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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짱없는 베짱이 Jul 08. 2024

꾸준함이 쌓이면

[주간회고] ~7/6

수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요즘이다. 드디어 팔 젓는 법에 대한 진도를 나갔다. 아직은 킥판을 잡고 두 팔을 한 번씩 저은 뒤 똑바로 고개를 들어 숨을 쉬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을 느낀다. 이제는 왕복으로도 한 번도 안 쉬고 다녀올 수 있다. 팔이 물을 가를 때마다 귓가에 들려오는 '쉬익~'하는 소리가 좋다.

어린 시절 수영을 배울 때와 다른 점이 많다.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때는 늘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레인을 돌 때도 자꾸 뒤처져 뒷사람에게 따라 잡혔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수영은 늘 쫓기기만 하는 무서운 운동이었다. 그때는 팔을 저을 때도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남들 하는 대로 쫓아서만 했다. 실은 그래서 더 힘들었을 거다. 나는 왼손잡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알아서 선생님이 오른팔부터 하라고 할 때 왼팔부터 하고, 왼팔을 쓰라고 할 때 오른팔을 쓴다. 선생님도 그런 나를 기억하기 시작했는지 왼손잡이가 있는 지를 꼭 한 번씩 확인하고 반대로 하라고 말해 준다. 확실히 왼팔을 저을 때 힘도 더 잘 들어가고 어깨도 더 잘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아마 고개를 돌려 숨을 쉴 때도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다. 예전엔 늘 같은 방법 속에 끼여서 뒤쳐지던 내가, 이제는 나에게 맞는 방법대로 가고자 하니 남들과 속도를 맞춰갈 수 있게 됐다.


한 주간 비 예보는 끊임없이 바뀌었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함께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진행 중인 <이경준 사진전 : ONE STEP AWAY>에 다녀온 일. 작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았고, 정말 인기가 많아졌는지 원래 2월까지 였던 전시가 9월까지로 연기됐다. 덕분에 나도 뒤늦게 방문할 수 있게 됐고. 비 오는 평일 낮에 가면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갑자기 충동적으로 갔던 건데, 인적이 없는 고요한 전시장을 나 홀로 구경하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게다가 사진들도 너무 좋았다. 특히 작가의 인터뷰 영상에서 '버드 아이드 뷰'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는데,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나도 한 발 더 멀어져서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어 져서 동생에게 줬던 카메라를 다시 가져다 달랬는데, 음 꾸준히 찍을 수 있을까? 세상에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정말로 없다.


오랜만에 군산에 다녀왔다. 주말 내내 비가 온다기에 금요일에 수영 끝나고 바로 내려갔는데 다행히 날씨가 정말 좋았다. 우리는 정말, 하루 종일 먹으러 다녔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제 군산도 이곳저곳이 꽤 눈에 익는다. 자주 다니던 길은 길도 대충 알 것 같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말도 안 해도 편안한 시간들. 이조차도 꾸준히 쌓이면 또 무언가가 되려나.


아참, 일 의뢰가 들어왔다. 전 직장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온 일이라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섣부르게 받았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한 달 정도 쉬었다고 머리도 손도 굳어버린 느낌... 이럴 수가 있나 ㅜㅜ (이번 주 노는 시간이 많아서 집중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아무튼 어찌어찌 구성안을 완성해 보냈고, 수요일에 미팅을 앞두고 있다. (덕분에 수요일엔 수영도 빠져야 한다.)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선, 쉬는 동안에도 이렇게 조금이라도 무언가 하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점점 여름이, 나의 퇴사 후 일상이 짙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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