약을 해뒀다. 사동항에서 출발할 때, 하늘을 푸르고 햇살은 눈부셨다. 그런데 독도에 가까워지자 파도가 무시무시했다. 결국 입도 실패. 독도를 한 바퀴 돌고 오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분은 7년 전에 왔을 때도 입도에 실패했는데, 이번에 또 실패했단다. 아쉬웠지만, 정말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 승무원들은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 이쪽에서는 확성기를 붙잡고 독도에 대해 쉼 없이 설명해 주고, 저쪽에는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입항을 돕기 위해 내려와 있던 독도수비대도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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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울릉도는 몹시 다이내믹하고, 몹시 아름답고, 몹시 맛있고, 몹시 느리고 불편하지만 친절한 곳이었다. 2편에 이어질 '맛있는 울릉도' 편도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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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문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방송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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