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드래프트로 만들어가는 나만의 거리

[코보게 신작 소개] 캐널하우스

by 배짱없는 베짱이

*본 리뷰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손에 4장의 카드가 들어왔다. 첫 번째 카드는 달성 목표가 쉬운 편이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아쉽고, 두 번째 카드는 목표가 어렵지만 달성만 한다면 꽤 멋진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세 번째 카드는 짝꿍이 되는 또 다른 카드까지 모을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 네 번째 카드는 가장 무난해서 누가 골라도 중박은 따놓은 당상이다. 이 중에 딱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카드를 나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 과연 어떤 카드를 골라야 할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나 세 번째를, 하지만 보다 안정 추구형이라면 첫 번째나 네 번째 카드를 고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주어진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고르지 않은 나머지 세 장의 카드가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겨가 그 사람의 다음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카드 드래프트 개념을 처음 배운 보드게임은 <테라포밍 마스>였다. <테포마>에서는 세대가 시작될 때마다 플레이의 핵심이 될 프로젝트 카드를 나눠 받는다. 그런데 나눠 받은 카드가 그대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한 장만 고르고 나머지 카드는 옆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그렇게 옆 사람에게 전달받은 카드에서 또 한 장을 고르고, 또 전달받아 한 장을 고르고, 그렇게 계속 카드를 넘겨줘야만 한다.

단지 처음 내가 받은 카드에서 내 선택지만 고를 수 있다면 마음이 조금 더 편하겠지만, 고르지 않은 카드가 다음 사람에게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나에겐 필요가 없지만 옆 사람에게 넘어가면 분명히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카드가 있는데, 이럴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여전히 내 점수 챙기기에 집중해도 될까, 혹은 옆 사람 견제를 먼저 생각해야 할까.

상호작용보다는 벽게임이 좀 더 편하고, 넓은 시야로 판이 돌아가는 것을 신경 쓰기보단 그저 내 플레이를 해나가기도 급급한 내게 카드 드래프트라는 개념은 꽤 어려운 것이었다. 나에게 집중할 것인가, 전체를 살피며 적당한 견제구를 던져야 할 것인가. 처음 <테포마>를 배울 때 함께 하는 플레이어들은 나에게 숙제를 참 많이도 던져줬다. “숙제예요” 라고 옆 사람이 카드를 건네주면, 지금 내 손엔 그다음 사람에게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카드가 있다는 말이다. 대체 그게 뭔지 감이 오지 않아서 끙끙거리며 어렵게 카드를 고르기도 했고, 때로는 숙제가 너무 어렵다며 그냥 내 마음대로 나에게만 좋은 카드를 고르기도 했다.

새 보드게임 <캐널하우스>에 눈이 갔던 건, 다른 무엇보다도 ‘카드 드래프트’로 운영된다는 게임 방식 때문이었다. 게임 자체는 매우 간단해 보이는데, 좀처럼 초심자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런 룰로 운용이 된다면 드래프트의 개념이 아직 익숙지 않은 친구들에게 소개하기 좋을 것 같았다. 나처럼 ‘숙제’라는 말에 긴장하며 고민하기보단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옆 사람의 카드를 받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놓아보고 또 전달하는 경험을 먼저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캐널하우스>는 카드로만 이루어진 아주 단출한 구성의 카드 게임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운하 물길 옆에 늘어선 형형색색의 뾰족 지붕 건물을 캐널하우스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캐널하우스를 지어 나만의 예쁜 운하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 내용이 된다.

플레이어들은 매장과 창문, 지붕으로 이루어진 카드를 나눠 받고, 한 장을 자신의 거리에 놓은 뒤 옆 사람에게 넘겨준다. 넘겨받은 카드에 추가 카드를 한 장 더 뽑아 새롭게 구성된 4장의 카드 중에서 또다시 내 거리에 내려놓을 카드를 한 장 선택한다. 3장이 된 카드는 다시 옆 사람에게 넘겨주고, 나는 앞사람의 카드를 건네받고. 그렇게 게임이 계속 이어진다.

오늘도 역시 나와 가장 가깝지만 게임엔 큰 관심이 없는(?) 초심이들이 실험 대상. 처음엔 다들 우왕좌왕이었지만 금세 룰 습득이 마무리되고, 넘겨받은 카드에서 요령껏 자기 거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데, 이제 마무리 지을 지붕 카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죄다 몸통에 해당하는 창문 카드만 넘어오는 것은 나를 향한 견제구 같기도 하다. 그리고 또 역시, 점수보다는 예쁜 거리 만들기에 집중하는 녀석도 있다. 카드 한 장만 더 내리면 되는데 필요한 카드는 영 나타나질 않고, 그 사이에 다른 친구가 거리를 모두 완성해 버리고 말았다.

게임을 하며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게임 점수의 상징을 튤립으로 그려 놓았다는 것. 게임의 배경이 네덜란드이기 때문이겠다. 역시 게임의 테마는 이러한 디테일에서 생겨난다. 간단하지만 (친구들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유럽의 어느 풍경을 만들어가며 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가볍게 게임을 즐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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