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악마 사이 - (1)

십 대와의 동거

by 영웅

종결상담을 진행해도 될까요?



모든 것은 아이의 일기장으로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빼곡 한 일기장에 적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원망 그리고 '죽고 싶다'


나는 그 일기를 보고 등 따습고 배부른 철없는 아이의 투정이라 여겼고

담임 선생님은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내 새끼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내가 가르쳐야지

저녁마다 퇴근하고 밥 먹이고 공부 가르치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다 우리 애들 잘되라고 그런 거야. 고작 수학한 장 영어 한 장 문제집 푸는 거 그것도 힘들다고 참'

나의 마음이었고


'어머니, 공자 맹자도 제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공부에 대한 반감만 커지고 아이가 힘들어 할 수도 있어요.'

타인의 시각이었다.


'매일 수학영어를 하니 더 지치는 거 같기도 해요. 하루는 영어, 하루는 수학 격일로 해볼게요'

여전히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따스운 저녁

저녁 식사 후 문제집이 펼쳐지는 식탁 앞에서 우리는 가족도 남도 아닌 그저 미운 사람이었다.


쓱싹쓱싹 수학문제집을 조용히 풀어대는 둘째와

한 문제 한 문제 모르겠어와 숫자 실수가 연발하는 첫째 앞에서

나는 둘 중 누군가에겐 엄마였고 누군가에겐 악마였다.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 악마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악마

초등학교 5학년 첫째에게 나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랑받고 싶은 악마였다.


악마는 매일 문제집을 들고 오며 쿵쿵 내딛는 그 아이의 발걸음 소리부터 소리 없는 한숨을 쉬며 나왔다.

탁 하고 던져놓듯 내려놓는 문제집, 반쯤 감긴 눈, 문제를 읽은 건지 안 읽은 건지 '모르겠어'부터 나오는 입,

숫자를 다르게 적는 손


'악마가 아니야 악마가 아니야. 그럴 수 있어. 모를 수 있어. 화내지 마. 오늘은 악마가 되지 마.'

어느 날은 끝내 악마가 나오지 않은 날도 있었고 어느 날은 일찍 악마가 나오는 날도 있었다.


'그래! 하지 마라 하지 마. 다시는 하지 마 공부하지 마! 나중에 후회하지 마!'

이 말이 악마의 무기였고 악마는 이 무기가 대단한 진실이라 믿었다.


공부시간이 지나가면 악마는 사라졌다.


악마는 다시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악마가 무서웠지 안아주고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 즐거워 하는 것 기뻐 하는 것을 찾아 다녔다.

'이렇게 사랑받는데 이렇게 너를 생각하는 내가 있는데 문제집 그깟 두장 그게 뭐가 힘드냐'

엄마인지 악마인지 모를 나의 마음 깊숙히 앉은 정당성.


악마에게 생채기난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 줄도 모른채 즐거웠으니 됬다며

오늘 저녁에도 문제집을 펴자고 말하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