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한 친구와 차를 마셨다
억지로 어른이 되려다가 되려 지쳐버려서,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어른이 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아이라는 반증이라는 것을 왜 나는 몰랐을까.
어른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되어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애쓸 필요 없는 것이다.
애쓰지 않아도 봄이 여름이 되고 여름이 가을이 되는 것처럼 차차 자연스레 변해갔다.
어느새 보면 더위가 가시고 하늘이 맑아지는 것처럼 그렇게 열매 맺어진 나의 성품들과 삶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 내가 어느새 나이가 들었구나. 어느새 당연해진 사실에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나는 오히려 갑자기 서운함을 느꼈다.
좀 더 나이가 어렸으면 좋겠다.
벌써 이렇게 나이 들어버렸네.
어리다고 두려워서 하지 못한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른이 되니 시작조차 하기 힘들어졌잖아.
갑자기 차를 마시다가 혼자 그런 아쉬움에 괜히 서글퍼졌다.
어느새 더운 여름은 다 가고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코 끝이 시려지는 것을 느꼈다.
치열했던, 그리고 아직도 치열한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 사이를 맴돌다가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지난 계절들을 거치며 자연스레 깨닫고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며 아, 나도 경험이라는 것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다.
살다 보니 계절의 흐름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직 준비하지 못한 채 계절을 맞고 있는 사람들에게 월동준비를 알려주는 사람이 되면서 나이 드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더 여러 번의 계절을 거친 사람들이 보기에는 나는 아직도 미숙하겠지만 월동장비의 매듭짓는 솜씨가 어느덧 능숙해질 때쯤이면, 나도 첫겨울을 만나는 어린 어른들을 보고 있겠지.
나는 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그때 그들에게 필요할, 그 말들을 생각해보다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그들에게 해 줄 말들을 고민해 보았다.
그래서 여러 계절이 지나면 잃어버릴 미숙함이라는 친구가 떠올라서, 나중에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지 물어보려고 이 친구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다가 문득, 그때가 되면 네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랬더니 함께 차를 마시던 이 친구가 자기가 어딜 가기라도 하냐는 듯 씩 웃으며 눈가에 주름을 만들었다.
오래된 미숙함의 미소에 어느새 익숙해져 깨닫지 못했던 주름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며
그리고 그 주름들이 노련한 이웃들과 많이 닮아 있는 것을 보면서
그만 이 친구를 무시하며 짜증을 부리던 일들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들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와 함께 있어주는 미숙한 이 녀석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글 쓴 종이가 한 장 두 장 나이테처럼 쌓인 만큼 미숙함이 쓰던 글에 오타가 점점 줄어들고,
어느덧 그 친구가 내 글을 다시 읽어주며 오타를 검수해 주고 있었다.
너 참 잘 자랐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나는 녀석과 글을 쓰다가 픽 웃어버렸다.
글이 마음에 드시거나 SF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밀리 오리지널로 출간된 SF소설 [Dome - 기억 정렬 붕괴] 도 읽어봐주세요.
돔 | 밀리의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06d1120d346242ee
돔 | 기억정렬붕괴 part2 | 밀리의서재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30666?nav_hidd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