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와의 동거
6학년 일기
오늘 피아노 학원에서 동생이랑 같은 방에서 레슨을 받았다.
내 손가락이 피아노를 누비고 선생님의 지적은 나의 귀가받았다.
아휴.. 똑같은 하루의 연속 ㅠㅠ
솔직히 피아노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막상 피아노 앞에 앉으면 지루하다.
그러니까 뭐랄가 학교에서는 피아노가 기다려지고 막상 하려고 하면
말도 못 하게 지루하다. 그렇지만 이걸 풀어줄 단 하나의 방법
바로 마라탕! 엄마는 몸에 좋지 않으니까 몇 달에 1번 먹으라고 하지만
솔직히 1일 1 마라 수열은 필수다. 또 먹고 싶다.
먹고 있어도 또 먹고 싶은 마라탕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바나나킥을 엄마가 사주셔서 뭔가 기분이 되게 좋았다.
그리고 오늘 집에 와서 친구 태권도 장에 다니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
엄마는 고민을 해본다고 했고, 나는 씻고 엄마한테 부탁을 헸다.
엄마는 여러 가지 내가 대답하기에는 어휘력이 달리는 질문을 시켰고
나는 여러 가지 장애물 코스 같은 엄마의 질문을 피해 다녔다.
어휴.. 어찌나 까다롭던지 아무튼 나는 꼭 태권도에 단여야 한다.
어른들은 지금이 공부를 잘 헤야 할 시기라고들 하지만
물론 공부를 그만큼 하려면 체력도 그만큼 키워야 한다.
그러기 이 헤 서면 운동을 해야 하고 친구랑 같이 하면
질릴 틈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엄마가 나에게 태권도장을
보내기를 망설이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나는 작년에 태권도를 다녔다. 그런데 하다 보니 힘들어서 피아노로 학원을
옮겼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다르다 왜냐하면 아무리 힙이 들어도 옆에
있어주는 친구라는 호칭을 지닌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
흠..... 아무튼 오늘에 일기는 여기까지
- 엄마 태권도장 재발
4학년 일기
누나와 피아노학원에 가서 같은 방에 들어갔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순간부터 나는 원했다.
오늘'rush E'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네 생각으로 54.056%로 찍을 것
같고 45.944%로 안 찍을 것 같았다.
계속 치니 술술 풀려갔다.
선생님이 "찍자"라고 하셨다.
제일 기대되었다.
'1년 동안 열심히 쳤는데 그 정도는 찍어도 되지 않을까?'싶다.
금세 다쳤다. 선생님이 날도 "힘들 게시 켜야 되는데"라고 장난으로 하셨다.

엄마의 일기
퇴근 시간 30분 전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열심히 퇴근 전 업무 마무리를 하다 폰을 열었다.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아이들이었다.
'엄마 우리 오늘 마라탕 먹으러 가면 안 돼?'
'응, 엄마가 핸드폰을 이제 봤네. 그러자 목요일의 마라탕^^'
나는 신나게 답장을 보냈다.
기대와 함께 퇴근길 밀리는 도로를 뚫고 집에 겨우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아이들을 기다리며
버스 한 정거장 되는 정도의 거리를
갈 때는 아이들과 버스로 이동하고 올 때는 걸어올 계획을 세웠다.
기름진 마라탕이 아이들 뱃속에서 조금이라도 소화될 수 있도록.
나는 마라탕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지중해식 빵을 토스트기에 구워
전날 만들어둔 에그샐러드와 토마토 한 조각을 썰어 우걱우걱 먹었다.
내 배가 얼른 먼저 차야 오늘 걸어오는 코스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샌드위치 먹는 나를 천천히 먹으라며 기다려주었다.
마라탕 재료를 취향껏 그릇에 담아내는 아이들
'1단계요. 땅콩 소스는 빼주세요'
라고 나란히 말하는 아이들
앞접시, 젓가락, 집게 본인 것들을 하나씩 가져와 차려내는 아이들
마라탕이 나오자 하나하나 먹어가며
'음~'
하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을 눈에 담았다.
내일 그리고 어느 날 다시 머릿속에서 꺼내어 보면
그때도 너무 귀여우니까.
잔뜩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6학년 큰 아이는 자꾸 디저트를 사달라고 조른다.
오는 길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러 내일 먹으라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과자 하나를 사준다.
신중하게 고르는 아이들이 귀여워 나는 또 마음이 녹는다.
고민하던 초콜릿과자 하나를 덥석 집어
'이건 오늘 같이 먹어'
라고 말한다.
내일 아니면 그 더 내일 멍하니 혼자 있는 시간 앉아서
그거 하나 더 사줄걸 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집에 와서 차례로 목욕을 하고 정돈하다
큰 아이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린다. 방으로 전화기를 들고 총총 걸어가는 손 뒤로 친구 이름이 보인다.
전화를 끊고 나오는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태권도장 8시부 보내주면 안 돼?"
나는 0.1초 만에 알았다.
그 친구가 태권도장 사범님 딸이라는 것을
친구랑 함께 하려고 보내달라는 것을
고민을 해보라고 딸은 내게 숙제를 던져 주었고
나는 실제로 고민이 되었다.
운동을 하는 것도 좋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그럼 6학년 우리 아이의 해야 할 것들은?
그 해야 될 것들에 나는 학년에 따른 책임에 대한 숙제와 공부만 포함되었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너는 언제 씻고 언제 숙제해?"
"응 나 피아노 학원 다녀와서 얼른 저녁 먹고 얼른 숙제랑 공부하고
바로 태권도 갔다가 씻고 또 숙제 못한 거 있으면 더 하고 잘게"
"그럼 너는 언제 쉬어? 너도 쉬어야지"
"틈틈이 쉬면 돼!"
아이는 정말로 친구랑 태권도가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데
나는 아이 당사자가 아니라 엄마이면서도
아이의 체력, 아이의 학습을 지레 짐작해서 막으려 드는 걸까.
내가 늘 내 삶을 그렇게 조율해서 살아와서
아이가 스스로 힘들어 볼 기회를 막는 것은 아닐까.
나는 6학년 첫째의 태권도장을 보내줘야 될까.
말아야 될까.
태권도장은 초콜릿과자와 마라탕처럼
왜 덥석 해줄 수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