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와의 동거
첫 아이를 품에 안은 날부터였을까.
훨씬 거슬러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이었을까.
시간을 마음대로 쓰던 대학시절부터였을까.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철없는 어른이라 믿었다.
밤새 자다 깨는 첫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릴 때도
첫 아이의 돌잔치가 끝나고 둘째를 품었을 때도
올라오는 입덧에 딸의 이유식 숟가락만 보아도 눈물이 날 때도
철은 없지만 나는 어른이라 믿었다.
19개월 차이 나는 남매를 한 명을 등에 업고 한 명을 품에 안은 채
양발을 한 발씩 떼어 내딛으며 제자리에서 다리를 왔다 갔다
입으로 자장가를 긴 시간 불러댈 때도
무념무상 많은 낮과 밤들 속에 '나는 어른이니까'라고 믿었다.
첫째와 둘째가 차례로 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는 여전히 철은 없지만 학부모가 된 내가 어른이라 믿었다.
그렇게 철석같이 어른인 줄 굳게 믿었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오늘도 '우리 절교하자' 말하고 싶었지만
어른인 척 참아냈다.
마흔을 앞두고 나는 다시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오늘도 겨우 어른인 척을 들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