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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짱없는 베짱이 Jun 24. 2024

백수의 생활

[주간회고] ~6/23

지난주 회고는 건너뛰었다. 핑계가 좋았다. 블루투스 키보드의 고장이 잦아지고 있어 아이패드로 글쓰기가 어려웠고, 노트북은 가족에게 대여. 사무실도 나갈 일이 없으니 좀처럼 컴퓨터를 쓸 일이 없다. 역시 한 주만 지나도 그 전주의 일이 가물가물해지는 걸 보니, 왜 자꾸 쓰던 찍던 남기라는지 알 것 같기도. 접이식 키보드도, 노트북도 새로 사야지, 다짐한 지는 한 달이 넘어가는데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이리 힘들다. 사실 이런 것들이야 말로 앞으로 프리랜서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나에게 아주 중요한 것들인데, 옛날부터 장비 욕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늘 버티는 데까지 버티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자꾸만 늘어지는 일상을 잡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1. 눈을 뜨면 바로 유튜브를 켜고 10분 스트레칭을 할 것. 2. 스트레칭을 하고 나오면 무조건 아침밥을 준비할 것. 3. TV나 동영상을 보려면, 그전에 무조건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읽을 것.


아침에 눈뜨자마자 스트레칭은 올해 초부터 해오던 것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자꾸 늦잠을 자고 간당간당 출근하는 게 나부터도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출근 준비 전에 뭔가 루틴을 만들어 놓으면 일어나는 게 조금은 쉽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를 뒤져가며 누워서 눈 감고도 시작할 수 있는 10분짜리 스트레칭 영상을 찾았다. 유튜브엔 없는 게 없다더니, 아침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영상도 정말 많았다. 몇 가지를 돌려가며 해보다 가장 편안한 영상에 정착했다. 스트레칭을 하다 그대로 다시 잠드는 일도 간혹 있었지만, 나름 두 달이 넘게 지켜오고 있었는데 (습관은 66일의 기적이라고 하지 않던가!?) 퇴사를 하면서 그 기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또 다른 기적을(?) 발견했던 것이다.


자취를 시작한 후로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은 날들이 손에 꼽힌다. 이전까지 나는, 고3 수능 보는 날 아침까지도 밥을 챙겨 먹고 나갈 정도로, 아침에 밥을 안 먹으면 기운이 없어 하루종일 생활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아침밥을 안 먹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 밥을 내 손으로 해 먹어야 하면서부터다. 아무튼 그랬는데, 다시 아침을 먹기로 결심했다. 이건 수영 때문이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4주 차에 들어간다. 1주 차엔 종일 물장구만 쳤으니 힘든걸 잘 몰랐고, 2주 차엔 회사에서 받아온 일 때문에 빠지는 날들이 있다 보니 어영부영 지나갔다. 3주 차인 지난주엔 몸이 가라앉지 않도록 허리에 보조도구를 달고, 킥판을 든 채로 발차기와 숨쉬기 만으로 레인을 도는 일을 반복했다. 진도를 나가기보단 발차기만 계속 교정을 받았는 데, 이게 생각보다 정말 힘들다. 수영을 하려면, 아니 물속에서 몸이 뜨려면 온몸에 힘을 빼야 한다고 하는데, 발차기를 하기 위해선 허벅지와 발 끝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허벅지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가갈 때 몸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배에도 힘을 꽉 주어야 한다. 온몸의 힘을 빼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력(힘)을 얻는 일.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수영을 배우겠다는 수많은 도전이 실패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 아닐까. 어쨌든, 이 일은 절대 빈속으로 해낼 수 없다. 특히 많은 경우에 밥이 답이었던 나 같은 사람에겐. 아침을 먹기 시작하면서 수영에 대한 재미도 조금씩 붙어가고 있다. 지난주엔 한 번도 안 쉬고 레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는 데 수업시간 중 단 1번밖에 성공 못했는데, 오늘은 4번이나 성공했다.


이야기가 많이 샜다. 다시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세운 규칙은 독서하는 습관을 위한 것이다. 언제부턴가 집에 오면 무의식적으로 TV를 켜거나 스마트폰, 아이패드로 영상을 본다. 그리고 그런 날은 대체로 아무것도 다른 걸 하지 못하다 잠이 들었다. 사실 영상은 뭐랄까, 딱히 볼 게 없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유튜브도 목적이 있어서보단,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되는 영상들의 제목을 훑으며 재미있어 보이는 걸 찾는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멈추거나 꺼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볼 게 없어도 계속 틀어놓는다. 이런 게 중독인가. 아무튼 관심도 없는 영상은 하염없이 돌아가는데,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보지 못하는 책들만 쌓여가고 있었다. 그래서 규칙을 세웠다. 무조건 책을 먼저 읽는다. TV를 틀고 싶다면 단 한 페이지라도 책을 먼저 보라.

다른 것보다 이 규칙이 지난주 내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TV를 켠 날이 거의 하루? 이틀에 불과했다. 일단 책을 잡으니 계속 읽게 된다. 이것도 중독인가? 아니 그렇다기보단 재미있어서. 책의 경우 대부분이 목적 없이 고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집에 있는 책이라면 대체로 다 읽고 싶어서 가져다 놓은 책이다 보니, 일단 읽기 시작하니 재미도 있고 집중도 하게 된다. 마침 주말에는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책 나눔 이벤트가 있어 다녀왔다. 6권의 책을 받았는데, 그중에 평소에 나라면 전혀 읽지 않을 의외의 책이 한 권 끼어들어 왔다. 제목은 <스무스>. '불가능했던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기까지 10개월간의 수영장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마침 수영을 배우고 있다 하니 재미있을 거라며 추천받은 책이다. 그렇구나, 이런 이야기도 책이 되는구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먼저 펼쳐 보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얼마 읽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저자가 벌써 킥판을 떼려고 하길래 다시 책을 접었다. 내가 킥판을 떼는 날 마저 다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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